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몇년 째 자주가는 카페가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두번은 가는 곳인데 거기서 커피를 마시며 두세시간 책을 읽고 옵니다.

그러다보니 카페의 여주인(두 사람 다 아리따운 처녀)이랑 친해졌습니다.

이제는 책보다는 그 분들이랑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어졌습니다.

한 사람은 영문학을 다른 한 사람은 미술을 전공해서 그런지 셋이서 이야기를 나누면 각각 이야기 보따리가 풀어져 제법 풍성해집니다.

카페 주인이 들려주는 커피 이야기, 여행과 사람 이야기가 너무 재밌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분들은 식사를 제대로 못하더군요.

카페에서 음식 냄새 풍기는 것도 그렇고 밥먹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카페랑 안 어울릴 것 같아 잘 안드시더군요.

너무 배고플 때는 테이블 밑에서 빵을 모이처럼 오물거리며 먹는 것으로 때우나봅니다.

한번씩 제가 먹거리를 사들고 갑니다. 프래즐, 호떡, 유부초밥, 보리빵, 케밥...

제가 무신경한지라 한참 뒤에 알았는데 이 분들 저에게만 커피를 할인해줬더군요. 6천원이나 5천5백원짜리 커피를 4천 5백원에 여태 받고 게다가 매번 한잔의 서비스 커피를 더 줬답니다.

원두콩 100g도 몇번 씩 챙겨주고 우리 아들에게 쵸코 우유 공짜 서비스...

그러다보니 가격을 제대로 내는게 아니라 물물교환을 하는 셈이 되었습니다.

제 단골 카페인 이 곳에서 마시는 커피는  이 세상 어느 커피보다 맛있고, 가치가 있습니다. 커피보다 짙은 사람의 향이 스며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