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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6&aid=0000066285

2013년 11월10일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캡처에세이] 노동계 집회는 단신 처리 … 날씨·스포츠 전문 방송?

10일 KBS <뉴스9>에서 헤드라인과 간추린 단신을 제외했을 때 리포트는 모두 16개였다. 이중에서 날씨와 스포츠뉴스를 합한 리포트가 8개였다. 메인뉴스가 끝난 후 방송되는 '별도' 스포츠뉴스와 '별도' 날씨 리포트는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니까 10일 방송된 KBS<뉴스9>중에서 절반 정도가 날씨와 스포츠뉴스로 채워졌다는 얘기다.

'내일 서울 –1도…초겨울 추위'로 시작한 10일 <뉴스9>는 '겨울 성큼…아쉬운 가을'로 후속보도(?)를 이어가더니 세 번째 리포트에선 스피드 스케이팅 월드컵에서 이상화 선수가 또다시 500미터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을 전한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가 한 경기에서 세 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이날 <뉴스9> 네 번째 리포트를 장식했다.

사건 사고 소식을 두 꼭지 전한 다음 KBS <뉴스9>는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소식을 2꼭지 연속으로 내보냈다. 이후 KBS는 14번째 리포트로 스카이다이빙 대회 소식을 전했으며, 소치 올림픽 성화가 역사상 첫 우주 봉송을 했다는 뉴스를 15번째 리포트로 처리했다.

2013년 11월10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이날 KBS <뉴스9>가 끝난 후 방송된 <스포츠9>까지 합하면 10일 KBS 메인뉴스에서 방송된 스포츠뉴스는 10개에 달한다. '간추린 단신'을 제외한 23개 리포트(기상 정보포함) 가운데 10개가 스포츠뉴스였다는 얘기다. KBS가 공영방송인지 스포츠뉴스 전문방송인지 구분이 모호할 정도다.

여기에 <뉴스9>에서 방송된 4개의 날씨 및 태풍 관련 리포트와 기상정보 뉴스까지 합하면 23개 리포트 중에서 15개가 '날씨 및 스포츠뉴스'였다는 얘기가 된다. 주말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공영방송 메인뉴스에서 날씨와 스포츠(15개) 관련 뉴스가 '일반뉴스'(8개)의 두 배 가까이 방송됐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같은 날 KBS를 제외한 타 방송사 메인뉴스를 살펴보면 공영방송사 메인뉴스 문제점이 얼마나 심각한 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극한 충돌로 치닫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범야권 결집에 나서자 새누리당은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내일(11일) 시작되는 인사청문회에서 격돌이 예상됩니다." (2013년 11월10일 SBS <8뉴스> 머리기사 '여야 강대강 대치…내일 인사청문회>)

"민주당이 이른바 천막당사를 해체했습니다. 지난 8월 국정원 개혁과 민주주의 회복을 내세우면서 설치한 지 101일 만입니다. 천막 투쟁방식에 한계가 있다는 현실론 속에, 민주당은 모레 출범할 이른바 진보성향 시민사회 단체 중심의 '각계 연석회의'와 함께 장외투쟁을 범야권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13년 11월10일 MBC <뉴스데스크> 5번째 리포트 '101일만에 천막당사 철거')

2013년 11월10일 JTBC <뉴스9> 화면 갈무리

"수만명의 집회 참가자가 서울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경찰 추산 1만 7천명, 민주노총 추산 5만명이 운집한 노동자 대회, 현 정부 들어 열린 노동계 집회 가운데 최대 규모입니다. 이들은 전교조가 법외노조화 되는 등 현 정부 들어 노동기본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합법적인 틀에 연연하지 않고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013년 11월10일 MBC <뉴스데스크> 16번째 리포트 '최대규모 노동계 집회')

"검찰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죠. 그런데 이번엔 재산 신고를 잘못했다며 윤 지청장에 대해 또 징계를 요구해 묘한 시점에 논란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2013년 11월10일 JTBC <뉴스9> 3번째 리포트 '이번에 재산신고 누락 … 또 징계 요구')

KBS뉴스엔 11일 인사청문회 관련 리포트도 없고, 노동계 최대 규모 시위가 벌어진 뉴스도 없다. 검찰의 윤석열 여주지청장 중징계 결정에 대한 논란도 물론 없다. 민주당이 101일만에 천막당사를 해체했다는 소식 정도만이 '간추린 뉴스'에서 간략히 언급되어 있을 뿐이다.

이럴 바엔 공영방송 타이틀 고수하지 말고, '젊은 뉴스'니 뭐니 이런 미사여구 표방하지 말고, '날씨 및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이라고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게 온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고도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KBS경영진들의 '배짱'에 그저 놀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