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우선 대전제로 저는 보수나 진보라는 진영논리를 거부합니다. 그 잣대 자체가 거짓된 선전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본질적으로 정치에서 쓰는 외래용어인 보수, 진보, 권위, 자유라는 개념은 모두 기독교의 역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서구사회에서 유의미한 기준이라고 한국에서 통할 턱이 없죠. 한국 정치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국민들이 정치를 제대로 선택하는 데 가장 방해를 하는 프레임이 이 진보냐 보수냐 하는 진영논리의 틀이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학자들은 x 잡고 반성들 좀 하시길.

여튼 몇 가지 짤들을 찾아보죠.

무엇보다 먼저 인식할 것은 보수주의와 권위주의, 진보주의와 자유주의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일단 한국의 이 4 그룹의 분포를 살펴본 연구 결과가 한국 사회는 "보수 vs 진보" 가 아닌 "권위주의 vs 탈권위주의"의 대결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한국 정치의 맥을 가르는 쟁점은 보수 진보 진영논란이 아니라 가부장적 유교와 군사독재 배경에서 출발한 "권위주의"의 지속적인 유지(즉 권위주의를 보수적으로 지킨다는 말이 되겠죠. 그래서 보수라고 착각들을 하는 겁니다.)와 그 "권위주의"로부터 탈출하고픈 욕구 때문에 진보니, 개혁이니, 자유니 하는 개념을 막 끌어다 썼습니다.

여기서 보수당이 잘 뭉치고 진보당은 자꾸 분열하는 근본적 이유가 존재합니다.

권위주의는 정권 자체가 목표하는 바도 명쾌하고 과거에 수백년 간 획득된 역사적 선험이 있어 이미지가 명료합니다. 그래서 논란도 분명하고 해결도 권위적으로 빠르게 해결되죠.

하지만 탈권위주의 진영은 최초에는 "반독재"로 출발해 "민주"로 시대를 풍미하며 "노동" "자유" "개혁" "진보" 같은 개념을 막 갖다댑니다. 구 체제로부터 탈출하고픈 욕구를 10명이 가졌다면 과거에는 이들 중 8명이 반독재, 민주로 움직이다 두 가지 가치가 어느 정도 획득되자 새로운 어젠다를 찾아 2명은 노동운동을, 3명은 자유주의를, 2명은 개혁주의를, 3명은 진보주의를 각각 "외국"에서 찾아내서 수입해 옵니다.

따라서 권위주의를 보수란 이름으로 놓고 이에 대한 반대개념으로서의 진보 진영을 애써 설정해보지만 그 내막은 각기 지향점과 목표가 다른 소그룹들의 인위적 그룹핑이 있을 뿐입니다.

게다가 한국사회는 확실하게 권위주의를 혁파하지도 못 했습니다. 군사독재정권을 제대로 심판하지도, 매판독점자본을 심판하지도, 친일, 친미 사대세력을 심판하지도 못했죠. 투쟁 노래만 부르는 와중에 국가의 경제는 살찌워져 국민 다수는 배가 부른 사람들이 되어버려 투쟁의 메시지에 쉬 피로하게 된 것이죠.

결국 "독하지도 못한 주제에, 전혀 다른 여러 세력을 인위적으로 끌어모아, 그나마도 한국 자생이 아닌 외국 수입정신으로 도배된 무리"가 한국의 소위 말하는 "진보진영"입니다.

따라서 탈권위주의 그룹은 두 가지 노력을 해야 합니다.

1. 우리의 대척점이 말 같지도 않은 서구적 보수주의가 아니라 한국의 토착적인 "가부장적 유교" "군사문화" "사대주의"에 기반해서 성립된 "권위주의"라고 솔직하고 분명하게 적을 설정해야 합니다. 한 개념을 정의하는 가장 분명한 방식은 반대 개념과 대립 개념을 명쾌히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 정치의 구도를 설명할 때는 "권위주의"와 "탈권위주의"라고 하는 게 2013년 현 시점에서 가장 적합합니다.  이걸 정치 마케팅 편의에 의해 문국현처럼 "창조"라거나 안철수처럼 "상식"이라는 대척점의 구체성이 없고 우아한 추상적 개념을 들고 오면 정치 소비자인 국민들이 이해하기가 어려운 거죠.

