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업무 중이라 긴 글은 못 쓰는데, 게시판 여기저기서 지난 정권때 광우병 시위를 호도하려는 현상들이 보이더군요. 비단 엠팍만이 아니고, 곳곳에서 보입니다. 제가 눈팅하는 곳 아이디가 거의 없기 때문에 베팍에 남깁니다.

아무래도 최근의 광우병 시위 지우기는 국정원 사건 무마의 전초전 격이 아닌가 싶어요. 너희들이 지난 정권에 나온 것은 잘못된 정보로 인해 선동돼 나온 것이다라는 걸 주입해, 이번에도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거죠. 그 잘난 '선동'이란 말이 참 웃긴데, 이건 다음 기회가 있으면 하겠습니다.

일본 음식물 방사능 사건도, 광우병 사건도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현상에 의한 위험성에 의한 불안감이 표출된 사건 중 하나입니다. 이 불안감은 상당히 복합적이어서 정치, 사회적 갈등이 녹아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 원전에 대한, 광우병 시위도 언론, 도쿄전력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녹아 있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랄지, '위험 커뮤니케이션'이란 학문도 자라고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미미합니다. 정부에서는 이런 학문을 이용해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급급하니 이 학문에서 주장하는 '참여'라는 속성과 배치돼 성장할 기회를 못 얻고 있습니다.

여튼 다시 위험성 문제로 돌아와 보자면 방사능이든, 광우병 소든 100% 위험하다고도, 100% 안전하다고도 말하기 힘듭니다. 위험성은 개인의 신체적 특성에 따라 다르고, 사회가 처한 구조적 문제에 따라 다릅니다. 방사능 기준치가 'A'라고 해도 어떤 사람은 말짱한데, 어떤 사람은 암 발병하고 그럽니다. 또 발병되는 시점도 천차만별입니다. 독극물 관련된 책을 읽다보면 '반수 치사량'이라는 게 있어요. B라는 독을 C에게 주입했을 때 반정도 죽는 양을 의미하는데, '반수'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다 죽진 않아요. 동물의 체질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거든요. 똑같은 청산가리를 D만큼 주입해도 어떤 사람은 바로 죽는데, 어떤 사람은 살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전수치사량' 이런 식으로 잡을 수 없다는 거예요. 여튼 일반적으로 위험성이라는 게 '단언'할 수 없고, '확률'의 문제라는 겁니다.

이걸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도 안전하다, 안전하지 않다 말하기 힘들어요. 어느 정도 실험해보니 어느 정도 '상관' 관계가 있더라... 라는 식으로 얘기할 수 밖에 없어요. "총으로 심장을 쏘면 죽는다.", "심장이 멈추면 죽는다"처럼 인과관계가 명확하진 않습니다.

그러니 어렴풋한 상관관계를 토대로 위험에 대비할 수 밖에 없어요. 특히 잠재방사능이나, 광우병의 발병 요인이라고 말한 '프리온'에 대한 연구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안 위험하다 말하기 힘들죠. 그런데 우리가 그 위험성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해서 그걸 그대로 대비를 안할 수는 없어요. 그런 대비를 안하다 대규모 환경 재앙이 발생한 바가 있거든요.

일본에서 미나마타병, 이타이이타이병이 발생한 바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가습기 세정제로 인한 아기들이 죽은 사건, 삼성 반도체 백혈병 집단 발병 사건 등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원인'으로 인해 인명이 상한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새로운 것들의 위험성이 명백히 밝혀질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어요. 아직까지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경제는 성장해야 하고, 인류는 새로운 것들을 실험하며 진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인류는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고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광우병 사건 같은 건 불분명한 위험성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에 대한 선을 정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사후적으로 보아서 위험성이 없는데 선동당해 시위를 했다는 관점은 의미가 없어요. 당시 국민들이 체감한 위험성은 상당했습니다. 언론과 정부가 그렇게 얘기했고, 과학적 연구도 어느 정도 그런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으니까요. 또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위험성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만한 사람은 없어요. 아직 위험이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니까요.

정리하자면 "사회적 이익을 위해 새로운 현상이 가져올 위험의 수용 정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를 국민적으로 합의하고 토론했으면 좋았을 사안을 정부는 극단적 대응으로 한 집단의 이익만 보장하려 했고 많은 시민은 이에 분노해 거리로 나온 것입니다. 지금 보니 "광우병 발병 없네, 너 선동"하는 건 무지의 소치입니다. 우리가 위험을 명백히 알고 있으면 위험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