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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반부터 유세를 부린 점.

문재인은 자연스럽게 뜬 게 아니라 정치적 기획상품에 가깝습니다. 친노 세력이 물밑에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화제성이 큰 자서전을 내놓고 그 다음에는 각종 개인사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면서 인지도 확산과 친노들이 가지고 있는 강성 이미지를 희석하는 시도도 열심히 했고 어느 정도는 성공했습니다. 문재인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나 문재인에게 독자적인 정치적인 비전이나 정책이 있을 것 같진 않고 이해찬이 자꾸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오늘 한명숙의 사퇴 여부도 이해찬의 주도 아래 정세균, 문재인, 한명숙이 의견을 주고 받았다 하니 말 다한거 아니�母윱歐�.

이렇게 해서 정치 스타로 키워진 문재인은 한 7%~9%정도의 지지율을 얻고 있었는데 이걸 확 끌어올리는 과정이 문재인이 대표였던 혁신과 통합 우위의 민주통합당 창당이었습니다. 지난 5년간 정치 백수로 살아온 그들이 한번에 낚아챈 것은 두가지 측면이 있을 겁니다. 극성 맞은 팬덤으로 유명한 친노 세력이 총궐기해 민주당의 양보를 요구했다는 점, 또 하나는 그들이 영남을 내세웠다는 점일 겁니다. 문재인 본인이 민주당을 호남당이다, 그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고 그래서 그걸로 유세 떨 수 있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지도부에서도 호남색을 최대한 빼야 한다, 당대표도 호남색을 빼야 한다는 말이 자랑스럽게 올라왔던 겁니다. 그런게 결과는 누가 봐도 실패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문재인과 친노들은 노무현에게서 배운게 없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의 노무현은 친노들처럼 군 것이 없습니다. 통추에 있던 그가 김대중에게 들어가면서 요구한 건 많지 않습니다. 당선 가능한 지역구 보장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최고위원직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들어왔습니다. 부산에 나올 때도 유세떨고 나간게 아니라 조용히 가서 담담하게 선거를 치뤘습니다. 노무현이 부산 나올 때 문재인이나 김두관처럼 민주당은 호남당, 내가 나서면 부산이 10석, 차기 대통령은 부산에서 표를 받아야만 한다, PK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뭐 이런 소리를 떠들고 한게 아니거든요.

문재인이 노무현과 같이 겸손하게 조용히 민주당에 입당해서 자기 혼자만이라도 당선이 되었다면 그 경우가 지금보다 울림도 크고 반향도 컸을 겁니다. 그런데 부산정권의 주인공은 그렇게 하길 거부했고 그 결과가 이 모양입니다.

겸손하게 들어왔다면 혼자 당선되어도 영웅 소리를 듣지만 유세 떨고 왔으니 사람들이 평가해줄 이유는 별로 없는 거지요.




2. 기존 민주당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등한시.


대체적으로 이번에 부산 지역은 친노 후보들이 대거 출마하면서 기존 민주당에서 일을하던 사람들은 밀려나거나 부속품처럼 되버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친노 바람을 불러일으커야 한다는 이유로 홀대를 받은겁니다. 부산 지역의 경우 친노계 후보들만 따로 먼저 면접질을 한 것이 들통나기도 했었습니다.

말이 좋아 시민사회를 주축으로 한 공심위원단이지 노무현 재단에 이름 올린 사람들이 무슨 시민사회입니까. 그냥 친노입니다. 친노가 공천을 독식하다보니 부산에서 꾸준히 민주당 일을 하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고 이미 이 시점에서 시너지가 나기 어려웠을 겁니다.

에컨대 문성근보다 정진우가 중앙에서의 위력와 유명세는 작을지 몰라도 꾸준히 부산에서 출마를 해온 민주당 사람인데 무슨 방해물 밀어버리듯 쫓아내쳐버리고 공천을 고작 문성근에게 주는 것은 절대 잘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이런걸 본 민주당 당원들 사이에서 유쾌한 감정이 넘쳤으리라고 보긴 힘들지 않겠습니까.

문재인과 달리 3선의 고지를 채운 조경태가 초반부터 문재인 등 친노세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감추지 않은 것은 그가 대변하는게 '친노'가 아니라 '부산의 민주당'이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굳이 말씀드리자면 방법론적인 정답은 문재인이 아니라 조경태였다고 봅니다. 부산에 진출에 성공하려면 '친노의 부산 진출'이 아니라 '부산의 민주당'에 방점을 찍어야 성공이 가능합니다. 허구헌날 친노에 방점을 찍고 노무현에 찍으니 될 것 같은데 꼭 실패하는 겁니다.



