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친노는 더 이상 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작성일
- 12-03-25 04:28
제가 처음 왔을 때는 구민주계의 입장에 가까운 분은 래리어트님 그리고 가끔 보이는 살찐그리피스님이 전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외에 가끔 친노를 비판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는 늘어난 건 얼마 안되긴 했군요. 그런데 꼭 베팍만 그러한가 해보면 어느 게시판이건 다 그래요. 구민주계의 불만을 얘기하는 분들이 엄청나게 늘어났어요. 여기에는 입장이 다양합니다. 그냥 친노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리버럴, 기본의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까지 포괄적이에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저는 친노가 실제 기반이 없어서 인기가 많지 않아서 오히려 인터넷에서 부흥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동영이 싫어서 문국현을 지지했던 친노들이 온갖 커뮤니티를 점령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보면 그들이 다수라서가 아니라 소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게 있습니다. 친노들은 대체로 그 동안 민주당을 열심히 비판해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유저의 언제 언제 발언 이런 식으로 되짚는 것은 좀 잔인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어느 커뮤니티나 대체로 그랬습니다. 저만 해도 여기서 정동영을 좀비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가 언급했다가 구라치고 날조한다고 맹공을 받았는데 실제로 정동영보고 좀비라고 막말을 글들으르 보여드리자 인정은 하시더군요. 친노 비판에 분열, 알바, 분란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게 다 이런 연유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굳이 감출 것 없이 지난 10년 가까이 친노 세력은 인터넷에서 절대 강세를 보였으니까요.
그런데 이 비판은 역설적으로 친노가 정치판의 외곽에 있어서 용납이 가능한 부분이 있습니다.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 처참하게 실패하고 친노가 정치판의 외곽으로 밀려났다가 노무현의 죽음으로 정서적 복권이 이뤄지자 민주당에 대한 공격은 강도가 올라갔습니다. 종류도 다양해서, "무능한 당", "차악이 아닌 최악", "호남 지역당", "한나라당 2중대" 등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판은 친노가 정말로 능력이 없거나 뒤로 물러나 있을 때 그럴 때만 약발이 있지 정작 전면에 서게 되면 자기에게 다 되돌아오게 되어있습니다.
친노 비판이 늘어나던 시기에 사실상의 저격글을 쓰신 분의 과거글을 보니 한 친노 쪽 정치인을 극찬하면서 민주당은 그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느니 야당이나 할거란 이런 식으로 비꼬시더군요. 생각해보면 구민주계 유저 중에서는 이 정도 수준으로 친노를 밑도 끝도 없이 비꼬는 분은 아직 못 봤습니다. 태도 얘기가 나오지만 정작 친노 쪽 지지자로 보이는 분들 중에서 유시민이나 노무현에게 비판적이면 곧바로 새누리빠, 알바 얘기가 나오는 분들이 꽤 됩니다. 그리고는 분열이라고 하신느데 글쎄요... 분열이라....
이제는 상황이 다릅니다. 친노가 전면에 서게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우리는 페족이 되었다가 주군이 죽고나서야 겨우 작게나마 운신할 수 있는 불쌍한 정치 집단이라고 감상적인 포장을 할 수는 없다 그겁니다. 문재인은 대놓고 PK대망론을 근거로 민주당에 지분을 요구해서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로 성장했고 정작 시민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시민사회(?)를 자임하여 당을 만들고 들어와서 공천을 통해 주요세력이 되었습니다.
아까 대화하다보니 구민주계를 듣보잡이나 무명으로 말씀하신 분이 계신데요. 과연 이종걸이 아는 사람 없는 무명이라면 남윤인순, 이용선, 이학영은 어떨까요? 제가 보기엔 이 사람들이 더 심하게 무명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런 비유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과연일반인들이 모든 지역구의 국회의원을 어떻게 다 압니까? 적어도 수도권에서 이종걸 정도면 충분히 인지도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말씀하시면 참 대단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그리고 무명이라고 능력이 없나요? 그럼 이계안은 무능할까요? 인지도는 정말로 꽝이잖아요.
달이 차면 기운다고, 적극적으로 살기 위해서 아주 열심히 타정파를 비판해왔던 친노들이 이제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시점이 온 겁니다.
