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써보는 간(肝) 이야기
- 작성일
- 13-10-07 00:12
심심해서 써보는 간(肝)이야기
까마득한 기억에 참 흉흉하게 떠돌던 이야기가 있었죠.
문둥이들이 어린아이 간을 빼먹는다는.
물론 당시에 이 말은 절대적인 사실인줄 알았습니다.
나병환자를 직접 만나보지도 않았고 그저 들은 풍월로 그들의 흉한 몰골과
간을 위한 어린아이 사냥에 관한 이야기로 나병환자 - 문둥이 - 들은 말 그대로 공포의 대상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간은 참 훌률한 의학적 약효를 가졌다고 믿어졌나봅니다.
문둥이의 어린아이 간 빼먹는다는 얘기부터
천년묵은 여우가 사람의 간을 먹으면 사람이 된다는 얘기까지.
그래서 그런지 또한 간은 참으로 소중하게 대접 받아온 요리재료이기도 합니다.
다른 아무런것도 필요없이 참기름과 소금만으로도 훌륭한 요리가 되게 하는 횟간(소의 생간)을 떠올려봐도
미끌미끌한 촉각과 어우러진 참기름의 고소함과 소금의 짭짜롬함, 거기에 싱싱한 생간의 비릿한 첫맛과 고소한 뒷맛,
술을 즐겼던 한때 이 소의 횟간은 참으로 훌륭한 안주이자 보양원이었습니다.
요리재료로서의 간은 이 간을 소유한 동물이 죽기전 극한 스트레스를 받아
간이 퉁퉁 붓고 어혈이 맺혀야 비로소 고급스런 요리재료로서의 가치가 있나봅니다.
프랑스의 고급요리인 푸아그라는 그 간의 주인인 거위를 사육할때부터 아주 못살게 고문하듯 키워서 간을 채취하는
악명 높은 요리입니다.
그러니 최고급 요리 대접을 받는거지요.
진귀한 간요리중에 열나는 홍어애가 있습니다.
홍어의 간을 홍어애라고 합니다.
홍어는 변온동물이므로 아무리 홍어가 질알 발광을 한대도 간이 열이 날 일은 없을듯 하지만
서너시간 바다의 바닥을 그물로 끌어 고기를 잡는 저인망 어선의 경우
한겨울 소흑산도 바깥쪽에서 망질을 해보면 가끔 한마리씩 홍어가 잡힙니다.
서너시간의 망질동안 그물속안에서 얼마나 시달렸는지 이 홍어의 배를 갈라 간을 꺼내보면 김이 모락모락 납니다.
이것이 열나는 홍어애라는 넘이죠.
쉽게 떠오르는 간 요리로서 푸아그라 못지 않게 간의 주인을 괴롭혀 얻는 것이 한가지 더 있죠.
바로 개의 간입니다.
지금 개의 도살은 전기를 사용하는것 같습니다만
어릴때 개의 도살에 관한 기억은 참 끔찍했습니다.
나무에 개를 묶어놓고 죽을때까지 때려잡는겁니다.
개의 비명소리가 동네 전체를 진동시켜버립니다.
이렇게 잡은 개를 그대로 볏짚으로 그을려서 개털을 다 태워버립니다.
많이 그을려 껍데기가 익은 부분은 그대로 칼로 발라서 즉석에서 술안주 하기도 합니다.
바로 배를 갈라서 꺼낸 간 역시 사람들 입안으로 사라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습니다.
확실한 기억은 아니지만 원숭이 간요리도 있습니다.
어미 원숭이 보는데서 새끼 원숭이를 고문하고 죽여버린답니다.
그리고 어미 원숭이의 간을 취하는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돼지는 참으로 속이 편한 동물인가 봅니다.
어떤식으로 스트레스를 주어도 워낙 속이 편한 돼지이기에 해탈을 해버리니 간이 열받을 일이 없고
그래서 지금도 돼지의 간은 요리재료로서 딱히 언급할만한 것이 없는것 같습니다.
그저 순대속에 섞여서 간간히 돼지간의 존재감만을 확인시키는것 같습니다.
+++++ 더 이상 순대 알레르기가 생기지 않아 무척 행복한 김머슴의 순대 먹다 생각난 뻘글이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