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탈리스 스콜라스 - (12) 제수알도
- 작성일
- 12-04-07 07:21
탈리스 스콜라스가 이번에 선택한 음악가는 이탈리아의 카를로 제수알도입니다.
제수알도는 그의 음악도 음악이지만 그 특별한 개인사 때문에 후대에 이야깃거리를 많이 남긴 이이기도 합니다.
일단 출신 성분이 여타 음악가들과 크게 다릅니다.
그 자신이 베노아 지역의 군주이기도 했고, 세속적 신분 못지않게 종교계쪽 인맥도 대단해 친인척 중에 이곳저곳의 대주교를 맡은 이가 넘쳐났다고 하지요. 특히 큰삼촌은 당시 트리엔트 공의회를 주재하던 교황 비오 4세이기까지.
그러나 그를 유명하게 만든 건 그의 신분이 아니라, 서른 즈음하여 벌였던 그의 살인 행각 때문입니다.
지역의 영주 쯤 되니 결혼도 그에 걸맞추어 했을 겁니다. 역시 귀족집안의 딸인 자신의 사촌과 결혼했는데,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는 걸 알게 됩니다. 분노한 제수알도는 사냥을 나가는 시늉을 했다가 집에 몰래 돌아와 바람 현장을 급습 (아... 이런 식의 패턴은 16세기와 21세기를 가리지 않는군요.), 밀통하던 두 남녀를 각기 한칼에 찔러죽이고 맙니다.
꽤나 높은 신분의 집안에서 벌어진 치정살인극이라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되었다는데, 명백한 밀통에 대한 응징이라서였는지 아님 영주라는 신분에 대한 예우 때문인지 그는 변변한 처벌을 받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살인을 저지르긴 했다는 죄책감에 칼맞은 당사자 두 집안과 원수지간이 되어 이들에게 살해당할 위험이 있다는 것까지 하여 그는 모든 자리를 내놓고 개인소유의 영지에 틀어박혀 여생을 보내게 됩니다.
그곳에서 제수알도는 재혼도 해가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싶어했지만, 간통 및 살인에 대한 내상이 커서였을까요, 평생 우울증 비스무리한 것에 시달리며 정기적으로 자신 몸에 채찍질을 하는 고행을 하기도 하고... 뭐 그랬다네요.
결코 행복하다고 보기 어려운 제수알도의 일생이 작품 세계에 반영된 듯, 그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의 하나는 '변화무쌍'입니다. 한 세대의 앞의 팔레스트리나에게서 받은 영향이 느껴지다가도 느닷없이 몰아치는 속도 변화라든가 부풀어오르는 화성 등이 그 불안한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듯.
사랑의 쓰라림을 주로 노래한 세속 가요 모음인 마드리갈이 그의 대표작인데, 이와 쌍벽을 이루는 종교음악으로 바로 오늘 올리는 작품,
'성 토요일을 위한 응답송'이 꼽힙니다. 공식 명칭이 tenebrae responsories이니 직역하면 '어둠 속의 응답송' 정도 되겠네요.
이 작품은 성 토요일, 즉 부활절을 코앞에 둔 토요일에 노래하는 작품이니 수난 및 부활과 관계 있는 그림을 사용해야 할 터, 하여
카라바지오가 그린 십자가에서 내린 예수가 표지로 등장합니다.
(그러고보니, 내일(8일)이 부활절이군요. 이런 우연이 ㅎㅎㅎ)
'Tenebrae'라는 단어가 '어둠 속의 기도'라는 뜻을 담고 있으므로 이런 류의 작품은 거의 대부분 지극히 명상적인 모습을 띕니다. 100여 년 후 나온 쿠프랭도 그랬고, 통 그럴 것 같지 않은 작곡가인 샤르팡티에 역시 그랬고.
불안한 심리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제수알도의 작품은 과연 어떨까요?
하지만 응답 독송'에 이어지는 네 곡의 성모 마리아에게 바쳐진 모테트는 다시한번 제수알도 작품 세계의 특징인 '예측 불가' 성격을 보여줍니다. 어떤 의미에서냐고요? 기존의 제수알도 작품에서 나타나던 기괴함이 싹 사라져버린 대신 엄청나게 정적인 분위기에서도 생생함을 잃지 않는 아이디어를 들려주기 때문이지요. 역시 당대인의 상식으로 평가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존재였음을 확인해 주는 작품이라고...
(뭐, 언제나처럼 라틴어 가사 번역은 패~쓰ㅠ)
제수알도는 그의 음악도 음악이지만 그 특별한 개인사 때문에 후대에 이야깃거리를 많이 남긴 이이기도 합니다.
