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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효용은 현재 시간을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다. 시계에는 초, 분, 시를 나타내는 세 개의 바늘이 장착되어 있으며, 기능에 따라 달력 기능까지도 갖춘 시계도 있다. "지금 몇시인가요?"라고 물으면, 전자 시계를 가진 사람은 종종 초까지 말해준다(정확성의 불필요한 과시!). 이에 비해 바늘 시계를 가진 사람은 몇분 전, 몇분 후를 알려준다. 즉, 일상 언어에서 전자 시계는 현재의 시점만 알려주지만 바늘 시계는 과거와 미래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 상대적 위치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호우시절>(2009)은 스촨성 청두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동하(정우성)가 시차를 조절하기 위해 시간을 한시간 거꾸로 돌리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영화는 마치 동하가 시간 여행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동하는 미국 유학시절 사랑했던 메이(고원원)를 우연히 만난다. 그리고 그 때 이루지 못한 사랑의 매듭을 짓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다.

<호우시절>에는 시간과 관련된 상징들이 여기저기 늘려있다. 애초에 영화는 2008년 5월 스촨성 지진에 대한 옴니버스 영화로 기획되었다. 이 때문에 주인공 동하도 지진으로 파괴된 청두 재건 사업을 위해 파견된 중장비 회사 팀장이다. 지진이 일어난 5월달과 같은 이름을 지닌 메이는 지진 때 남편을 잃고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하는 겨울과 여름이라는 두 계절을 이름으로 가진 남자다. 그는 차가움과 따뜻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겨울을 여름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왜냐하면 그가 몸담고 있는 건설회사가 매몰된 시체를 수습한다면, 그 자신은 메이를 아픔으로부터 구출해내기 때문이다.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라는 뜻의 '호우시절'은 과거에 이루지 못한 사랑을 현재에서 이루어낸다. 그래서 영화 마지막에 비가 내리면서 앞으로의 두 사람의 시간이 좋은 시간이 될 것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동하의 시계에서 시작되었다. 시계는 시간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었던 옛 사랑을 불러내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 것이다.


2012.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