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몇 년 째 소위 걸그룹이라는 상품이 대한민국 '주류' 대중문화를 점령하는 중입니다.

곧 사그라들 것이라는 일부의 예측과는 달리 그 생명력이 상당히 깁니다.

(마치 스타크래프트가 곧 망할 거라고 했지만 꾸준히 인기몰이를 했던 예측과 비슷하군요.)

저는 이런 어린 여자가 심한 노출과 선정적 안무로 가요판을 휘젓는 추세가 우리나라의 왜곡된 남성 중심의 문화 - 여자끼고 술쳐먹는 문화 - 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강남, 여의도, 북창동 (뿐 아니라 지방에도 수두룩하고)의 룸싸롱을 비롯한 유사한 군의 중고급 술집은 요일을 불문하고 불야성을 이룹니다.

요상하고 저급한 우리나라의 문화인데, 우리나라 남자들은 (어린) 여자가 술을 안 따라주면 흥이 나지 않는가 봅니다.

그나마 회사 회식에서 여직원 술따르게하는 문화는 다소 완화된 분위기인 듯 하지만, 아직도 술집에서 남자들끼리 여자 불러서 술마시고 스킨쉽, 더 나아가 소위 2차를 가는 문화는 별로 바뀐 게 없는 듯 하더군요.

바로 위에도 적었지만 물론 그런 빈도는 줄었습니다만 소비(지출)의 규모는 크게 줄어든 것 같지도 않습니다.

다소 체감적인 이야기지만, 강남 테헤란로를 가 봐도 10년 전 제가 직장생활하던 때와 지금의 유흥업소 수준과 갯수는 변한 게 없더군요...오히려 살짝 더 늘어난 느낌까지?

걸그룹의 소비 대상은, 그 대상의 측정이라는 것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잡는 건 어렵지만 제 생각으로는 10대~30대 (넓게 본다면 젊게 사는 40대까지)가 아닐까 합니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더 몰입도와 관심도가 높겠죠.

어차피 침체된 음반 시장의 규모로 봤을 때 걸그룹의 상품은 음악(음원)의 비중은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소위 행사라고 불리는 초청무대와 광고 그리고 음악 이외의 활동(주로 연기)가 주 매출원이겠지요.

행사에 걸그룹을 불러야 흥을 돋을 수 있다는 마인드도 결국 여자끼고 술 마셔야 재미있다는 중장년층의 고약한 술버릇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비슷한 예로, 우리나라의 모터쇼(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저급한 수준의 쇼)의 꽃이 레이싱 모델인 것과 일맥상통하지요.

광고시장 역시, 예쁘고 잘 생긴 젊은 연예인을 써야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습니다.

광고라는 것 자체가 정보 전달의 목적이 아니라 소비자의 감각적인 욕구를 잡는 목적이라면 훌륭한 마케팅 방법이겠지만, 우리나라의 광고는 천편일률적으로 광고 모델에 집중된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경영학(마케팅) 원론을 배운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아니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만, 저가의 상품와 고가의 상품은 광고의 집중을 유도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100원 짜리 볼펜을 광고하는 데에는 상품이 아니라 상품 외적인 부분, 즉 모델, 의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반면 고가의 자동차라든지 아파트를 광고할 때에는 모델을 아예 쓰지 않든지 두드러지지 않는 일반인을 모델로 써서 상품에 더 주목을 하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동차, 아파트 광고에도 유명 연예인을 기용하고 차가 아니라 연예인을 더 도드라지게 광고를 만드는 희안한 광고를 제작합니다.

저는 이런 현상 역시, 잘 생기고 예쁜 피사체에 열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념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모든 현상을 예쁘고 잘 생긴, 더불어 가급적 어린, 대상 (연예인)과 결부시켜 생각함으로써 인간관계를 외모지상주의, 그리고 영계지상주의에 은연중 최면되도록 사회가 조장한다는 것입니다.

하다 못해 동네 빵집을 오픈해도 소위 도우미라는 젊은 여자를 불러서 요란하게 한바탕 쑈를 하는 게 관행 비슷하게 굳어지고 있지요.

일반인들도 이런 잘못된 사회 현상에 대해서 적극적 또는 소극적 동조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제가 깜짝 놀란 게, 얼마 전 승무원을 뽑을 때 예쁘고 어린 여자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항공사들의 경향에 대해 비판하는 글에 대해서 대부분은 격렬히 반박을 하더군요.

다른 외국 항공사들과 비교해서 서비스 받는 데 더 어리고 예쁘면 그게 더 좋은 것 아니냐고 말입니다.

승무원은 어리고 예쁘장한 여자가 하는 게 당연하다고 떳떳하게 말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보고 기분이 참 착잡하더군요.

만사가 극단적인 외모 지상주의로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티비를 봐도 미드에는 정말 다양한 외모와 체형의 연기자들이 등장합니다.

뚱뚱한 사람도 시트콤이 아닌 정극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우리나라 기준으로 봤을 땐 못생긴 여주인공도 인기 드라마에 주연으로 인기를 누립니다.

우리나라는 조연급 연기자들도 무슨 인형같은 외모죠.

요즘은 그나마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 덕분에 약간은 달라졌지만, 아직도 방송에 등장하는 가수들 대부분은 어리고 예쁘장한 남녀 아이돌이 대세입니다.

만약 우리나라에 브루노 마스가 있었다면 가수 데뷔는 했을까요?

(아마 트로트 가수 정도는 했겠죠.)

미국도 잘 생기고, 예쁜 연예인이 잘 나가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연예인들도 충분히 실력으로 먹고 살 기회가 있지요.

반면 우리나라는 예쁘고 잘생기고, 어리지 않으면 원천적으로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 변태적인 연예계의 시스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