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마리앙바드에서...

그녀는 미인이 아니었다.
늦은 여름 오후의 성가신 햇살이 끈덕지게 내가 앉은 탁자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무료했고 기다릴 약속이 있지도 않았고 생각하기에도 지쳐버린 탓이었다.
기억이 뚜렸하지 않다. 머릿 속은 안개가 낀 것 처럼 불투명했고 끈적한 공기가
끊임없이 내 폐를 괴롭히고 있었다. 목덜미를 스물스물 기어 내려오는 땀방울들을
이미 찐득해져버린 손등으로 훔쳐내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해버렸다.
그냥 모든 것이 헐떡이고 있었다고 하는 게 낫겠다. 쉴새없이 깜박이는 교차로의
고장난 신호등 주위에 몰려선 짜증들 처럼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이 서로를 몰아세우고
었었기 때문이다. 
얄팍한 합판을 덧대 만든 출입문이 비틀인 웃음을 토해내고 모두의 적대적인 눈길이
모아졌다. 시큼한 위액이 목을 거슬러 올라왔다. 
시들어버린 여자를 본 적이 있는가?
그 건 늙었다 와는 다른 의미이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불규칙한 호흡, 주저하는
걸음걸이, 햇살에 눈을 찌푸리고, 시선은 끊임없이 촛점을 맺지 못한다.

"먼저 물 한 잔 만..."

분명하게 매듭짓지 못하고 새악거리며 비어져 나오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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