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서의 잡설] 왜 던킨은 상대적으로 약세가 되었을까?
- 작성일
- 12-08-10 18:29
spc라는 회사는 샤니-삼립-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던킨도넛 등의 브랜드를 가지고 사실상 해당업계를 완전 석권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꽤나 알짜기업이죠. 부채가 없어요. (제가 요 회사 재무팀 출신..ㅎ)
오늘 잡설을 늘어보고 싶은 것은 사회정의(?)나 옳고 그른 이야기같은 각도보다는 그냥 사업이란 측면에서 건조하고 짧게 말해보고 싶습니다. 어찌되었건 영세자영업자신분이 되었으니까요.
이 회사의 각 브랜드는 꽤나 유명합니다. 아마도 전국민 대다수가 파리바게뜨-던킨-배스킨을 알겁니다. 로고만 봐도 맞추겠죠.
특히나 파리의 경우 순수 국내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키워냈죠.
그런데 이 브랜드들 중에서 던킨은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주춤합니다. 점포수도 정체가 되었고 폐점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왜 이럴까요?
저는 각 점포가 뭘 먹고 사느냐로 보고 싶습니다.
1. 파리: 빵팔아서 먹고 삽니다.
2. 배스킨: 아이스크림 팔아 먹고 삽니다.
3. 던킨: 도넛팔아 먹고 삽니까???
3번이 틀렸거든요. 도넛에서는 마진이 별로 남지 않습니다. 게다가 도넛을 매출볼륨자체가 작아요. 파리보다 좋은 자리에 던킨이 통상 위치하는데 임차료는 높고 빵과 도넛 매출을 비교하면 비교도 안되게 도넛의 매출파이가 작습니다. 실제로 영업이 잘되는 던킨의 경우 음료매출로 먹고산다고 봐야됩니다. 빵이 주로 나간다면 던킨을 할 이유가 없죠. 파리바게뜨를 해야지.
근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1번 파리바게뜨근처에서 경쟁점이 생긴다 칩시다. 개인제과점 혹은 크라운이나 뚜레주르가 아작이 납니다. 식빵 100원 팔기 행사등 철저하게 나와바리 치고 들어온 경쟁점을 죽여놔요. (제가 종로에서 파리바게뜨-배스킨 점장할 때 반세기를 이어온 무과수제과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브랜드가치도 우위에 소위 지역상권에서 국지전에서도 강합니다.
2번 배스킨라빈스? 인근에 다른 브랜드가 들어온다 한들 배스킨의 매출을 깍아내지 못합니다. (지금 파업사태가 나도 매출 감소 전혀 없다고 합니다.) 펄베리, 하겐다스 등등 이런저런 아이스크림 업체가 있지만 적어도 국내에서 배스킨하고 동일상권에서 맞대결하면 이길 업체가 없습니다. 대결자체가 성립이 안되요.
하지만.
던킨의 경우 해피팀등을 운영하면서 점당매출 하락을 처절하게 막아내려고 합니다. 이유는 이 브랜드는 음료로 먹고 사는 브랜드거든요. 그런데 커피나 여러 음료업체라고 시장을 정의했을 때 던킨은 상대적으로 취약합니다. 스타벅스나 커피빈 같은 대형브랜드가 들어오면 망하는건 당연하고, 이디아 카페베네 같은 소위 듣보 브랜드가 인근에 오픈해도 매출이 심각한 타격을 받습니다. 개인이 그냥 이쁘장하게 커피숖 내도 매출 줄어요..
던킨본사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역하나에 앞뒤로 점포내주고 역 안에도 내줘서 결국은 각 개별 점주들 피뽑았던 과거사례를 겪었고 무분별한 점포개설로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많습니다. 점포 하나하나를 내실있게 만들기 보다는 당장 오픈 많이 해서 본사수익 당장에 왕창 뽑자는 주의였으니 말이죠.
spc란 회사의 다른 브랜드와 달리 외적인 공격에 취약성을 갖는 던킨이란걸 하는 점주입장에서는 참 갑갑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언제든지 매출잠식 당할 요소가 많으니 말이죠. 아. 물론 이동네 상권에 다른 주요 음료 브랜드가 들어온다면 같이 죽을겁니다. 음료비중이 극단적으로 낮은 지역이니 말이죠.
순수하게 점주입장에서는 과거 파리바게뜨가 업계1위로 올라설때 처럼 개별상권에서 국지전에 능한 회사가 되어줬으면 하는 희망사항이 있습니다.
너무 대기업화 되어서 전국적으로만 보지 말고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