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민족주의nationalism을 베네딕트 엔더슨은 "상상적 공동체"라고 규정한바 있습니다만 문제는 이 이념이 단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일체감만을 표현한다기보다는 이게 잘못 사용되다보면 파시즘이랄지 국가주의로 변질되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습니다. 나치에 의한 파시즘이라는 것도 원래는 독일민족주의를 기초로한 인종주의라고 할수있고 일본의 군국주의역시 천황제로 표현되는 일본의 근대국가를 옹호하고 확장시키기 위한 일종의 유사파시즘이었죠. 

북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그렇게 외치는 소위 "주체" 혹은 "자주"라는 이념은 외세의 도움없이 "우리민족끼리' 함께 잘 사는 공동체를 건설하자는 소박한  민족주의에서 시작되었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헤게모니를 가진 권력집단 즉, 김일성의 세습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이념으로 변질되고 말았죠.  소위 민족이나 공동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하였으나 그 구성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체제의 안위와 권력자의 정권연장을 위해서 공동체의 구성원이 강제적으로 동원될 수있게 만드는 이념..이게 민족주의의 실체인거죠. 

물론 민족주의로 표현되는 (광의의) 공동체주의자체가 애초부터 완전히 불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특정 공동체의 결속과 유지를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를 어느정도 제약하고 때로는 희생을 요구해야하는 상황이 불가피하게 존재할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말이죠. 특히 공동체외부의 다른 공동체가 간섭하거나 침략을 감행한다면 이런 강제성은 불가피하게 되겠죠. 북체제를 보면 외세(미제국주의)로부터 체제를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보유도 무릎쓴다는게 이 점을 잘 보여주는 케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전쟁등의 체제간의 갈등과 긴장을 만들지 않으려면  체제의 유지를 위해, 혹은 한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 타 국가나 타공동체를 적대시 할수있는 상황자체를 만들지 말아야 하는데 민족주의는 이런 상황의 타개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조장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게 됩니다. 물론 민족주의가 과거 식민지시절에는 반식민주의 내지 반제국주의투쟁을 위해 유효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만 지금도 그때의 민족주의가 유효하다고 보긴 힘들죠. 반식민주의투쟁의 빌미를 없애기 위해 2차대전 승전국이 도입한 신식민지체제로 인해 기존에 식민지배상태에 있었던 여러 민족들이 독립된 정부와 민족국가를 용인한 것인데 이를(민족주의) 이용해 다시 반제국주의투쟁을 하자는 건 제국주의국가가 용인하고 만들어놓는 틀(민족국가)을 약화시킨다기보다는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고 봐야죠. 과거 동유럽에서 극심한 민족주의로 인해 인종청소등의 전쟁범죄등이 발생했음에도 미국등이 이를 방관했던 것도 결국은 이런 민족주의적 갈등이나 대립이 제국주의적 체제유지에 딱히 방해될만한게 없다고 판단하고 거꾸로 이를 잘 이용해 무기등을 팔먹을수있는 조건의 형성쯤으로 본다고 할수잇는 거죠. 지금 동북아의 정세를 보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남북한의 대립이나 한국과 일본 중국과의 민족주의적 대립이 유발하는 긴장은 자국의 무기류등을 팔아먹기 위한 좋은 시장으로 비춰질 따름이죠. 

북한의 경우 체제유지를 위해 반제국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운 민족주의를 극단으로 추구한 케이스라고 본다면 이러한 체제유지를 위해 변질된 민족주의가 가진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주는 반면교사로 볼 수있는 것이죠. 

때문에 소위 좌파라면 이 국가간의 대립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내고 또 해당체제의 유지를 위해 주민을 강제적으로 동원 내지 결속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로밖에 작용하지 않는 오늘날의  민족주의는 이제 용도폐기되어야만 하는 이념이라고 봐야합니다. 

물론 그렇다고라해서 지금과같은 미국을 중심으로한 자본주의체제가 대안이라고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리고 애초에 자본주의와 민족주의가 딱히 대립되는 이념이요 체제도 아니죠. 앞서도 말했지만 2차대전 이후의 자본주의체제와 근대국가들이 양립가능하단 것을 보여준것 만으로도 자본주의와 민족주의는 대립된 개념이 아니란 것을 잘 알수 있죠. 오히려 가라타니 고진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본=네이션=스테이트 동일성테제처럼 이 세 카테고리는 보로메오의 매듭처럼 서로 얽혀있다고 보는게 정확하다고 봅니다. 

이 세 매듭은 하나만 해결해서는 해결되지 않고 세 매듭이 동시에 풀려야만 제대로 해소될수있는 대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때문에 반자본주의를 위해서라도 민족주의와 국가시스템을 비판해야하고 또 민족주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반자본주의적 해결책이 제시되어야만 하는 구도가 되는 것이죠. 

북체제와 남한체제의 문제점 해결도 마찬가지입니다. 북체제의 극단적 민족주의가 민족주의의 과잉에서 오는 것이라면 그리고 남체제의 문제점이 자본주의의 과잉에서 오는 것이라면 그것에 대한 해법은 반자본주의+반민족주의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하는 국가내지는 관료시스템의 비판 속에서만 비로소 가능해지는 거죠. 이게 반제국주의를 하겠다고 혹은 남북한 통일을 하겠다고 민족주의를 부르짖는 통진당류로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수 없다고 보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