분명 한명숙과 국민의 명령이라는 '팬덤 조직'을 등에 업고 그것도 부족해 가산점 제도를 통해 2위 최고위원이 된 문성근은 주류가 되자마자 "민주통합당은 통합의 당이고 우리 당에는 친노도 친DJ도 없고 전부 하나"라는 참 아름다운 말을 했지만 정작 이들과 그리고 선출되지 못한 권력이자 보이지 않는 손으로 거명되는 이해찬이 당을 마음대로 움직였습니다.
친노와 486들이 있는 지역구는 전부 단수 공천이었고 그들이 그렇게 자랑스럽게 주창하던 국민경선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경선을 한다면 분명 모든 후보자에 대한 선택권이 동등하게 있어야 할텐데 유독 구민주계와 호남 등 친노를 견제할 능력이 될 정파에 한해서만 집요할 정도로 경선자체를 해보지도 못하게 하는 식으로 잘라냈습니다. 노무현 때문에 독박을 정치인생에 오점 찍은 이상수는 잘라내면서, 한나라당에서 건너온 철새이자 김대중에 대한 철저한 증오로 일관한 이부영은 통추 세력이라는 이유로 경선 기회를 준 것은 통합 정신이 아닙니다. 유독 호남에 대해서는 지역구민들의 경선 선택권이 지극히 제한 된 것도 그들이 말하는 참여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국민경선을 통해 자신들의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시민들의 승리라고 자축했으나 그렇지 않으면 조직 선거라고 폄하를 했어요. 이러면 어쩌자는 겁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친노는 그 동안 민주당을 유독 진보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해왔습니다. 민주당은 잡탕당이다,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별 차이가 없다 이런 식으로 유독 자신들의 진보성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들은 당의 중심이 되고 권력의 중심이 되자 진보성을 보여준 바가 없습니다. 손학규를 향해서는 한나라당 출신답게 FTA를 막지 못했다, 박지원을 향해서도 호남구태 세력 답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정작 같은 시기 한명숙, 이해찬, 문재인은 FTA 문제를 철저하게 외면했습니다. 정체성 공천이라고 하면서 조용한 편이었던 호남출신 관료 의원들은 졸지에 수꼴이 되어서 쫓겨났지만 논란의 중심에 있던 김진표는 문성근과 이해찬이 적극적으로 옹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을 비롯한 친노 진영은 그들이 민주당이 민주통합당으로 바꾸도록 종용할 수 있던 영남에서의 가능성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거가 이제 20일 정도 남았는데 현재의 판세가 이어진다면 문재인, 조경태를 제외하면 추가적인 당선자가 나올 가능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이번에 부산에서 친노들이 대거 단수공천 되면서 적진인 부산에서 일하던 부산 민주당계 인사들은 면접조차 제대로 못 받았습니다. 그들이 듣보니까 그래도 된다고요? 글쎄요. 문성근의 전략공천 때문에 백수가 된 전재수는 꾸준히 북강서을에서 민주당 활동을 했습니다. 탄핵 총선 떄 10%차이로 질만큼 경쟁력도 있었어요. 이 사람이 듣보라서 밀렸다고 보시나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마저 면접 제대로 못 받아보고 밀려났습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서 문재인,조경태 그 다음에 운 좋으면 김정길정도 당선이라면 과연 그게 시민들도 모르는 시민통합당까지 만들어가며 준비할만한 것이었을까요.
친노 지지하시는 분들에게는 당연히 친노 비판이 싫겠죠. 그런데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친노가 화려하게 부활하여 끼리끼리 정치를 하기 직전까지 비친노 성향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에 대한 비판과 그 정치인들에게 비난을 수없이 구경해야 했습니다. "정동영은 좀비" 운운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정작 지금도 현실을 보면 졸지에 호남 구태로 몰려 관에 들어갈 뻔 했던 박지원이 김용민을 위해 물밑 접촉 해주고 경선 운동 해주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문재인은 야권연대라는 미명으로, 부산경남에서의 성적을 무엇보다 중시해서 김희철을 그냥 바로 버렸습니다. 이런 행동을 혹은 현재 지금 친노가 지도부로서 힘을 잡고 하고 있는 행동을 박지원이나 손학규가 했다면 어땠을까요? 난리도 아니었을 겁니다.
