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유에서...
- 작성일
- 13-02-12 14:54
소요유의 출입구 쪽으론 벽면 전체가 유리문으로 되어 있어 바깥 길가가 훤히 내다 보인다. 그 맨 앞 자리를 좋아해 그 곳엘 갈 때면 원래 내 자리인냥 늘 꿰차고 앉는다. 그리 붐비는 곳이 아닌 탓에 어지간하면 그 자리 까지 차는 일은 잘 없기도 해서 자리다툼을 해본 적은 없다.
소요유 그 자리에서 내다보이는 풍경은 사실 그닥 볼품은 없다. 차 두 대가 엇갈려 지날 수 있는 이면도로 너머로 빨간 스레트 지붕을 인 집이 보이고 그 뒤론 이층 빌딩과 삼층 빌딩이 연달아 서 있다. 그 옆엔 열 대 남짓 차가 들어설 수 있는 작은 주차장이 있고 또 그 옆으로 주황색 기와를 이은 집이 보인다. 주차장 뒤 켠으론 연두색 양철 지붕이 길게 늘어진 건물이 있고 그 너머로 피부관리실 건물과 새마을금고 그리고 여타 몇 개의 높은 건물들이 싱숭하게 서 있다. 그런 모든 것들의 너머로 하늘이 보이는데 그 때 구름이 두텁게 가려 멀리 산마루가 보였던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여하튼 이렇게 세세하게 설명을 늘어놓을만한 풍경은 아닌 것이다.
설명할만한 풍경이 아님을 알리기 위해 설명을 늘어놓고보니 열없다. 하지만 소요유 내 자리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특별함이 없는 맹맹한 일상이 거기에 놓여있다는 것이 신경을 풀어지게 한다. 커피 한 잔을 받아놓고 책을 읽다 글을 쓰고 가끔 담배를 태우러 나갔다 온다. 문 밖으로 바람이 풍경을 흔들고 가고 겨울 해가 구름을 밀어낸다. 드문드문 사람들이 지나고 그 보다 드물게 차가 지난다. 커피가 줄어들고 그 만큼 시간이 흐르고, 책갈피가 넘어가고 책장 수 만큼 또 시간이 쌓이고, 노트가 메워지고 역시 그 만큼의 시간이 오후 위로 더께진다.
그러면 그 아무렇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은 풍경을 거닐어 그녀가 왔다.
......
난 이젠 더 이상 소요유에 가지 않게 됐지만 말이다.
..zz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