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라는 정치관은 원래 진보사상의 곁다리로 나온 관념일뿐이죠.
- 작성일
- 13-02-19 11:37
보수적 사상이란게 원래 독창적 혹은 자생적으로 성장해온 사상이 아닙니다.
진보적 사상이 먼저 나온뒤 그것에 대한 방어 혹은 반발로 생겨난 관념일 따름입니다.
정치에 있어서 진보/보수라는 이념적 대립이 본격적으로 생긴게 프랑스대혁명이후부터라고 본다면..
프랑스대혁명의 사상적 토대가 되었던 루소의 사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루소가 한참 <사회계약론>, <인간불평등기원론>등을 쓸때에는 사실 이 정치사상이 얼마나 '위험한' 사상인지
지배계급에서는 깨닫지 못했죠. 당시 루소의 책은 귀족들뿐만 아니라 왕족들도 즐겨읽는 책이었습니다.
루소의 사상뿐만아니라 18세기 계몽사상이라는 것 자체가 당시 지배계급이라고 할수있는 귀족출신 지식인들에 의해서
탄생된 것이죠.
최근에 읽은 책중 <루소의 개>란 책이 있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당시의 계몽사상이 주로 누구에 의해서 소비되고 유통되었는지 분명히 알수있습니다.
18세기 계몽사상이 주로 토론되어졌던 곳은 오늘날 상상하는 것처럼 노동자들의 집회나 비밀스런 모임에서가 아니라
주로 귀족들의 사교모임장이었던 쌀롱에서였죠. 루소나 볼테르, 달랑베르, 디드로, 흄, 돌바크등의 책등이 토론되고
논의된 장소라는 이야깁니다. 단지 토론만 되었던게 아니라 인민의지라는 개념으로 프랑스대혁명의 사상적 아버지가 된 루소의
정신적 혹은 재정적 후원자들을 보면 주로 귀족들(특히 귀족부인들)이었고 심지어는 루소가 영국으로 망명했을 시기에
당시 영국 왕이었던 제임스 2세로부터 연금까지 받을뻔 하기도 했었죠. 루소가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면서 기회가 무산되긴 했습니다만..
이처럼 18세기만 해도 계급대립이 첨예화되기 전이어서 진보적 사상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을 망라하고 소위 교양있는 귀족,
혹은 지식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수용되고 소비되는 사상이었던 것이죠. 당시 진보/보수의 이념적 대립을 보여주었던 대표적인 화두는
종교에 대한 입장차이라고 할수있습니다만 종교에 대한 비판으로서의 계몽주의에서 볼수있었던 것처럼 지배계급내부에서 자생적으로
태동한 것이었기에 오늘날 생각되는 것처럼 계급적 입장차이에 기초한 정치적 이념대립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볼수있었던 겁니다.
그러나 프랑스대혁명때 로베스삐에르가 루소사상을 자신의 정치적 이념으로 채택하고 루이 16세의 목을 자른 뒤
소위 좌파/우파의 이념적 대립이 분명해졌다고 볼 수 있죠. 우파는 진보적 사상이 그 사상자체만으로도 자신의 체제를 위협할수있는
위험한 숙주가 될수있는지 이 사건이후로 깨닫게 되죠. 대혁명이후의 프량스역사는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볼 수있는 것처럼
혁명적 인민주권사상으로 무장한 대중들과 구체제를 보호하려는 귀족들의 반혁명이 서로 교차하는 역사였습니다. 진보/보수의 정치적
이념대립이 본격화되었다고 할수있던 역사죠.
19세기에는 맑스에 의해 노동계급과 자본계급사이의 계급투쟁을 분명히 하는 사상이 탄생하였고 또 이에 대한 반발로 맑시즘에
대한 보수진영에서의 비판이 나왔을 따름이죠. (자유주의 혹은 보수진영에서 맑시즘을 비판하기위해 아담 스미스를 거론합니다만
아담 스미스도 18세기에는 계몽주의 정치사상의 일부였을 따름이죠. 아담 스미스의 절친이 바로 데이비드 흄이었는데 흄은 당시 영국에서
대표적인 무신론 철학자였죠)
결국 이 때 이후부터 오늘날까지의 정치적 이념대립의 역사라는 것을 살펴보면 앞서 이야기한것처럼
진보적 사상이 먼저 탄생한 뒤 그것에 대한 관성적 반발 혹은 자기방어의 목적으로 보수라는 관념이 발생하였던 것이지
마치 진보라는 이념과 보수라는 이념이 동등한 이념적 대립의 차원에서 서로가 다투는 것으로 생각해선 곤란하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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