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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님께서 2층 짜리 관광버스 타자고 드러눕는 바람에 얼떨결에 맨하탄 관광 버스를 탔습니다.

마치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 주민이 서울 씨티 투어 버스 탄 꼴인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는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맨하탄 관광오는 분들은 가급적 이틀짜리 패스를 구입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하루에 다 돌기에는 체력적으로 부치고, 하루 짜리와 이틀 짜리 패스 가격도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한가지 좋은 건 투어 가이드 오디오가 한국어도 있다는 것입니다.

첨부된 사진 순서대로 간략히 정리해 봤습니다.

1. 구겐하임 미술관

영화에도 등장했던 유명한 미술관입니다. 비록 맨하탄의 구겐하임은 아니지만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007 World is not Enough의 배경으로 쓰였죠. 나선형의 모양으로 내부 구조가 되어 있는데, 이게 예쁘게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안타까운 건 입장료가 공짜가 아니라는 것과 거의 늘 긴 줄을 서야 입장할 수 있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미술에 문외한이라 딱 한 번 가 봤는데 전시 내용은 뭔지도 모르고 내부 건물 구경만 실컷 하다 왔습니다.

2. 브라운 스톤

할렘가의 브라운 스톤입니다. 브라운 스톤은 과거 이 지역에 거주하던 부유한 유럽인들의 고급 거주촌이었다고 합니다. 할렘은 지금은 흑인 빈민촌의 대명사지만, 350년 전에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정착촌이었다고 합니다. 할렘이라는 지명도 네덜란드에 있던 할럼이라는 지역에서 유래했다고 하는군요. 할렘이 흑인 밀집지역으로 변한 건 20세기 초 Great Migration이라 불리는 남부 흑인들의 대거 이주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할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무시무시한 곳은 아닌게, 1990년대부터 시작된 지역개발로 인해 지금은 옛날만큼 악명높은 우범지역은 아닙니다. 더불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고, 2001년도에 할렘 125번가에 자신의 사무실을 열었는데, 이로 인해 수많은 대기업들이 할렘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 합니다. 일부 흑인들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지 알 듯 합니다.

3. 아폴로 극장

수많은 흑인 스타들을 배출한 유명한 바로 아폴로 극장입니다. 처음에 이 곳은 풍자극을 공연하던 평범한 극장이었다고 하는군요. 지금은 할렘 흑인문화의 정수라고 불리게 된아폴로 극장은 흑인가수의 등용문인 ‘아마추어나이트’가 매주 수요일에 열리고 있습니다. 어릴적 AFKN에서 아폴로 쇼를 주말에 하던 게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어쩌면 이 아폴로 쇼야 말로 아메리칸 아이돌이니 엑스펙터니 하는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인 지 모릅니다. 더불어 흑인교회의 일요예배도 시간이 허락하면 들러볼만 합니다. 흑인교회의 가스펠 열창은 큰 볼거리로 왠만한 할렘의 교회들을 일요일에는 비신도(관광객)들에게도 교회를 개방합니다. 저는 아직 못 가봤는데 갔다 온 분 말씀으로는 가스펠 공연이 왠만한 가수들 성량은 저리 가라고 한다는군요. 제가 이 관광버스 투어를 권하는 이유 중 한가지는, 투어 가이드 오디오가 상당히 잘 되어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단순히 어디에 뭐가 유명하다는 식의 지루한 지명, 지역, 지물 열거가 아니라 특정 건물의 유래, 관련된 인물들, 역사적 사건 등을 소상히 설명해 주는데 그 재미가 쏠쏠하더군요.

4. 배두나

5번가에서 우연히 배두나 씨를 봤습니다. 처음엔 긴가민가 했는데, 한국인 관광객들이 알아보고 사진을 찍더군요. 저는 버스 위에 있어서 사진은 못 찍었고 뒤늦게 이렇게 뒷모습만 겨우 찍었습니다. 한국이었으면 명동바닥을 혼자 돌아다니는 게 상상도 못 할 일이겠지만 이 곳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이방인에 불과할 뿐이겠지요. 그리고 연예인은 역시 다르긴 다르더군요. ㅋㅋㅋ

5.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맨하탄을 와 본 적 없는 분이라도 최소한 이름은 들어봤을 세계 최대의 박물관입니다. 줄여서 멧이라고도 부르죠. 며칠을 걸쳐 돌아다니더라도 제대로 관람하기 힘들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재미있는 건, 박물관 앞에 있는 노점상들인데 (사진에는 안 찍혔는데), 이게 또 명물이라고 합니다. 처음에 박물관 측에서는 전쟁참전용사들(Vet)에게 구역사용 허가권을 주고, 일반인들에게는 만 불의 사용료를 청구했는데, 슬금슬금 불법 노점상들이 늘어나면서 박물관 측의 골칫덩어리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6. 길거리 장터

날씨가 좋은 주말에는 맨하탄 길 한 복판에 이렇게 길거리 장터가 섭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의 테헤란로를 막고 장터가 열린 꼴인데요. 세계 각국의 노점상들을 다 만날 수 있습니다. 미국, 특히 뉴욕은 정말 인종의 용광로답게 별의 별 인종과 문화가 섞여있는 곳입니다. 이런 다양성이야 말로 미국의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다른 이야기지만 미국 회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한가지가 바로 다양성 (diversity)입니다. 성별, 출신지역, 배경문화, 인종, 전공 등의 다양성을 미국인들은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인종의 용광로가 인종차별과 같은 사회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제 생각도 미국이 끊임없는 발전의 모멘텀을 가지게 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게 이런 다양성인 듯 합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건, 맨하탄에서 관광객과 주민들을 구별하는 방법인데, 시선이 위로 향해있거나 배낭을 매면 관광객, 시선이 앞으로 향하거나 서류가방을 들고 있으면 주민(직장인)이라고 합니다. ㅋㅋㅋ

추신: 맨하탄 관광버스는 다운타운과 업타운 두 대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현대적 건물이 즐비한 히피 느낌이 물씬 드는 다운타운에 비해 고풍적이고 소박한 업타운 관광이 더 낫더군요. 더불어 시간되는 분들은 브루클린 행 버스도 맨하탄 관광버스 표 구입하면 공짜이므로 함께 즐기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