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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나와서 말인데요.

저는 이명박이 집권했다고 해서 갑자기 바뀐 것은 없다고 봅니다. 아니라고요? 너 새누리당 알바 아니냐고요? 그런 분들에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건 흥분하지 말고 양치하고 냉수 마신 다음 주위의 친구나 지인들에게 물어보라 그겁니다. 그 분들에게 김대중, 노무현 때는 서민이 살기 좋은 민생천국이고 지금은 신독재 서민이 죽어나는 엄혹한 시대 아니냐고 물어보세요. 아마 별로 동의 안할 겁니다.

저기 도화동에서 조그마한 담배가게 하는 50대 아저씨한테 이명박이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바뀐 건 없을 겁니다. 신림동에서 노래방하는 김사장에게도 변한 건 없을테고 함평에서 벼농사 짓는 60대 김아무개씨도 바뀐 건 별로 없다고 할 겁니다.

솔직히 말할까요? 저 분들에게 "김대중, 노무현 시절은 천국 아니었나요? 이명박 이 독재자 나쁜X 때문에 우리 다 죽습니다!!!!"라고 하면 "그래 그래"하고 대충 듣고 넘기거나 좀 냉정한 분은 "저 X이 왜 저러지?" 그럴겁니다.

김대중이나 백기완도 김근태도 아니고 전태일의 여동생도 아니고 이도저도 아니고 그냥 중산층 리버럴인거 빼면 별 것도 없는 양반들이 과도하게 오버 액션을 해봐야 공감이 가는게 아니라 좀 우스꽝스러워요.

물론 이명박이 된 이후 바뀐 건 있습니다. 노무현은 측근이나 형의 비리였을 뿐임에도 자신마저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몰려 무리한 수사를 받다가 죽었고, 김미화는 방송이 줄었고 남윤인순은 예전처럼 KBS 이사처럼 매끈한 직책을 가질 수 없습니다. 김제동도 방송이 줄었습니다. 윤도현도 방송에서 하차했고 김용민도 CBS에서 잘렸습니다. 흔히들 대통령의 힘으로 밥줄이 움직이는 유사-엽관제적 분야에선 변한게 엄청 많습니다.  노무현 정권이 시작되고 주류의 비주류였던 인사들은 다시 백수가 된 경우도 비일비재 하니 더 그럴 겁니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그건 그 분들의 사정입니다. 적더오 별볼일 대다수 국민에게는 그렇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방향이었던 사회,문화적 민주화에 더 큰 의의를 부여했거나 남북문제를 중시했던 사람들에게도 변한 건 많을 겁니다. 임수경과 백낙청에게는 정말 바뀐게 많을 겁니다. 김대중, 노무현을 잘 씹던 진중권에게도 막상 MB정권은 꽤 다를 겁니다. 책을 하나 써도 방송에서 소개해주는 정도가 확 달라졌을테니 말입니다.

혹은 죽은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거나 지금은 제1야당인 정당의 열성적 지지자, 현재 제2야당내 스타 정치인의 열렬한 지지자들에게도 정권이 교체되고 말고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겁니다. 그들에게는 그게 천동설과 지동설의 차이 수준일 겁니다. 대개 중산층 리버럴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이 분들에게 정권교체는 그 자체만으로도 세상에 다 바뀌는 수준의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앞서 말한대로 도화동에서 담배가게 하는 50대 아저씨 입장에서는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도 크게 바뀌는거 없을 겁니다. "검찰 놈들 너무하다. 아무리 그래도 전직 대통령을 그리 괴롭힐 수 있냐" 이 정도 생각을 할지 몰라도 그 분 앞에서 이 시대의 절대 절명의 과제는 검찰 개혁이고 정치 개혁이라고 하면 비웃음이나 사기 마련입니다. 

얼마전에 한귀영이 쓴 진보 대통령 VS 보수 대통령을 봤는데 이를 보면 노무현이 주로 던진 메시지가 거의 대부분 사회, 정치 분야에 집중되어있고 주로 본인 주도하에 매우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반면, 경제,복지 등 민생 문제는 대개 소극적이고 상황에 반응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게 딱 정답이라고 봅니다.

김대중 정권은 보수의 한축과 연대해서 나온 연립정부라는 제약과 IMF의 직간접적 경제통치라는 틀 안에서 사회문화적인 개혁에만 집중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노무현 개인의 극도로 래디컬한 성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실질적인 변화가 많을 것으로 기대했을 겁니다. 그런데 정작 노무현은 엉뚱한 것에만 유달리 집착했고 전 그게 MB와 이회창을 합치면 60%가 넘는 압승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식의 정치로는 소수의 개혁 페티시스트들에게 환영받을진 몰라도 성공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지금도 이걸 깨닫지 않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검찰 개혁이 정권의 최우선 과제라고 하거나 집권하면 남북관계가 어쩌고, 정치 개혁을 통한 어쩌고 등등 말입니다. 

이미 지방선거와 굵직했던 재보궐선거, 그리고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통해 반MB정서는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게다가 반MB는 곧 야권 지지도 아닙니다. 누구보다 친이계 학살에 적극적인 박근혜의 새누리당이 금새 지지율 1위 정당으로 거듭난 것을 봐도 그렇습니다.

닥치고 통합, 닥치고 반MB, 닥치고 선고로 GoGo, 비도덕과 절차의 문제점은 진보의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는 말이 넘치는 것을 보면 어째 좀 불안합니다. 검찰 개혁을 정권 최우선 과제로 내건 듯한 양반들을 보니 노무현 정권의 실패에 전혀 반성이 없는 것 같고 말입니다.

사람들은 뭐라도 해줄 것 같은 사람을 찍지 저런거 한다고 더 이상 지지하진 않을 겁니다. 물론 이명박은 실패했으니 저걸 가지고도 어느 정도 이기긴 할 겁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저것 만으로 일관해서는 총선 승리는 겨우 할 수 있더라도 정권교체는 어렵고 만약 하더라도 또 다시 거대한 실패와 두번째 이명박을 맞으며 산산조각이 날 겁니다.

그런데 현재 분위기를 보니 단지 만만한 프로파일링을 갖췄다는 이유로 똑같은 초선의원인데 한 사람은 죄도 없이 졸지에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이 되고 한 사람은 지저분한 짓을 다 저지르고도 잔다르크 취급을 받는 것을 보니 미래가 솔직히 어둡게 느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