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하지 않은 세상.
- 작성일
- 14-01-18 17:50
뭐 거창한 건 아니고 제가 겪은 작은 일화입니다.
제 본분은 학생이지만, 직업은 연구생과 조교입니다. 그걸로 돈을 받죠.
국내 대학원에도 있어봤지만, 외국 조교 업무가 더 많습니다. 매주 정해진 할당량이 있는데 사실은 조교마다 주당 업무시간은 굉장히 크게 차이가 납니다. 이건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이번엔 같은 수업인데도 전과 엄청난 차이가 나게 되었어요.
전에 이 수업 조교를 하면서 교수가 새로 생긴 교과서로 수업을 하는 바람에 누구도 문제를 풀어본 사람이 없었고. 따라서 제가 책에 있는 모든 연습문제를 풀어야 했죠. 시간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걸렸습니다.
제가 이 수업 조교를 택한건, 제가 학부 때 등한시한(등록한 적이 없는 수업) 과목인데 필요해져서였거든요. 조교하면서 슬슬 공부해야지 했는데 발에 불똥이 떨어진거죠.
그래서 책 읽고 독학하는데 꽤 시간이 걸리고, 문제를 제대로 풀어내는 학생이 거의 없었어요. 문제도 꽤 까다롭고 매주 숙제가 나왔고 양도 엄청났거든요. 그러니 어떻게 다 풀어서 내요. 하지만 전 정답을 만들어서 올려야 했기 때문에 꼼꼼히 다 풀어야했죠. ㅜㅜ 제가 숙제를 제출하는 입장이면 절대 그렇게 열심히 안했을 겁니다.
또 대강 푸는 것과 꼼꼼히 푸는 건 시간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납니다.
그런데 그 수업조교에 해당된 장학금 수당이 다른 보통 수업 반밖에 안되었어요. 그래도 꾸역꾸역했죠.
이번에 같은 수업의 조교를 하는데, 배당된 장학금이 두배로 늘었습니다. 그런데 가르치는 교수가 바뀌었어요. 그 교수는 신입이고 숙제의 양도 격주로 나오니 훨씬 적어졌어요. 따라서 시간당 수당은 4배 가까이 뛴 겁니다. 이거 참 불공평하죠. 그런데 찾아보면 더 적게 일하고 같은 돈을 받는 조교도 있어요.
연구실 동료가 고지식한 독일인인데, 얘는 지난 학기에 조교 업무량이 좀 많다 싶으니 바로 교수 찾아가서 항의를 하더군요. 저한테도 이것 저것 물어보고 꼼꼼히 자기가 과도한 업무량을 받고 있지 않은지 체크합니다.
결국 업무량을 줄이는데 성공하더군요. 단순한 일이지만 감탄했습니다. 전 생각을 못했거든요. 일단 일단 정해진 업무인데 교수를 찾아가 태클을 건다는 생각을 못했고, 또 그걸 찾아가 말한다 해도 이렇게 쉽게 해결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 독일 친구도 한번 찾아가서 자기 목적을 달성한 건 아니고 일은 성실히 하면서 여러번 찾아가서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루는 걸 보고 겉으로 뭐라고 말은 안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감탄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때요? 어떻게 하셨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