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친구중에서 선을 백번을 넘게 본 녀석이 있습니다. 100번까지는 셌다고 하는데 그 이후엔 포기했습죠.

아마도 120-130번쯤 선을 봐서 결혼에 성공했습니다.

조건도 좋고(요새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스펙 좋습니다. 좋은 직장, 좋은 집안, 명문대출신 다 갖췄지요.) 

눈이 높냐구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100여번 선을 봤지만 지가 싫은 경우는 열에 한번이 아니라 스무번에 한번 될까 말까.

전부 상대가 싫다고 해서 쫑났지요.

이놈이 성격도 좋고 다 좋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런 놈 없다고 하죠. 근데 여자들이 싫어하는 이유는 뭔지 잘 모르겠지만 저나 주위 친구놈들이 평하기로는 쉽게 말해서 <남자판 송은이>인겁니다. (송은이씨에겐 대단히 죄송...ㅠ..ㅠ)

뭔고 하니 사람은 좋은데 여자한테 있어서 이성적인 매력은 없어요. 선보고 몇번 만나다가 채였을 경우도 공통적인 이야기라합니다. 좋은 사람인데 남자로서는 와닿지가 않는다. 좋은 여자 만나셨으면 한다...이런거죠.

결국 40이 가까워 오는 30대후반까지 의지와 반하게 강제로 숫총각. (얘는 업소 이런데 안갑니다. 저 처럼.)

어여둥둥.

120-130회쯤에 간신히 좋다는 여자 만나서 결혼에 성공합니다.

애도 낳고 돌잔치도 하고 행복한 듯 했지요.

근데..

전화가 왔었습니다. 그리곤 쌩뚱맞게 부부관계 횟수를 물어보는겁니다.

"그런거는 가족끼리 하는게 아니다. 불경스럽다.ㅎ"

"진짜. 결혼하고 애 낳고는 안하는거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물어봤습니다. 평소라면 이런 질문할 놈이 아니니.

난생 처음 지 좋다는 사람 만나서 결혼해서 애도 낳고 좋았답니다.

근데 임신한 이후에도 전혀 몸에 손을 못대게 하고(애한테 안좋다고.)

출산하고 1년이 넘게 지나도 몸에 손을 못대게 해서

너무 힘들어서(?) 진짜 왜이러냐고 물었다네요.

이런식으로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세부표현은 좀 다를 수 있는데 문맥은 다음과 같음)

오빠는 참 좋은 사람이고, 정말 좋은 남편이고, 좋은 아빠야.

근데 난 오빠가 남자로서 느껴진적은 한번도 없어. 미안하지만 그게 사실이야.

내 몸에 오빠 침이든 어떤 체액이든간에 묻지 않았으면 좋겠어. (침하고 체액은 너무 임팩트가 강해서 그대로 옮겨봅니다.)

내가 나쁜것도 인정하고 오빠한테 못할 행동이란것도 인정해.

정 힘들면 업소같은데 가도 뭐라고 안할께. 내 몸에는 손 대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하더군요. 여기서 이놈이 좀 슬픈 감정이 올라오는듯...

옮긴 이야기를 다시금 옮기니 의도치 않은 축소나 혹은 과장된 부분도 있겠습니다만은

하나 확실한게 여자분은 이놈을 원래 좋아하지는 않았단거죠.

부부란게 살다가 시큰둥해지기 마련이긴 합니다. 저도 집사람하고 옛날처럼 알콩달콩하진 않습니다.

단지 연애시절과 신혼초의 그때 그 감정이 손끝과 뇌리에 남아있는거죠.

근데 이건 애시당초 안좋아한거죠. 그게 이녀석한테는 쇼크인거고.

다른 부부 심리상담을 제가 할 입장도 아니고 연애경험도 일천하니 뭐라고 이야기해줄 수는 없고 예전에 노조 부위원장님한테 받았던 부부 심리상당하는 클리닉 번호를 찾아 알려줬습니다. (07-08년 당시 이랜드건 때문에 집사람하고 저도 트러블이 많았고 저도 우울증 증세가, 집사람도 심리상태가 평소와는 많이 달라서 추천받은 곳이 있었습니다.)

선을 보지 말아라는게 결론은 아니구요.

뭐랄까 연애라는것. 더 나아가 결혼이라는 것. 혹은 남녀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참 여렵다는 생각이 다시금 듭니다.

내 아이를 낳아주고 나를 꼼꼼하게 위하지만, 사랑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고 다른 여러요소로 인해 결혼하게 된 것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참사랑을 만난다는 것은 복인 것 같습니다.

첫사랑이 참사랑인데 인연이 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추억만으로 남을 수도 있죠.

그것도 어찌보면 행복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추억조차 없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을테니까요.

좋은 인연을 만나고 그 인연을 다시금 아름답게 싹틔워서 한 가정을 꾸린다는 것.

말은 쉽지만 여러 난관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문득 왕자파스님의 아랫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