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최초의 세계 수학올림피아드 세계 1위라는 글을 보고 나니..

고등학교때 친구 녀석이 떠오르네요.


지금도 모교에서는 후배들에게 '너희 선배중에 그런 선배가 있었다' 얘기해주곤 한다는데...



그녀석이 2학년때부터 IMO 대표로 뽑혔었는데...

가끔 과학고 출신중에서 그런 친구들이 있긴 했다지만, 일반 인문계 출신중에서는 그 녀석이 울나라 최초였다 하더군요.



그녀석이 공부하던 책이 생각납니다.

숫자는 별로 없고 영어문장만 써 있는 책이기에...


'수학공부 안하고 영어공부하니?'

물었더니... 수학책이라고... --;



아.. 이 녀석이 공부하는 수학의 세계는 내가 공부하는 정석의 세계와는 다른 차원의 세계구나 싶었던...



방학이 되면 올림픽 나가는 국가대표들이 태능에서 합숙하며 훈련하듯..

그녀석은 대전으로 합숙훈련 가곤 했었죠.

다른 대표선수들과 함께 특별 관리 받으며 따로 교육을 받는다고...



여튼.. 그녀석은 고교시절...

저희 모교의 자랑이 되어 조회시간 교장선생님이 그녀석의 IMO 금상 수상 소식을 친히 전해주시며..

그 녀석 팔을 잡고 전교생이 다함께 '만세 삼창' 했던건.. 아직까지도 고딩 친구들 모이면 나오곤 하는 술안주거리가 되었네요.



그렇게 그녀석은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서울대 수학과에 합격을 했죠.

그리고.. 고교 졸업후 대학 입학하기 전인 2월말의 어느 주말에...


저희 'APORIA'선배들이 신고식을 치룬다며 저희 동기들을 신림동으로 불러내어 술을 진탕 먹여주셨죠.



저는 체질상 술을 못해서.. 소주 한 잔에 그대로 한바탕 오바이트 난리를 치루고...

정신은 말짱한 상태에서 몸만 술을 이기지 못해 고통스러워하고 있었고...

공부만 하며 살았던 그 녀석은 술 몇잔에 그만 인사불성 상태에 빠지고 말았고...



그렇게 '첫 신고식'은 짧은 시간에 싱겁게 끝나고 말았는데...



그녀석과 저는 집이 같은 방향이어서 선배가 태워준 같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죠.

그 택시안에서 그녀석이 저를 붙잡고 했던 넋두리가 잊혀지지 않네요.


'일주매야. 난 문과를 가야했어. 난 수학이 싫어. 난 법대를 가야했어'



그 얘기를 들으며...

이녀석이 수학 국가대표로 관리받으며 살아온 지난 2년간의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었나보다 싶었던...



하지만 그 녀석은 결국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서울대 인공폭포에서 폭포수를 맞으며 도를 닦는다는 허풍 같은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어느날 홀연히 잠적...


나중에 알고보니 인도로 수행을 떠났었다고...



결국 졸업은 못했다고 들었네요.



지금은 지방 소도시의 수학학원에서 강사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던데...



써클 OB모임이나 동기들 모임때 오라고 해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고등학교때 이 녀석은 뭐가 되도 될 거라 생각했었는데..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이 남는 친구네요.




IMO 얘기가 나오길래 친구 생각이 나서 한 번 끄적여 봤습니다.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