3. 대체 왜 나왔는지 모르겠는 문성근


문성근이 북강서을에 나온거 저는 솔직히 개그라고 봤습니다. 이 사람이 노사모라는거 빼고 부산에 나와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친노들은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정동영은 그래도 영도에서 고생이라도 하고 영도 출마를 고민했어요. 그렇지만 정청래가 고백한대로 친노들은 왜 전라도X이 하필이면 부산에 오냐고 다그쳤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유감이지만  그렇게치면 문성근이 더 심각한 사람입니다.

까놓고 말해서 문성근의 노사모 이미지는 양날의 검입니다. 노무현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게 환호의 이유지만 중도층에서 보면 극성맞고 극렬하고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못 참는다는 이미지가 먼저 연상이 됩니다. 게다가 문성근은 부산 사람도 아닙니다. 애초에 정동영이 부산에 나오는 걸 막을 생각이라면 문성근도 막아야 정답일텐데 친노들은 냉정하게 보질 못했어요.

그렇다고 문성근이 무슨 대단한 뭐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유감이지만 문성근의 배우 경력은 90년대에 이미 하향세였고 20~30대들은 영화배우 문성근이 아니라 그것이 알고 싶다의 문성근을 더 기억할 겁니다. 한반도, 실종, 자명고에 나온 문성근은 그렇게 인상깊은 배우는 아니고요. 최근 출연한 영화로 홍상수 영화도 있으나 여기서 엄청 화제를 모은 것도 아니고.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노무현 팬덤을 다시 조직해서 그걸 야권통합의 상징으로 포장한 것을 제외하면 딱히 내세울 건 없습니다. 그러니까 처음과 끝이 모두 노무현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선거 구도는 이미 깨졌습니다. 문성근은 허태열이 나올 줄 알았겠지만 박근혜는 바보가 아니었고 외려 지지율이 떨어지던 정치 신인을 붙였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문성근은 선거 구도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여론조사에 이어 심지어 출구조사에서 상당한 규모의 여권 숨은표가 나와 문성근이 패배한 것은 숨겨진 반 문성근 계층이 엄청나다는 증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한마디로 조용히 입을 다물었을 뿐 문재인에게 반감을 느낀 사람이 굉장히 많다는 겁니다. 유독 북강서을의 출구조사만 오차가 심한 것은 유의미한 대목입니다. 출구조사 접전에서 실제 개표 완패로 나온다면 뭔가 있다고 보는게 맞지 않겠어요?

입장 바꿔서 박근혜가 광주 진출을 하는 건 좋습니다. 그런데 그럴거면 이정현처럼 조용한 선거를 해야지 거기다가 광주에 전혀 연고 없는 박사모 출신 유명인이 같이 나서서 설치면 그게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4. 집요한 박근혜 타령



친노들은 대체로 정치 엘리트들 중 외곽에 밀려있던 비주류들이 많아서 한이 많지요. 그래서 이 분들이 잘 하는게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싸움, 비주류와 주류의 싸움 이런 겁니다. 그리고 지지자들도 그런 것에 호응합니다. 친노 성향 지지자들이 황우석과 심형래에 열광했던 것도 다 그런 이유가 있는 거죠. 그런데 서민들은 바보가 아닌게 정치 엘리트 1등과 2등이 죽어라고 싸우던 말던 거기서 무슨 사명감이나 공명을 느끼진 못할거에요.

문재인이 이번 선거 내내 들고 온게 박근혜, 노무현입니다. 박근혜가 대림역에서 악수를 거절당하자 그걸 또 바로 트윗에 올리고 "여러분은 악수 받아주시라" 하는 걸 보고는 너무 촐싹맞아보여서 황당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문재인이 자신의 모습으로 포지셔닝한 "부산 싸나이"와는 거리가 많이 멉니다. 한마디로 너무 깹니다.

문재인이 당선된 사상구에서도 박근혜가 나오게 되면 문재인은 원사이드하게 집니다. 올해 문재인을 후보로 대선이 치뤄진다면 사상구도 문재인보다 박근혜를 더 지지할 겁니다. 사상에서도 최소한 10% 박근혜 표가 더 나올 겁니다. 이런게 현실인데 입만 열면 박근혜 타령을 한 건 정말 실수였어요. 부산 사람들 대다수는 대권 주자로 박근혜를 더 선호합니다. 게다가 부동산 경기도 활황이라 정권 심판론의 불도 안 붙는 부산에서 입만 열면 박근혜 조롱을 하면 먹히질 않아요.

