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읽은 책
- 작성일
- 13-02-05 12:10
네 죄를 고하여라, 라는 책입니다.
제가 그림 여러개를 올리지 못해서 .. 책표지보다는 친숙한 -_- 장면을 썼습니다.
사실 제목을 보고는 흔한 야사류인 줄 알고 골랐는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쓴 정식(?) 책이어서 ...
실은 이 책을 보기 전에 인터넷에서 조선시대 사건사고.. 라고 해야 하나 그런 글을 몇개 모아서 보고 흥미가 생겼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중종 연간에 있었던 아이 발목 절단사건이라든지
정조 때의 김은애 살인사건이라든지 ... ㅡ.ㅡ;;
심증에 따라 덮어놓고 잡아와서 마구 때려서 불게한다는 '전근대사회(-에서도 낙후된 조선)'의 이미지와 달리
굉장히 집요하게 사건을 파고들어갑니다.
물론 현장수사보다는 정황을 추론하는 왕과 대신들의 이빨까기가 더 중요한 파워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요.
** 김은애 살인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김은애라는 (예쁜?) 양반집 처자가 있었습니다.
인근에 (퇴기 출신의) 행실이 좋지 않은 노파가 있었는데,
행실이 좋지 않은 것 때문에 몇번 면박을 당하자 (흉년에 곡식을 안 꾸어줬다고) 앙심을 품습니다.
한편 김은애를 좋아하던 이 남자가 있었는데 이 남자는 김은애와 결혼하기 위해 김은애의 혼사길을 막으려 하지요.
그리하여 김은애가 누구(그 남자)와 몰래 만나느니, 밤마다 물레방앗간에 .... 가느니 하는 소문을 막 흘리죠.
양반집 규수였던 김은애는 못들은척 참고 있었으나, 이윽고 결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노파와 남자의 흑색선전은 점점 더 강화되었고,
('에이 이사람아 혼인까지 했는데 뭔소리여' '진짜라니까, 내가 두눈으로 똑똑히 봤어!' 라는 식으로 주장의 강도가 높아졌겠죠.)
김은애는 처녀 때는 참고 있었지만 (처자가 나대면 안된다는 규율 때문이었을까요)
결혼해서 시댁에 살면서는 더이상 모욕을 참지 못합니다. (당시 분위기로 보면 시댁에서도 뭔가 압박이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분연히 식칼을 들고 ... 노파와 남자를 살해합니다. 칼로 수십번을 찔렀다고 하네요. 그리고 자수를 하지요.
당시에 왠만한 살인사건은 거의 조정에까지 보고가 됩니다. (살인에 해당하는 죄는 원래 왕의 재가를 받습니다.)
정조가 최종적으로 내린 판결은 무죄방면이었지요.
그리고 이 사연을 각 도에 보내 절개의 상징으로 귀감을 삼으라고 합니다. .... ㅡ.ㅡ
- 요 얘기는 위 책에서는 '복수' 챕터에 몇줄 정도 간단히 소개만 됩니다. -
아무튼 이런 식의 스펙타클한 범죄물을 생각하고 산 책이었는데, 실제 내용은 형벌을 통해 본 사회사더군요. ㅠㅠ
필자가 공들여서 널리 퍼져있는 오해를 바로잡고 싶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곤장인데요.
위 짤방에 나오는 것이 곤장입니다.
원래 조선시대(대명률)에 규정된 5형은 태,장,도,유,사 이고, 이중에 사람을 때리는 게 태와 장입니다.
저는 태가 저런 곤장이 아니라 회초리같은 것인 줄은 알고 있었는데, 장이 저 그림의 곤장인줄 알았어요.
원래는 장도 태보다 약간 굵은 회초리모양의 (지름 2센티 정도) 형구라고 하더군요.
그림의 저것은 '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특수하게 썼던 형구인 것 같고요.
대략 임진왜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사극에 보면 심지어 삼국시대에도 곤장을 치는데 이건 오류라고....
그리고 태와 장은 50대 이상도 치지만 곤은 열대만 쳐도 피떡이 되고 20~30대 맞으면 죽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곤이라는 형벌은 언뜻 생소하지만 그나마 알려진 것으로 치도곤이 있지요.
곤은 규격에 따라 대곤, 중(重)곤, 중(中)곤, 소곤, 치도곤 등으로 분류되고,
치도곤은 이름 대로 도둑(아마 좀도둑이 아니라 임꺽정같은 일종의 민란 전 단계의 집단화된 도적무리)을 잡았을 때만 쓸 수 있습니다.
규격은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중곤 두께에 길이가 좀 짧은 것 같습니다.
원래 병영에서 군기를 잡을 때나, 변경의 수령 등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물론 권한이 없는 내지의 수령들이 권력의 힘을 느끼기 위해 불법적으로 사용했지만요.
그 외에 여러 고문 방법이 죽 나열됩니다. 능지처사, 주리틀기, 단근질 이런 거 무서워요. ㅡ.ㅡ
단근질의 경우도 잘못된 용어라고 합니다.
물론 단근질이라는 말 자체는 있는데, 그건 (발목의) 근맥을 절단하는 형벌이고, 탈옥수 같은 사람들에게 집행했다고 합니다.
자세히 나오진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시행되지 않은 듯.
우리가 흔히 단근질이라고 부르는 인두 지지기 ... ㅡ.ㅡ 는 낙형이라고 하는데, 원래는 발바닥만을 지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임금이 빡돌면 온몸을 지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주로 왕한테 돌직구를 날린 사람들이 받았다고 하네요.
제일 온건한 사형 방법인 사약은 사실 형전에 규정된 사형방법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예기에 나오는, 사대부는 죽일 수 있어도 욕을 보일 수는 없다는 유교 정신에 따라 얌전히 죽게 해주는 형벌이죠.
(사람에 따라 체질이 다른지 사약을 16사발이나 먹고도 죽지 않아서 목을 졸라 죽인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소감은 뭐, 형벌을 통해 본 '사회사'라고는 하지만 제가 무식해서인지 그런것까진 모르겠고
그냥 소일거리로 읽기에 지루하지 않고, 앞으로 사극 나올 때 아는 척 좀 할 수 있을까 기대되는 정도라고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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