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ㆍ현오석·기재부에 책임 전가

박근혜 정부 조세정책의 근간이 될 세법개정안이 ‘동네북’ 신세가 됐다. 시민단체와 야당은 물론 여당도 거센 비판을 퍼붓고 있다. 여당은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기획재정부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기재부 방안이 큰 틀에서는 맞다면서도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하지만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증세(增稅) 없이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박 대통령 공약이 기본적으로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 ‘증세 없는 복지’가 논란의 씨앗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양극화로 인한 빈부 격차를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이려면 복지 서비스를 확충해야 하는데 그 재원은 세금으로 마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경제공약을 책임진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현 재원을 어떻게 잘 배분할 것인지 따져본 뒤 그것으로도 복지 수요가 충당되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세입 쪽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부가가치세율 인상을 꺼냈고, 20%를 밑도는 조세부담률을 참여정부 수준인 21%로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실세로 통하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증세를 언급했다. 김 원장은 지난 3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겠지만 정 안되면 증세를 생각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측은 증세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문 후보 측은 1단계 부자 증세, 2단계 보편 증세를 내걸었다. 증세가 대선 득표에 불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들 후보가 증세 이야기를 꺼낸 것은 증세 없이는 복지 재원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증세를 하지 않겠다던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지만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증세 논의는 계속됐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7월 ‘중장기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보고서에서 은행 수수료·학원 수강료 등 부가가치세 면세 영역을 과세 대상으로 확대하고 500만명에 이르는 소득세 면세자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인 경제개혁연구소 설문 결과를 보면 성인 3명 중 2명은 박 대통령의 복지 공약 이행이 증세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여기에 올해 상반기에만 목표 대비 10조원의 ‘세수 펑크’가 났다. 세금을 늘리지 않고는 새로운 복지 정책은커녕 기존 복지 정책마저 후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 발뺌하는 대통령과 여당

박 대통령은 여전히 증세 없이 복지 공약 이행이 가능하고 균형재정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혼란도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의 근로소득자 세부담을 당초 방안보다 줄여주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법인세율 인상 등 이명박 정부에서 실시한 ‘부자 감세’를 원상회복시키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증세라는 근본 처방은 택하지 않은 채 기재부 관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등 후속 조치 역시 꼼수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8일 공식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구체적인 내용이 이미 지난달 말 확정됐다.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 2일 출입기자들에게 세법개정 방향을 설명했다.

이후 주말 동안 여당 및 청와대와의 세부 협의를 거쳐 현오석 부총리가 최종안을 지난 5일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기재부의 단독작품이 아니라 여당과 청와대의 합작품이라는 의미이다.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혼란의 책임은 결국 ‘증세 없는 복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3450만원 이상 근로자의 세부담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재부 방안을 승인한 박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다.
-----------------------------------------------------------------------------------------------------
암요. 現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런분이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