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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싱 신아람(26.계룡시청)의 오심사태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제펜싱연맹(FIE)으로부터 억울한 대접을 받은 한국 스포츠계가 힘을 합해도 모자랄 판에 내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오심이 번복되기 힘들다는 현실론에 입각해 FIE로부터 특별상을 받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짓자는 입장인 반면 대한펜싱협회는 이러한 체육회의 태도에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며 반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양측의 갈등은 신아람 사태가 벌어진 지난달 30일(현지시간)부터 불거졌다.

체육회는 현장에서 신아람의 3.4위전 출전을 종용했고,협회는 반대 의견을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신아람은 체육회의 권유에 따라 경기에 나섰고 아쉽게 동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후 체육회는 코리아하우스에서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협회 고위관계자와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참가하는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지만 협회 측은 일체의 연락을 끊고 이 회의에 불참해 사태는 한국 선수단 내부 문제로 비화됐다.

양 측은 특별상 수상 문제를 놓고서도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체육회는 다음날인 31일 서둘러 기자회견을 자청해 FIE로부터 특별상을 제의받고 이를 받아들였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신아람의 의견을 구하지 않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국내 여론도 "오심에 대한 솔직한 반성없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선심을 베푸는 식의 FIE의 특별상 제의는 거부하는 게 마땅하다"며 지극히 현실적인 체육회의 결정에 제동을 거는 분위기다.

협회 측은 여론을 등에 업고 특별상 수상에 대한 체육회의 일방적인 결정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여기저기 흘리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아직도 양 측은 대화의 문을 닫아 놓고 서로의 입장만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체육회는 "특별상을 수상하지 않겠다"는 신아람의 외신 인터뷰 소식을 접한 뒤 1일 또 다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신아람은 정작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금 제가 바라는 건 그런 상이 아니라 그냥 자기네들이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혀 체육회의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공조체제를 취해야 할 양 측이 오히려 낯을 붉히고 등을 돌리는 볼썽 사나운 모습이 도대체 왜 연출되는 것일까.

올림픽이라는 전쟁터에서 칼 끝을 적이 아니라 서로에게 겨누는 모습이 애처롭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체육회와 협회의 갈등에 정작 가장 큰 패해자인 신아람의 가슴에는 지울 수 없는 더 큰 상처만 쌓여가고 있다.

런던 | 고진현기자 jhkoh@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