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요새 게시판들 보면 XX비어 우후죽순, 밥버거 우후죽순으로 생기는게 나오죠.
뭐가 된다싶으면 따라합니다.
커피가 좀 팔린다 싶으니까 앞라인에 커피숍 너무생겨서 서로 같이 죽는 형국이 되기도 하고.
(제 경우가 좀 그랬어요. 아오. 썅... 도넛 매출은 큰 타격 없는데 커피만 1/3됨.)

얼마전에 좀 씁쓸한걸 봤는데,
예전에 잘되던 돈까스집에 임대를 일년여 붙이시다가 결국 임대 붙은채로 폐점하셨더군요.
그냥 영업을 못하는 상황까지 간거죠.
어떻게해서든 자리라도 넘겨놔야 권리는 고사하고 보증금이라도 온전히 건지는데


3년전쯤인가 그 가게에 조그마한 현수막이 붙은 적이 있었죠.
"OO여고 XXX 서울대 합격" (그집 따님)

한참 돈 많이 들어갈 시기에 점포 빼지도 못한채로
그 모습 그대로, 주방집기까지 그대로 방치한 상태로 폐점되었다는건
단순히 가게 하나 없어진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곳도 맞은 편에 돈까스집 생기고 그 안쪽 골목에 돈까스집 또 생기고...
지역 인구가 줄어드는데 동일 업종이 늘어납니다. 기현상이죠.
(아니 이 조그만 촌구석 읍내에 돈까스집이 4곳이 유지되려면 이 촌 사람들 밥 안먹고 다들 돈까스만 먹어야 유지되겠네요.) 


장사가 안되면 가게세가 줄어들까요?
장사가 잘되니까 창업을 하는게 아니라 취업할 곳이 없으니 장사를 하게 되는 것이고
망한 자리에 더 높은 임차료를 내서라도 들어가야하는 상황이 되죠.
경기 안좋아도 건물주는 갑의 위치를 견고하게 합니다.
그냥 구조가 그래요.

서로 창업을 하겠다는데 가게세는 오르는게 당연하죠.
영업이익하고 가게세는 무관합니다.
그건 소비자와 점포와의 관계지 점포와 건물주와의 관계에 직접적으로 적용되진 않아요.

"청년창업 활성화" 같은 소리 하는 사람들은 정말 무책임한겁니다.
명백하게 oecd국가 평균에 비교해서 거의 두배수준으로 과잉인데 자영업자를 늘려요?
자영업자들끼리 경쟁붙이면 소비자가 득을 볼까요?
건물주가 득을 봅니다.

여기도 커피숍이 3-4배 늘었는데 커피가격은 오히려 올랐습니다.
임차료가 늘어나버리는데 서로 가격경쟁자체를 못하죠.
가게세가 비싸도 박리다매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죠.
박리다매한다는건 상권이 아주 크단 소린데 그런 상권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되겠습니까?

자가에서 운영하는 자영업자인지라 어찌보면 손익분기점 자체가 주위 점포들에 비해서는 낮습니다.
냉정하게 보면 남의 이야기인 측면도 있어요.

하지만 상도덕이란게 있고 왜 이런 작은 상권에서 같은걸 해서 서로 죽자는 식으로 창업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형태가 반복되면 그 가정들은 길거리로 내쫓기는 것이고 건물주만 신나는겁니다.
제품력이 특출나고 그런것도 아닙니다. 그게 그거인 수준인 제품을 가지고 프랜차이즈 본사만 배불려주는 창업을 해댑니다.


대학 합격 문구가 붙어있던 그 자리에 반쯤 뜯겨진 임대문구가 붙어있는걸 보니 저도 같은 지역에서 장사하는 한 가장 입장에서 맘이 너무 안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