친노가 乙에서 甲으로 위치가 변한 이상 그들의 능력치가 그들이 선언한 만큼 나오지 않응면 불만이 쏟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전 오히려 정치적 집단으로서의 친노가 주도권을 잡기까지 스스로 내건 허세와 거짓말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봅니다. 문재인은 FTA에 거의 반대 의사가 없지만 그를 지지하는 친노정치세력은 손학규와 박지원 등을 FTA 묵인파로 규정해서 맹공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이 힘을 잡자 관련된 그 어떤 얘기도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대권주자라는 사람이 경쟁 대권주자의 약점만 얘기하고 현안에 대해서는 그 어떤 말을 않는게 무책임한거죠. 이건 그들이 비판하는 박근혜식 정치하고 다를게 없습니다.
지하의 경기동부가 지상에서 나오자 바로 숨어들어가야할만큼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것처럼 그 동안 마이너이기에 공세 위주였던 친노도 그 반대의 위치에 서게 된 것이고요. 현재까지는 이들이 정치를 통해 성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저는 오히려 논의가 명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있게도 과거에 쓰신 글을 보면 구민주당에 비판적이거나 친노에게 우호적이던 분들이 꽤 되는게 그 분들은 꼭 나는 친노도 아니고 비노도 아니고 아무 것도 모르지만 수식어를 반드시 붙이고 말씀을 하시거든요. 그런데 이해가 안가는게 그렇다면 굳이 친노 비판에 그렇게 예민할 이유는 없다 그겁니다.
그분들은 꼭 그렇게 수식어를 다시면서도 이상하게 친노 비판은 잘 못 참는 건 사실 이상한 겁니다. 예컨대 "한줌도 안되는 유저들"이, "상종도 말아야 할 X들", "정신나간" 이런 식으로 주어없이 조롱하는 것도 한 두번이지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친노니 비노니 이런 것에 초탈하면 불만이시라면 더욱 의뭉스럽습니다. 왜냐면 그 분들이 "정동영 좀비",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되는거 보느니 그냥 야당할 분들" 이런 식의 표현에 똑같이 그렇게 분노하셨나면 그건 또 절대 아니거든요.
수적으로도 요즘 보면 친노에 비판적인 유저들이 들었는데 그것도 친노의 처지가 바뀌었다는 점에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커질 겁니다. 그게 싫다면 비판만 할 수 있는 정치계의 마이너나 비주류로 계속 살면 되는데 누가 뭐라고 해도 이젠 주류니까요.
저는 오히려 앙겔루스노부스님이 "구민주계 유저들은 여기에 친노, 친유 많은거 다 알고 있지 않나?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그러니까 조금 톤을 내리자"고 하셨는데 저는 이게 더 생산적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말대로 최근에는 저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이래도 이해가 안 가신다면 간단하게 말씀드릴게요. 요근래 문재인, 이해찬 등의 행보에 비판이 쏟아지자 그걸 굉장히 싫어하는 분들이 있다는거 잘 압니다. 그런데 문제가 될 '빠'등의 단어가 사라졌다면 이제는 팩트에서 바라봐야죠.
구민주계 지지자들이 친노를 더 싫어하게 되는게 이런 겁니다. 정동영은 좋으나 싫으나 최근 4년간 여기저기 욕 좀 그만 먹고 살려고 별 짓을 다 합니다. 그런데 일전에 보니까 정동영을 두고서 "대통령에 안나온다면 인정"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시더군요.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강조하던 분들이 왜 남의 선거권을 간섭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천신정을 열린우리당을 만든 배신자로 보는 사람들마저도 이런 글을 보면 황당해집니다. 솔직히 편들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그런 말씀을 하는 분들을 보면 친노가 아닌 분도 있고 친노인 분들도 있는데 그 분들에게 대체 문재인은 뭘 했길래 대권주자냐, 현안에 대한 입장이 대체 뭐냐, 죽은 사람 가지고 이미지 정치로 일관하는거 그렇게 비판하는 박근혜하고 뭐가 다르냐고 하면 그걸 분란으로 보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대화가 너무 어렵다 그겁니다. 그래도 정동영에게 자주 나오는 말처럼 아예 대선에 나오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