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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1:1로 만나니까 예전에 다른 학생, 포닥들과 함께 있을 때 이야기와는 다른 주제가 많이 나왔는데요. 나름 재밌었습니다. 덕분에 맥주도 자주 마셨구요. 특히 교수님께서 학과장 맡게 되시면서 연구 관련해서는 진척이 없으신 듯, 좀 아쉽긴 하지만 연구 이야기보단 다른 이야기를 많이 했죠. 일단, 아무래도 교수님 아들이 여기 와 있으니, 교육 이야기. 

참 ㅋㅋ 이 교수님, 항상 위트가 넘치고 주위 사람들에게 인기있고 그런 줄만 알았는데, 아들한테 절절 매시더라고요;; 아들 어릴 때 신경을 많이 못 써준데 대한 미안함 때문이신지 모든 관심사가 아들에게 쏠려있었습니다. 최근 워낙 바쁘시고 정신없이 보내셔서 여러 모로 피곤하신지, 식당에서 본인 가방도 잊고 가셔서 제가 막 챙겨주고 그랬는데(당장 저 역시 제 가방 잘 못챙깁니다), 아들 신경 써주느라 아주 전전긍긍. 좀 웃기기도 하고 동정심도 일고요. 

그리고 돈 이야기. -_- 사실, 한국가서 친구들 만나면 돈 이야기하는게 제일 지겹습니다. 전 아직 학생이니 돈 굴릴 일도 없고 당장은 그 쪽에 관심도 좀 적죠. 근데 친구들 중 직접적으로 금융공학 쪽 일 하는 친구도 있고, "사"짜 들어가는 직업 찾아서 진로를 바꾼 친구들도 꽤나 있어서 그런 친구들 두명만 끼어있어도 어느 새 대화주제는 그쪽으로 옮겨가고 나중엔 무슨 외계어 듣는 듯한 느낌이 들죠. 한두번은 호기심으로 듣겠지만 계속 듣다보니 어찌나 지겨운지. 게다가 전 늘 부수적인 현상보단 중심 원리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저런 이야기는 길어질수록 더 재미가 없어집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교수님께서도 아무래도 아들 교육비로 나가는 돈이 많아지고 그래서인지, 돈에 관심이 많아지셨더라구요. 다만, 아무래도 학자답게, 돈이라는 것이 갖는 특수성과 현재 세계적으로 돈의 흐름에 대해 더 분석적으로 이해하려고 하시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듣던 이야기보단 훨씬 재밌었습니다. 일단 설명방식 자체가 저한테 잘 맞으니 듣기도 편하구요. 서점 가서도 경제쪽 코너에 머물러 계신던데, 이번에는 "Currency Wars" 책을 사가시더라구요. 이 책, "커런시워" 라는 제목으로 국내에도 출판되었습니다. 저자는 제임스 리카즈. 이야기 좀 들어보니 재밌어보이더라구요. 베스트셀러에도 올랐던 거 같은데. 

게다가 이 현재 화폐경제에서의 위기를 몰고 온 데에 월스트리트로 건너간 수학, 이론 물리학자들의 악영향이 컸던지라, 그 쪽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주 재밌더군요.

그리고 다른 큰 대화 주제는 문학이었습니다. 독서의 동기 및 취향에서 교수님과 이렇게 닮아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전에 문학 관련해서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구요. 요즘에야 경제 쪽 책도 읽고 그러신다지만, 전에는 무조건 재미 위주로 책을 읽으셨다네요. 내 생각을 제약하지 않고, 문학을 읽으면서 가질 수 있는 생각의 높은 자유도 때문에 문학을 좋아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시더라구요. 자연과학처럼 철저히 분석적인 학문을 하면서 갖게 되는 허전함을 채워준다라는 것에도요. 

어느 책 재밌게 보셨나 봐도 제가 재밌게 읽은 것도 많았구요. 물론 국내/국외/국문/영문소설에서 저보다 훨씬 방대한 양의 문학을 읽으셔서 앞으로 읽을 책들도 많이 추천받았습니다. 

ㅋㅋ 서점 갈 때도, 교수님 아들은 책에 관심이 없으니 서점 밑에서 기다리고 ㅋㅋ , 교수님은 눈치 보시고;; 

저 아주 어릴 때도, 아버지께서 중고 서점 같은데 데리고 가면, 정말 읽을만한 책은 하나도 없고 -_- 아버지는 제 나이 또래가 좋아할만한 책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관심을 가질 생각도 없으시고 그래서 참 지겨웠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여러번 가다보면 그 가운데에서 시간을 떼우기 위해 책을 뒤적거려 읽을 만한 것(용소야를 처음 접하기도 했고)을 찾아내곤 했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서점 따라가는 거에 대해 거부감도 없었죠. 하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이 있으니, 아들은 1층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스마트폰만 보고 있고. 하아. 교수님은 교수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라, 무뚝뚝한 반응의 아들이 좀 섭섭하실 수도 있고요. 참 부자관계란 것도 쉽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