일단 출신 성분이 여타 음악가들과 크게 다릅니다.
그 자신이 베노아 지역의 군주이기도 했고, 세속적 신분 못지않게 종교계쪽 인맥도 대단해 친인척 중에 이곳저곳의 대주교를 맡은 이가 넘쳐났다고 하지요. 특히 큰삼촌은 당시 트리엔트 공의회를 주재하던 교황 비오 4세이기까지.
그러나 그를 유명하게 만든 건 그의 신분이 아니라, 서른 즈음하여 벌였던 그의 살인 행각 때문입니다.
지역의 영주 쯤 되니 결혼도 그에 걸맞추어 했을 겁니다. 역시 귀족집안의 딸인 자신의 사촌과 결혼했는데,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는 걸 알게 됩니다. 분노한 제수알도는 사냥을 나가는 시늉을 했다가 집에 몰래 돌아와 바람 현장을 급습 (아... 이런 식의 패턴은 16세기와 21세기를 가리지 않는군요.), 밀통하던 두 남녀를 각기 한칼에 찔러죽이고 맙니다.
꽤나 높은 신분의 집안에서 벌어진 치정살인극이라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되었다는데, 명백한 밀통에 대한 응징이라서였는지 아님 영주라는 신분에 대한 예우 때문인지 그는 변변한 처벌을 받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살인을 저지르긴 했다는 죄책감에 칼맞은 당사자 두 집안과 원수지간이 되어 이들에게 살해당할 위험이 있다는 것까지 하여 그는 모든 자리를 내놓고 개인소유의 영지에 틀어박혀 여생을 보내게 됩니다.
그곳에서 제수알도는 재혼도 해가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싶어했지만, 간통 및 살인에 대한 내상이 커서였을까요, 평생 우울증 비스무리한 것에 시달리며 정기적으로 자신 몸에 채찍질을 하는 고행을 하기도 하고... 뭐 그랬다네요.
결코 행복하다고 보기 어려운 제수알도의 일생이 작품 세계에 반영된 듯, 그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의 하나는 '변화무쌍'입니다. 한 세대의 앞의 팔레스트리나에게서 받은 영향이 느껴지다가도 느닷없이 몰아치는 속도 변화라든가 부풀어오르는 화성 등이 그 불안한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듯.
사랑의 쓰라림을 주로 노래한 세속 가요 모음인 마드리갈이 그의 대표작인데, 이와 쌍벽을 이루는 종교음악으로 바로 오늘 올리는 작품,
'성 토요일을 위한 응답송'이 꼽힙니다. 공식 명칭이 tenebrae responsories이니 직역하면 '어둠 속의 응답송' 정도 되겠네요.
이 작품은 성 토요일, 즉 부활절을 코앞에 둔 토요일에 노래하는 작품이니 수난 및 부활과 관계 있는 그림을 사용해야 할 터, 하여
카라바지오가 그린 십자가에서 내린 예수가 표지로 등장합니다.
(그러고보니, 내일(8일)이 부활절이군요. 이런 우연이 ㅎㅎㅎ)
'Tenebrae'라는 단어가 '어둠 속의 기도'라는 뜻을 담고 있으므로 이런 류의 작품은 거의 대부분 지극히 명상적인 모습을 띕니다. 100여 년 후 나온 쿠프랭도 그랬고, 통 그럴 것 같지 않은 작곡가인 샤르팡티에 역시 그랬고.
불안한 심리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제수알도의 작품은 과연 어떨까요?
하지만 응답 독송'에 이어지는 네 곡의 성모 마리아에게 바쳐진 모테트는 다시한번 제수알도 작품 세계의 특징인 '예측 불가' 성격을 보여줍니다. 어떤 의미에서냐고요? 기존의 제수알도 작품에서 나타나던 기괴함이 싹 사라져버린 대신 엄청나게 정적인 분위기에서도 생생함을 잃지 않는 아이디어를 들려주기 때문이지요. 역시 당대인의 상식으로 평가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존재였음을 확인해 주는 작품이라고...
(뭐, 언제나처럼 라틴어 가사 번역은 패~쓰ㅠ)
Carlo Gesualdo
성 토요일을 위한 응답 독송 Tenebrae Responsories for Holy Saturday
 제수알도', '탈리스 스콜라스가 이번에 선택한 음악가는 이탈리아의 카를로 제수알도입니다.제수알도는 그의 음악도 음악이지만 그 특별한 개인사 때문에 후대에 이야깃거리…', 'http://img2.wantitall.co.za/images/ShowImage.aspx?ImageId=Carlo-Gesualdo-Tenebrae-Responsories-for-Holy-Saturday|513wkns2p5L.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