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적립... 쌈닭 얘길 보니
- 작성일
- 13-08-21 16:48
저도 10대일 때 질풍노도의 시기라 애들끼리 쌈질이 잦았는데...
한번은 학교에서 한 5번째 쯤 하는 제 친구놈이 강간폭행으로 감호처분까지 받은 경력의 형(나이가 우리보다 많았음 정설은 +2였는데 +4라는 설도 있었고 외모는 +10인 느낌)이 같은 반이었는데 둘이 어쩌다 말다툼이 있었나봅니다.
평소 한 주먹 하던 친구놈이 자기 솜씨 믿고 덤볐나본데 몇대 맞아보니 죽겠거든 그래서 냅다 도망치며 꼬리를 내리는데 이 형은 아예 애를 죽여버리고 감방가마 (이때는 나이가 만 14세를 지난 때라 더 이상 좋게 풀려나기 어려웠을 듯) 하고 씩씩 거리고 책상을 집어던지며 온 교실이 지옥의 순간인데
제가 생각해도 미쳤는지 여튼 오랜 친구놈 일단 살리고 봐야한다는 생각에 이 덩치가 곰 같은 형을 뒤에서 꽉 끌어안고는 형 참아 참아 하면서 붙들었죠. 진짜 힘이 무슨 이런 괴물이 있었던지... 최종적으로 제일 많이 아팠던 건 저였음 ㅡ,.ㅡ
여튼 형이란 놈은 저한테 놔라 너도 죽인다 하면서 씩씩 거리고 친구란 놈은 도망이나 치고 에라이...
어째어째 제가 질질 끌려가며 실갱이를 하다 뭐가 잘못 되었는지 제가 뒤로 휙 넘어가면서 이 형을 그대로 백드롭(?) 시켜버렸어요. 정확히는 제가 다리가 풀려 그랬던 것 같은데 옆에서 대피하며 구경하던 애들이 보기엔 제가 신기에 가까운 기술로 덩치가 두 배인 적을 제압하는 걸로 보여버린 거죠.
저는 이제 정말 죽었구나 못다 본 삼국지 뒷 얘기가 궁금하다만 좋은 삶이었다 하고 진짜 마음을 덜컥 내려놨는데 믿기지 않는 일에 이 형은 쪽이 팔렸는지 얼굴이 벌개져서 에이씨 하고 학교를 나가버리고 애들이 난리가 나더군요.
여튼 그 뒤로 형이란 놈은 무단결석크리 타고 저는 은둔고수가 되어버렸고 교내외 껄렁한 녀석들(동네가 그지같아 시러배들이 진짜 많았음)이 한결같이 이상한 눈초리로 저를 야리며 대부분 말은 안 붙히는데 한두번 저 새끼 시험해볼까 싶어 말걸어오는 녀석에겐 제가 쫄아서 쳐다보면 제가 야리는줄 알고 지들이 피하고... 반에선 애들이 지들끼리 쑥덕거리고 말을 못하고...
진짜 거의 한 달을 그렇게 지옥같이 보냈던 기억이 나네요.
여튼 그때의 매일매일 살벌한 상황 - 해명을 해도 ㅄ되고 아무 말 안 해도 이러다 누군가에게 한번 털릴 것 같고 - 을 떠올리면 절대로 깝치지 말자 하는 교훈을 갖고 조용히 살아가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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