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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봄,

제가 공부하는 독서실 책상위에 누가 초콜릿을 두고갔어요.
저는 나이들어 다시 공부하는 처지고,
이성을 생각할 만큼 여유롭지 못했어요.

이성적 호감임을 직감했으면서도 애써 피하고 싶어서
여기에 글을 올려 어떻게 대처해야하나 묻기도 했죠.

어떤 분의 말마따나 감사히 생각하고, 깊게 생각하지 않고 공부하는게 최선이었죠.
적어도, 확실한 호감을 표현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하지만 내 핑계들을 들여다 보듯. 그 글을 올리고 그 다음 날, 또 그 다음 날에도
초콜릿을 올려두더군요. 그리고 제가 별 반응이 없자 나중에는 아예 대놓고
초콜릿을 손에 들고 다니더군요. 비싸보이는 수입 초콜릿이라
우연이라고 보기도 힘들게.

소녀였어요.
제 앞에 앉아 있던 비슷한 또래의 처자들이 아니라.
저 멀찍이 있던 19살 재수생 소녀였어요.

그러니까, 우리 독서실에서, 아니 아마 그 근방에서
제일 이쁜, 누구나 스쳐가면 뒤를 돌아봐 쳐다볼 정도로 이쁜,
가끔 담배피며 잡담하는 남자애들 사이를 지날때면 귀에 그 친구의 오늘 근황이
들릴정도로 유명한. 풋풋한 소녀.

어떤 소설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도 못 붙일정도로 깜찍하게 이쁜 계집. 딱 그표현이 떠오르게
근사한, 정말 탱탱한 소녀.

하지만 전 무서웠어요. 어떻게 연결이라도 되면
내가 이 어린애랑 사귈 수 있을까. 그저 힘든 시기에 호기심에 불과할거야.
아마 사귄다면 얼마안있어 그 친구가 후회할 걸. 그냥 모르는 척 지나가면
그 친구는 나중에는 내 얼굴조차 기억 못할거야.그리고 나 공부해야해.
라는 그럴듯한 구실까지 붙여서.

마음 다잡으며 초콜릿을 두고 간 제 책상 위에 건조한 쪽지를 붙여 에둘러
거절의 표시를 했죠.

그 친구는 그날 밤에 바로 짐싸서 나가더군요.


스캔들은 딱 여기까지.

느낀건,

저는 제가 꽤나 열려있는 사람이고, 나름 재미지고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생각보다 지루하고, 사람들 눈을 신경많이 쓰는, 여러가지로 억압된 겁쟁이 같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한마디로 쪼다.

이쁜 여자가 훤칠하고 돈 많은 사람과만 노는 거. 얼마나 뻔하고 재미없는 일이냐.
나같은 평균이하인 사람이 이쁘고 착하고 어린 여자랑 사귀는 거 그게 정말 인생이닷~
라며 친구들에게 농담하며 살았는데 막상 이런 일이 있으니.
저 소녀는 나보다 멋진 남자가 어울려,라며 도망가게 되더군요. 비슷한 또래에 평범하게
 생긴 여자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도 하며. 못난놈.

그 소녀는 어디서 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