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제가 한국행으로 인해 목돈을 썼고, 대학원의 생활은 언제나 쪼들리기 때문에 이번 여름에 조교신청을 했습니다.
5-6월 조교를 하면 좀 고학년 수업 채점 조교를 하기 때문에 아주 편한데, 6월에 한국을 다녀오므로 못하고

7-8월에 있는 일반물리를 조교하게 되었죠. 이거 밴쿠버 와서 처음으로 조교했다가 굉장히 고생했던 수업입니다. 핵물리랑 전자기학, 회로 등등의 실험인데, 제가 별로 안좋아하는 물리만 모아놨음. 핵물리도 깊게 들어가면 재밌지만 일반물리에서 가르치는 건 겉핥기로 원리 없이 외우는 거라 무척 지겹죠. 게다가 처음이라 실험도 낯설고 학생들이 하는 질문도 잘 안들리니 멘붕 -_-

지금은 그때보단 잘들을 수 있으니 하는 마음에 신청했는데,

역시 여름에 하는 수업들은 힘듭니다 ㅠ 너무 일정이 타이트해서 지난 주 시작했는데 실험한번하고 오늘은 중간고사 봤습니다. 강사가 중간고사 보자마자 채점을 하자네요?

2011년에 박사졸업한 강사가 수업 가르치는데, 얼마나 미숙한지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교수들은 정말 수업관련해서 노련한 거였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듭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시험 전 질문시간을 가졌는데, 강의실을 잘못 빌려놓고 늦게 나타나서 학생들이랑 문밖에서 기다리게 만들더니만

오늘 시험에선 시험문제를 모순이 생기게 출제하지를 않나,

물리시험이란 것이 언제나 유효숫자 표기가 중요한데(정답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서는 소숫점 몇번째 자리까지 유지하면서 계산하고 결과는 몇번째 자리까지 쓰는지가 중요합니다. 물론 전 게으르기 때문에 저런 거 싫어합니다. 그럼 그냥 기호만으로 이루어지도록 답안을 요구하면 되죠.) 그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답안이 중구난방.
그래서 정답에서 유효숫자가 몇개냐라고 물어봤더니 그냥 대충 하라고 -_-

원래 교수에 비해 패컬티가 아닌 강사들은 평균 점수라는 것에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럼 평균을 높이면서 변별력을 주기 위해 머리를 써야지(문제마다 기본적으로 답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넣어놓고 배점을 높게 하면 됩니다),  제대로 된 채점 플랜조차 만들어놓지 않아놓고 그냥 점수 잘좀 주라고 옆에서 압박을.

전 채점할 때,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점수가 같으면 형평성 어긋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수 다 찾아내서 감점 처리합니다. 같은 실수내용에 대해 중복감점하지 않지만 내용이 다른 실수들은 따로 다 찾아내서 감점을 줍니다. 너무 심하다 싶으면 감점의 크기를 좀 더 작게 하면 되죠. 깐깐 부지런? 그런 건 저랑 아주 거리가 먼 얘기죠. 제가 원하는 건 형평성에 대한 제 최소한의 의무수행입니다. 그래서 하여간 채점을 해놨느데 와서 이거 다 고치라고 -_- 그러고 저 옆에서 과락할 거 같은 사람 숫자 세고 있더군요.  

힘이라는 벡터에 대한 성질에 대한 무이해로 비롯된 답안을 숫자 몇개 끄적였다고 어떻게 부분점수를 주라는 건지. 저런 식으로 채점하면 정말 편하죠. 답안이 나오는 과정에 대한 고민없이 그냥 어 좀 썼네. 그럼 반점 이런식으로 채점하면 채점 시간이 무척 줄어들죠. 그러나 다른 것도 아니고 물리를 한다는 사람이 어떻게 문제에 대한 이해도를 고려하지 않고 채점을 한단 말입니까.


덧)아, 채점도 그렇습니다. 조교가 총 6명인 수업인데 2명은 오후에 실험조교가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일당 받으면서 4명만 채점을. 아니 이렇게 어리숙하게 일처리를 하는 사람이 어떻게 박사를. 그러면서 학생들이 30% 안에만 들면 엄청 좋아들 한다며 자기는 30%면 울고있었을 거라고 얘기하는데 정말 얄미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