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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는 작년 12월 31일자로 했습니다.

근 10년동안 다니던 회사는 여러분도 잘 아시는 최근에 CJ에 인수된 대xxx이었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 거래처 구인관련 글도 몇 번 올린 것도 기억나네요ㅎ

다들 잘 아시겠지만, 다니던 저 회사가 주인이 바뀐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2008년에는 금X 아X아나에 인수 되었었고, 그 이전에는 민영화 되면서 동아XX의 수중에 떨어졌지요.

(그리곤 리비아리스크가 발생하면서 채무보증을 선 잘못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지요.)

자산 2조원에 시총2조4천억원에 달하는 거대한 대기업임에도 오너가 없어서 시장 논리에 따라 여기저기 인수설에 휩쓸려 다니기 일쑤였습니다.

제가 있을 때 회사는 한결같이 어려운 대내외 사정임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 하였습니다.

(법정관리 기간으로 부터 지금까지 년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딱 한번 이었습니다. 바로  리비아리스크 보증채무를 털어냈을 때였죠. 아마 3,000억원을 한번에 떨어냈을 겁니다. 이런 경우 잘 없습니다.ㅎ)

그럼, 회사가 어떻게 저렇게 성장할 수 있었는가,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직원들이 회사에 많은 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까요?

힘든 건 택배가 제일 힘듭니다. 관리부서는 보통 일일배송 통계 및 수지를 맞추는데 9시 넘어서 퇴근하면,

아침 간선배송 처리하고 배차처리 때문에 지방 점소의 경우는 아침6시에 출근하는 직원들도 부지기수였습니다.

택배기사들이 아프거나 사고로 펑크나면 할 수 없이 간선차 분류작업도 거들어야 합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설명절이나 추석이 되면 타 사업부서 사람들이 명절배송 지원을 나가는 풍습(?)이 있어서

내근직원들도 택배차를 할당받아 물량오버된 지역 지원나가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물론, 저도 나갔었지요ㅋ

그에 더해 숙직과 일직도 있어서, 월에 한번은 숙직과 일직근무를 한번 씩 서게 되어 있습니다. ㅎ

명절기간에는 돌아가며 일직근무도 섭니다 ㅎ 

이렇게 까지 근무 해 놓고 받는 급여는 업계 최저 수준이었지요.

(항운노조와 임금 협상 때 사측 기준에 미달해서 쫓겨난적도 있었으니까요 ㅎ)

그래도 직원들이요? 크게 불평 안하고 잘 따라주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회사의 경영방침은 인프라투자에 따른 고객유치 전략이라서 전국에 거점이 아닌 곳이 없었고,

매년 전략적으로 투자가 잘 이루어졌고, 직원들의 복리후생도 법정관리 이후로는 매년 회복되었습니다.

(IMF때부터 줄곧 정체되어 있었으니 뭐...회복이라는 표현이 맞겠지요.)

한마디로 회사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거죠. 다른 말로는 비전이라고 할까..

내가 지금 힘들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

어찌보면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할 겁니다.

그 믿음은 회사가 금x 아xx나그룹의 M&A로 정점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던 회사가 그룹에 인수되고 나니 사정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회사의 구조조정차원에서 명예퇴직,조직개편은 으례 늘상 붙는 것이니 이해할 수 있는데,

돈줄이 막혀 버린 겁니다.

정확히는 막아버렸다고 해야겠지요.

그야 당연하지요. 자금이 없어 여기저기 금융권대출,풋백옵션같은 전략투자자 지분유치,펀드 조성으로 모은 돈인데, 누가 이자수익 없이 빌려주나요.

형편이 이렇다보니, 당장 버는 돈은 버는 족족 인수대금+이자 갚기로 그룹으로 흘러들어가고,

커진 것은 매출 뿐인데, 이익은 변동이 없으니 실질적인 이익률은 내리막길로 돌아섰지요.

결국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회사의 자산팔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다른 계열사도 같이 묶어서 말이죠.

같은 회사에 다니던 동료직원이 한순간에 다른 회사소속으로 생 이별하는 순간을 맞기도 했지요

그런 추억들을 뒤로 하더니, 이제는 회사의 운명에 또 다른 주인을 맞는 것으로 흘러가더군요.

결과는 전문의 반복 입니다. 인수주체 오너라는 분의 과감한 지름을 보니ㅎ

이번에는 회사를 떠날 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고, 반년이 되어 가네요.

짧은 기간동안 회사에 있으면서 여러번의 M&A를 겪었더니 몇가지 교훈을 얻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인수주체가 외부자본을 끌어다 경영권행사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확보만 하는 것은 결국, 오너의 책임감이 없어서이다.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미래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수기업의 미래가 전제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재벌들아, 확실히 책임질 거 아니면 멀쩡히 잘 굴러가는 회사는 제발 좀 그만놔둬!

월요일 날 나가서 일 볼 생각은 안하고 빈둥거리면서 써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