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와 함께 한 일요일
- 작성일
- 12-10-29 10:14
최근에야 비로소 맥주를 좀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멍청함과 소견 좁음이야 스스로도 알고 있는 부분이지만, 바로바로 고쳐지는 않는게 아쉽고 짜증납니다.
일요일 아침, 사당에서 합주를 마치고 약속까지 시간이 남아, 아시는 분들은 아시는 맥주의 성지 녹사평으로 잠깐 나들이 다녀왔습니다.
보다 많은 곳으로 호핑을 뛰고 싶었지만, 여기서 마신 양-_-도 꽤 많았을 뿐더러, 약속 시간에 쫒겨 다른데로 옮기지는 못했네요.
Ka-Brew라는 양조장이 있습니다. 가장 많은 종류의 맥주를 출시하고 있는 국내 마이크로브루어리가 아닐까 합니다.
대략 8종의 맥주를 양조하고, 이태원, 홍대 등 몇군데 펍에 생맥주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그 직영샵인 Craft works Tap house 입니다. 각 맥주 이름에 한국의 유명한 산의 이름을 붙여 판매하고 있네요.
샘플러를 판매하기는 하지만, 전 돌직구 직진의 정신으로 풀 사이즈로 딱 세잔 마십니다.
일단 다른데서 다 파는 필스너와 헤페바이젠은 제끼고, 매니악한 오트밀 스타우트랑 다크에일 제끼고, 한창 인기 있어서 먹어본 페일 에일 제끼고, 약속 가야되는데 도수 높은 IPA 제끼고 나니까 남는건 골든에일, 쾰슈 그리고 이벤트 맥주인 펌킨 IPA가 남는군요.
첫잔은 골든에일로 시작합니다. 간단한 설명을 보니 미국 식의 방식으로 나온 골든 에일이군요.
벨기에 쪽으로 유명한 골든에일은 듀벨입니다만, 그거야 뭐...
때깔은 이렇습니다.
감귤같은 색이 인상적입니다. 한라산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네요.
에일이라길래 풍부한 꽃과 과실향을 예상했습니다만, 오렌지적 풍미와 함께, 허브와 홉의 느낌이 상당히 강하네요.
사실 IPA가 처음 연상됐습니다. 쌉쌀한 호프와 허브의 느낌과 특유의 스파이시함이 더 기억에 남아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은 마침 세일을 하고 있는 쾰슈
독일에서 에일 효모로 만든 북부 독일 특유의 라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휘센에서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주문 해 봤습니다.
역시나 일반적인 라거에 비해 호프 향이 좀 더 두드러지지만 향긋한 라거의 느낌이 편하고 좋습니다.
기분좋은 오렌지 향이 가볍게 마무리 되어 입에 짝 달라 붙는 감촉이었달까나요.
본래 이렇게만 마시고 일어났어야 하는데, 할로윈 한정 판매, 펌킨IPA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_-
고민고민하다, 어차피 마실거 일찍 마시고 일찍 깨자;;라는 정신으로 마지막 맥주를 주문합니다.
한정판매기 때문에 오리지널 잔은 없는, 펌킨IPA입니다.
상대적으로 진하고, 씁쓸하고, 드라이한데, 미묘한 호박향이 코 끝에서 계속 감도네요.
마치 좀 덜 쪄낸 늙은 호박 과육을 씹었을 때 나는 질감과 향입니다.
왠지 호박 하면 느껴지는 달콤한 맛은 없고, 오히려 좀 하드보일드 하네요.
아무래도 본질적으로 IPA라서 그런 듯 했습니다.
추가로 수입 식자재 및 맥주로 유명한 해피스토어에서 요새 맥덕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는 코에도-캬라 맥주를 사서 귀가했습니다.
맥주의 길은 멀고도 험하네요;;
;)
- 게시물이 없습니다.
- 게시물이 없습니다.
-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