2. 갈짓자로 갈리는 여러 탈권위주의 대안 중 중심이 될 새로운 대안을 어서 선택해야 합니다. 과거 "민주화"처럼 명쾌한 어젠다가 있어야 하죠. 그러나 민주화는 "일단 속박으로부터 탈출해보자"였을 뿐 "그 뒤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책이 전무했습니다. 그래서 정작 덜컥 정권을 잡고나서는 "자유주의"를 선택해버리는 우를 범합니다. 역시 미국산 수입품이죠. 그러나 자유주의가 경제적, 사회적으로 폭망하고 문제점만 야기하자 그 자체를 포장하던 "진보"란 이름도 상처를 입어 씨알이 안 먹히게 된 듯 합니다.

물론 저 두 가지 실천적 노력을 실행할 주체도 없어요. 죄다 수입산의 맞지 않는 옷을 입자는 진영들 뿐이니 뭐가 될 턱이 없죠. 반대로 권위주의는 수백년 전통의 국산품입니다. 유교를 수입해와서 수백년 간 완벽하게 국산화시켰고 사대적 군사정권 또한 완벽하게 내재적 국산화를 이뤘죠. 

어렵지만 우리 나라의 진보(라고 쓰고 "탈권위주의 진영"이라고 읽어야 함)는 사상적 국산화부터 이루어야 합니다. 수십년은 걸릴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심각하게 투자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더불어 적과 나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나의 개념이 가진 현실 문제를 인식하여 거기에서 해결을 모색해야 하죠.

이 연구를 보면 여전히 권위주의와 보수주의는 공통점은 있을지 몰라도 전혀 다른 것입니다. 자유주의와 진보주의도 완전히 다른 것이구요. 한국 구체제는 보수가 아니고 수구도 아니고 그냥 "권위주의" 하나의 개념으로 통일되게 설명해야 합니다. 소위 진보란 진영에서 스스로 자신의 적을, 자신의 대척점을 보수라고 하니 이게 게임이 되나요. 적은 보수라고 가장하고 있는 권위주의인데요....

재미난 건 이 연구인데 정당과 무관하게 한국 정치인 절대다수가 "자유주의 좌파"입니다.  

오세훈, 정몽준, 윤여준이 강기갑, 문재인, 노회찬과 같은 그룹이란 겁니다 ㅎㅎㅎ 이 연구결과가 엉터리란 말씀이 아닙니다. 도리어 훌륭하죠. 사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윤여준이 왜 안철수 멘토인지도 분명히 이해되는 거긴 하죠. 왜냐면 권영길이나 안철수나 윤여준은 정치공학적으로 완벽하게 한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거든요. 보수와 진보, 좌우 개념으로 나눠본다면 그렇다는 겁니다. 그러니 국민들이 윤여준의 안철수 지지에 의아해 했던 거죠.

사실 웃기죠. 그럼 한국은 온통 좌파국가인가요? 새누리당도 좌파정당이구요?

따라서 좌우 개념, 보수진보 개념의 진영논리는 한국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이건 오로지 기독교적 사유로 수백 년 이상 피를 흘려온 나라들이 가지는 시각일 뿐입니다. 

그런 연구가 없어 (물론 제가 못 찾았을 뿐이겠지만) 모르겠는데 권위주의와 탈권위로 깔끔하게 매트릭스 그리면 한국 정치세력, 정치인들의 분포가 명확해질 겁니다. 

또 탈권위 내에서도 방법적, 지향적 차이를 세분화해서 명료화시켜야 하구요.

여튼 결론은 "한국 사회는 아직도 유교적, 군사문화적, 사대적 권위주의로부터 탈출하지 못해 51.6%의 그냥 살던대로 살자는 무리와 48.0%의 어떻게든 바꿔보자는 무리가 첨예하고 대립 중이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