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집트에 대한 나의 생각.
- 작성일
- 13-07-04 22:20
이집트 대통령 무르시와 무슬림 형제단을 축출하려는 움직임이 세계를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제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중동외교정치 교수님이 페이스북에 쓰신 글이
있어 퍼옵니다.
소식을 접하면서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말을 풀어야 하는건가, 하고 있었거든요.
밑에 방석삼촌말처럼 무르시같은 사람이 축출되는건 맞다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이집트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국민투표로 뽑힌 대통령이
정권이 교체된 지 1년만에 다시 무력과 쿠테타로 실족하고 다른사람이 정권을 잡는 게 저는 좀 무서워보이네요.
이 방식으로 쉽게 정권 교체가 된다면 또 다른 이익을 도모하는 이들에 의해 다시 한번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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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못자고 CNN, BBC 그리고 알자지라를 돌려보고 있다. 마음이 많이 무겁다.이집트에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보도가 속보로 들어온다. 최종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은 가택연금 상태이고 무슬림형제단 의장 등 주요인사들은 출국 금지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오고 있다. 아무래도 또다른 정치변동의 조짐이 확실해보인다. 혁명에는 반드시 따른다는 테르미도르의 반동... 그 짙은 데자부를 지울 길이 없다. 무슬림형제단의 무르시 대통령은 과연 자코뱅파 로베스피에르의 운명을 짊어지게 되는걸까? 왠지 유사한 궤적을 걸을 것 같은 느낌...
30년 넘게 무바라크 밑에서 일방적으로 억압당하면서도 별다른 저항을 보이지 못했던 이집트 국민들은 독재자와 군부를 몰아낸 후 자신감을 얻었다. 봇물터지듯 정권퇴진 구호를 쏟아내고 있다. 또 바꾸자는 것이다. 작년과 재작년, 카이로에서 만났던 청년동맹 리더들은 내게 씽긋 웃으며 맘에 안들면 언제든 거리로 나가 다시 정권을 끌어내리겠노라 호언했다. 그들은 "We did it once!" 라 말했다. 그렇다. 영구권력인줄만 알았던 무바라크의 하야는 대중들을 압도하던 공포의 베일과 무기력의 베일을 벗겨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대통령이든 누구든 맘에 안들면 '거리에서' '바로' 바꾸겠노라 결연히 천명했다.
독재자에 대한 공포의 비늘을 눈에서 걷어내는 것이 자유화, 민주화의 원초적 단계다. 이집트는 분명히 그 문지방을 넘었다. 더이상 이집트 국민들은 전체주의적 권위주의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피를 흘리더라도 싸우고 또 싸우면 자신들의 손으로 역사를 바꿀 수 있음을 믿게 되었다. 역사의 객체가 아니라 이젠 주체가 되었음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닌 것을.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 정치적 용기가 민주화의 원초적 덕목이었다면, 더 중요하고 조심스런 다음 단계의 덕목은 '인내와 타협'이어야 한다. 이는 얼핏 비겁하고 용렬해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전자가 불의를 해체 deconstruction 하는 동력이라면 민주화를 세워나가는 construction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동력은 인내와 타협이다. 참고 참고 또 참으면서 선거와 합의된 의사결정틀 안에서 싸우는 '세움'의 단계다. 이집트는 디컨스트럭션의 단계에서 컨스트럭션으로 나가야 하는 시점에 서있던 바, 이번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이집트 대선은 공정했다. 제대로된 첫 선거를 통해 등장한 새정부가 이집트 경제를 1년만에 정상화시키고 번영을 예기하는 거시경제 지표를 나타낼 수 있으리라 믿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애초부터 가능한 과업이 아니었다. 무르시 정부의 실책은 저항세력 즉 야권의 다수가 세속주의, 자유주의자들임에도 이들을 배려하지 않고 독자적 이슬람 정치 규범을 강권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중세 회귀의 두려움을 느낀 자유주의자들의 불안감 상승은 필연적이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렀다.
사실상 정통성은 현 무르시 대통령에게 있다. 명분에서 반정부 시위대는 약간 밀리는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현시점에서 쿠데타의 환경을 조성하는 대중들의 시위는 갈길이 먼 이집트 민주화 여정에 여러모로 어려움을 깔게된다. 나름 정당한 선거 결과 출범한 정부를, 정상적 탄핵절차 아닌 시위와 무력으로 무력화하는 순간 민주화의 길은 정로에서 이탈한다. 현시점에서 바람직한 대안은 쿠데타가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정치협상 프로세스를 구축해서 선거일정을 앞당기는는 등의 옵션을 택해야 한다. 그래야만 형식적이나마 선거의 가치를 지켜내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작은 불씨 하나 잘 지켜내고 살려내는 것이 민주주의 컨스트럭션의 핵심이다.
만일 쿠데타, 군부의 무력으로 무르시가 실각하게 되면 선거의 중요성은 이집트 국민들의 인식에서 격감하게 된다. 대중들은 권력이 투표용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미단 따흐리르, 즉 해방광장의 시위와 투석을 통해 얼마든지 세우고 허물 수 있으리라 믿게 된다. 이는 계속해서 민주화 여정상 '해체 단계'에만 머물러 있게 만들 위험이 크다.
사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인근 국가에의 여파 확산 여부이다. 무르시 대통령이 속해있는 무슬림 형제단은 범 아랍권에 퍼져있다. 1928년 하산 알반나의 반식민투쟁의 노선과 연원을 공유한다. 만일 이번 사태가 극단적인 갈등국면으로 고조된다면 아랍에 산개한 무슬림형제단 및 이들과 연대한 이슬람 정치세력은 지하 투쟁을 시작할 지 모른다. 이 경우 과거 알제리 이슬람 구국전선이 집권직전 군부에 의해 축출된 이후 지하투쟁세력화하며 나타난 지옥도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치명적인 결과를 예상케한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은 사다트를 암살했고, 아부심벨을 관광하던 독일, 일본 관광객들을 거침없이 사살한 역사를 깆고 있다. 이들이 권력에서 강제로 축출될 경우, 극단적인 증오심으로 인근 아랍국 무슬림 형제단 및 하마스 등을 결집, 국제적 대투쟁 지하드에 나서기라도 하면... 알제리는 유도 아니게 된다. 일단 팔레스타인, 여르단, 시리아 등이 확 바뀌게 된다. 정말 모골이 송연하다.
때문에... 미국은 지금 정말 돌아버릴거다. 아시아 피봇좀 해보려고하면 이런 일들이 중동에서 뻥뻥터지기도 하거니와, 비록 이슬람 세력이지만 우여곡절끝에 무사히 선거를 치루어 구성된 정부가 1년만에 실각하게 된다면 도대체 어찌해야 하는 건지. 더우기 미국은 이집트 군부와 무지하게 사이가 좋지않다. 그래서인지 백악관과 국무부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커멘트가 나오지 않고있다. 회색지에서 머물러 있으려 할 것 같다.
암튼... 아랍의 봄에 제일 중요하느변곡점에 다다르는 느낌이다. 더불어...
deconstruction에서 construction으로 이어지는건 정말 어려운 일임을 절감하다.
새삼 우리나라 지난 민주화 투쟁의 그 마디마디, 숱한 절망과 아픔과 고통이 절절히 다가온다.
이렇게 어려운 길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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