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엇그제 조카들하고 가서 자막판으로 보고왔습니다.

저는 애니메이션 애호가라고 할 수 있으니 제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평하자면,

디즈니가 예전부터 2d 애니메이션에 뮤지컬 요소를 차용한 게 한 두작품은 아닙니다만, 디즈니가 아얘 3d애니메이션분야에 뮤지컬 장르의 작품을 대놓고 만들어버리는 건 저도 예상하지 못했네요.

뮤지컬이라는 특성이 표현의 전달을 더 풍부하게 하는 잇점은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배우의 연기에 기대어야하는 일반 실사영화일 때의 얘기고,

기본적인 표현의 제한과 속도감이 다른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내용의 맥락을 파악하는 데 오히려 방해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겨울왕국이라는 작품이 뮤지컬장르로 다루어야 할 정도로 스토리가 어렵고 복잡한 작품인가...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전혀 아니죠. 디즈니의 최근 작품 중에 이 작품 만큼 단순하고 뻔한 스토리 플룻을 가진 작품이 있었는가 하는 의구심이 생길 정도입니다. 라푼젤도 이 작품 보단 훨씬 아기자기한 스토리를 가졌습니다. 기시감 조차 느끼지 못했습니다.

스케일 자체도 그냥 북유럽의 한 동네에서 일어난 듯한 해프닝 같을 정도로 작고요. 전혀 한 나라의 여왕이 되었다..라는 느낌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공들인 캐릭터의 구성에 있어서도 전혀 매력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부제를 '안나공주의 신기한 모험'이라고 붙였어야 할까 싶을 정도로 캐릭터의 비중이 특히 형편없었고요. 엘사라는 캐릭터가 주연이랄만한 분량이 없습니다. 조연에 가깝고요.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장면을 배가 뒤집히는 한 장면으로 속전속결로 끝내버린 건 특히 실망을 넘어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엘사와 안나의 관계에 묘사를 하지만, 작품전체의 흐름을 쥐고 흔든다는 체감이 없습니다. 시종일관 엘사는 엘사, 안나는 안나, 쿨한 각자의 인생살이를 보여주는 것 뿐이죠.

작품 초반에 트롤들이 등장해서 안나의 병세를 살폈다가 성장후에 다시 재회하는 씬에선 뭔가 복선같은 게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아주 쿨합니다. -_-; 그냥 넘어가버리네요.

캐릭터의 설정의 문제인가, 배역이 연기를 못해서인가 긴가민가 할 정도이지만,

제가 보기엔 오히려 이 영화를 배우가 연기하는 실사로 제작하는 것이 어쩌면 더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었지 않을 까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이 작품의 유일한 장점은 3d로 지어지는 얼음성의 화려한 볼거리외 몇 장면 그거 하나였을 뿐이었으니까요. 물론 그것도 잠시 신기하다..여길 뿐, 큰 감흥을 주진 못했습니다.

어쩌면 그런 것들 때문에 여성들에게 더 어필할 만한 작품이었던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제게는 픽사의 전작 '브레이브' 수준이었습니다.

시중에 각 인터넷 포털에 이 작품의 수많은 패러디들이 나오던데 그렇게 열광할 정도로 엘사라는 캐릭터가 그만한 매력과 분량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요.(엘사는 조연입니다. 조연)

아이들과 여성관객의 힘이 아니었으면 이정도 관객몰이는 안되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