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숨바꼭질" 리뷰 (약스포)
- 작성일
- 13-08-17 03:04
이 영화의 감독은 잘빠진 호러 단편영화를 내놓았던 감독으로 이번이 장편 데뷔작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감독의 호러 영화 연출 능력은 아주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평을 보면 대부분 실망스럽다는 사람들도 '무섭긴 무서웠다'는 이야기는 거의 공통적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영화를 앗싸리 호러영화로 만들었다면 훨씬 더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스릴러물로서의 소양은 매우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영화의 긴장감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스킬 같은게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쓸데없는 부분에서 과도한 긴장감을 조성하다보니 초중반에 힘이 쭉 빠져 정작 힘을 줘야 할 후반부엔 "영화가 얼른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캐릭터 설정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특히 관객들은 주인공 가족에게 전혀 감정이입을 하지 못합니다.
이 영화를 논하는 사람들 중에 "주인공 가족이 죽기를 바랬다"는 사람이 많았고 저 또한 공감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감독이 약간의 계급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르적으로 볼때 좋은 시도 같지는 않습니다.
모두가 입을 모아 아쉬워하는 각본상의 헛점들은 셀수 없이 많습니다.
그럴듯한 도시괴담 소재와 멋진 연기를 하는 연기자들, 재능 있는 감독을 모아놓았지만 구멍뚫린 각본은 모든 것을 빛을 바래게 했습니다.
적어도 스릴러 장르를 다룰때에는 좀 더 "왜?" 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각본을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니면 차라리 공포물로 가던가요.
그래도 영화는 후반부 이 영화 최대의 반전이 나올 때까지는 봐줄만 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호러물에 재능이 있는 감독의 연출과 흥미로운 소재, 노련한 연기들로 어찌어찌 후반까지는 끌고 갔습니다.
그러나 그 후 종반부 약 15 분은 끔찍합니다.
앞서 언급한 각본상의 헛점은 너무나 크게 보이고, 정체가 밝혀진 악당은 더이상 무섭지 않으며, 진상 가족으로 찍힌 주인공의 가족의 울부짖음은
전혀 공감되지 않는 소음에 불과합니다. 몸을 날리는 연기자들의 투혼이 애처롭기 까지 합니다.
이 영화의 총체적 약점들을 모두 응집해 놓은 종반부를 차라리 통채로 들어내버렸다면 훨씬 더 나은 영화가 됐을 겁니다.
우리나라 영화에서 종종 보이는 아쉬움입니다. 왜 감독은 여운을 남기며 끝내지 못하고 정해진 결말로 꼭 마무리를 지으려고 할까요?
인셉션의 마지막 씬에서 굳이 팽이를 끝까지 넘어뜨리지 않는 것을 보며 디카프리오가 오열하면서 마무리를 했다면 명작으로 남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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