그렇게 떠들고 다니면 부산의 보수적 유권자들 "아 이거 문재인이랑 같이 내려온 놈들이 잘되면 박근혜만 완전 뭐 되겠구만?"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문재인은 그들 스스로 27살 여자애라고 비웃던 손수조 하나 이기는 것에 그쳤습니다. 그 격차도 기대한 것에 비하면 적은 격차로 앞섰고요.




5. 세상에서 제일 나쁜 X 손수조


제가 보기에 손수조를 그렇게 공격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어차피 손수조는 이길 수 있거든요. 그러면 좀 적당히 해야지 손수조가 계산을 잘못해서 8평 원룸을 18평이라고 적은 것까지 재산 허위 신고라고 대대적으로 공격을 하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더군요. 무슨 명함 사진이 올라오면 태권도복 캐릭터 저게 뭐냐고 비웃기, 선거 공보물 가지고 비웃기 등. 손수조가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제일 나쁜 X라도 되나 싶은 수준으로 까였습니다. 맞게 까는 것도 있지만 "감히 우리 재인님을!!!!" 하는 정서로 중무장한 공격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친노가 자랑하는 특기인 공격력과 전투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인데 이건 역설적으로 부산의 보수 유권자들을 응집시켰다고 봅니다. 그들이 보기에는 "야 이거 27살 먹은 여자애한테도 저렇게 드세게 구는데 만약에 우리 부산에서 저 놈들이 4군데 이상 당선되면 완전 박근혜 죽이려는거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겁니다.

제가 보기에는 친노는 손수조를 적당히 봐줬어야 한다고 봅니다. 오히려 손수조가 티타임을 하자고 했을 때 싸가지 없다고 비웃지 말고 문재인이 과일이라도 사서 손수조 사무실에 가서 "차한잔 먹으로 왔다"고 하고 차 한잔 마시면서 "실제로 뵈니까 참 예쁘다. 손수조 후보가 어려서 힘들다는데 나는 새누리당이 아니라서 힘들다. 우리 끝까지 페어플레이하자" 뭐 이랬어야 한다고 봅니다. 



6. 별로 도움이 안되는 외부 인사들


최다 득표자인 조경태는 혼자서 조용히 선거 했습니다. 이 쪽이 차라리 낫습니다. 김태호가 괜히 김해에서 조용히 선거하는게 아닙니다. 문재인도 바람이 다르다는 말로 가지 말고 '한번만 봐주이소' 같은 컨셉을 쓰는게 좋았다고 봅니다.

김어준, 조국, 문성근, 나꼼수 이런게 과연 부산 공략에 도움이 되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분명히 말해 아니라고 봅니다. 부산은 서울이 아닙니다. 대구를 제외하면 보수층의 비율이 가장 높고, 2~30대의 보수층 비율도 가장 높은 곳이 부산입니다. 이런 곳에서 '외부'의 열성적인 정치 세력이 대거 등장하여 바람이다! 노무현이다! 하는 것이 과연 잘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7. 노무현은 김영삼이 아니다. 김대중도 아니다.


친노들은 자꾸 부산 경남에서 노무현의 위상이 광주에서의 김대중이나 전성기 부산에서의 김영삼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절대 아니거든요. 굳이 말하자면 "고졸 출신에 변호사 되고 대통령 되고 대단한 사람이다. 나름대로 서민적이고 가난한 사람들 위할려고도 한 것 같은데 어찌 하다보니 그게 쉽게 안됐다. 말년에 그렇게 죽음으로 내몰린 것은 정말 안타깝다" 뭐 이런겁니다.

광주에서의 김대중과 부산에서의 노무현은 아예 비교도 안되고 김영삼과 비교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영삼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업적이나 맥락이 노무현에게는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부산의 부동산 경기도 나름대로 잘 돌아가는 판에 노무현에 대한 인식도 이러한데 해당 지역에서 노무현 이외에 뚜렷한 메시지가 없으면 승리는 요원합니다.

부산 경남에서의 득표력이 올라갔다고 해도 당선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어차피 이번 선거를 보면 민주통합당은 당선이 안됐을 망정 강원, 강남벨트의 성적도 예전에 비해 대폭 올라갔습니다. 게다가 접전으로 보이는 최인호 등도 새누리계열 무소속인 엄호성을 새누리표로 산입시키면 큰 차이가 납니다.

노무현 성군론이나 노무현무오설을 벗어나야지 가능한거에요. 조경태가 지하철 하나로 60%가까이 득표하는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