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 저는 화생방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 작성일
- 13-02-04 17:57
최루탄 연기를 맡아보긴 했습니다만
군대에서 화생방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53사단 신병훈련소 출신인데요,
화생방 훈련 잡힌 날 비가 왔어요
그래서 그냥 실내에서 이론교육 받고 쪽지 시험 봤어요
신병교육대 마치고 TMO 타고 잠들었다 깨니까 용산역이었어요
그리고 광명의 어느 향토사단 연대본부에 최종 배치되었어요
행정병계의 해병수색대라 불리는 '연대 작전과 교육계원'이었지요
내무실에선 만날 내무생활 제대로 안 한다고 갈굼 당하고
사무실에선 만날 야간작업 안 하고 내무실에서 삐댄다고 갈굼 당하고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일이 없어도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삼국통일을 대체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암튼 짬이 조금씩 찰수록 저는 야전훈련에 너무 목말랐습니다
교보재와 교범은 물론 실탄까지, 교육과 훈련에 관련된 모든 공문을 제가 만들었기 때문에
훈련이 얼마나 많은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그 흔한 병공통과제, 남들 다 하는 태권도교육에도 저는 참가시켜 주지 않았어요
말이 교육계원이지 작전, 교육, 정훈, 화학 업무를 다 봤습니다
매일 아침 연대장에게 상황보고를 올리기 위한 지휘통제실 상황판도 제가 말년까지 썼고요, 연대장과 부연대장의 훈련지도수첩은 물론 각종 사적인 문서들도 모두 대필해서 제가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하 중대장들을 비롯한 간부들과는 매우 친했어요
교범과 교보재 불출을 해주는 것이 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양반들 시험문제도 제가 냈으니까요 (시험문제 빼돌리려고 온갖 작당들을...)
그래서 짬이 좀 찬 이후에는 중대장들을 몰래 꼬셔서 사격훈련에 따라갈 시도를 한 적도 종종 있었어요
물론 걸리면 그 중대장은 우리 작전과장한테 혼나겠지요
본부중대 사격훈련은 딱 한 번 갔었네요 (과장 몰래 갔는데 오전에 잘 쏴서 오후의 연대대항전에도 나감 ㅎ)
그렇게 훈련에 목말라 있던 저에게 유격훈련은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였죠 -_-;;
마침 당시 사단장이 "나도 열외하지 않을 테니, 연대장들도 모두 훈련에 참석하라!"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었죠
저도 완전 들떠서 유격훈련을 받기 위해 훈련복과 철모를 멋지구리하게 준비해놨었는데
두 번 모두 못 갔어요
교환병들도 번갈아가면서 모두 훈련에 참가하였는데
저는 훈련기간 내내 부대에 있었어요. 교대로 근무하는 교환병 한 사람과 말이죠...
또 삼국통일만 실컷 했지요
나중에 작전장교님께 왜 저만 열외시켰는지 물어봤어요
(그 양반이 저를 유독 아끼긴 했어요)
그랬더니 그 양반이
"만약에 아무도 없는 부대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딱 한 사람만 남겨야 한다면, 넌 우리 부대원들 중에서 누굴 남기겠니?"
"음..."
"그게 너야"
어? 결말이 왜 이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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