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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유시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만 놓고 보면 너무 속보이는게 유시민에겐 자기 밑의 엄청난 인터넷 팬클럽 군단이 있고 민주노동당은 엄청난 기층조직이 있으니 역할분담해서 나눠먹자는 계산이잖스니까. 정치가 무슨 초등1학년 산수도 아니고 수학으로 비유하면 저같은 문과출신은 생전가도 풀지도 못할 고난이도의 고차원 수학일텐데 똑똑한 분들이 세상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심상정은 그렇다 쳐도 노회찬과 조승수의 행보도 참 이상했습니다. 조승수만 해도 한 때 국민참여당의 합류는 결사 반대한다며 조건부 진보통합을 외치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모든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획 돌아서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매끄럽지가 않았습니다. 노회찬도 그렇지요.  노회찬은 민주통합당에 갔다면 3위권 안에 드는 최고위원으로 등극했을테고 노회찬 본인의 스타성을 생각하면 대중정당인 민주통합당 내에서는 지분 확보도 가능하고 자기 사람들을 우군으로 둘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꼬방 같은 통합진보당에서 대다수 서민, 노동자와 동떨어진 NL들과 입씨음하느라 고생하는 잡일도 안해도 됐을 겁니다. 과거 운동권, 학출, 좌파끼리 순도 높게 뭉칠려고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는 통진당에 간 것이 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통합진보당이 내세운 대중적진보정당이라는 것 자체의 의미가 별로 없어졌습니다. 대중적 진보정당이 되려면 당장 진성당원제를 없애버래야 할텐데 그게 될리는 없잖아요? 게다가 민주통합당이 상당히 왼쪽으로 틀어버렸습니다. 제도권 정치를 감안해보면 민통당은 충분히 왼쪼긍로 갔고 여기서 더 트는 것은 득표력 하락만 가져오지 이득도 없어보입니다.  그리고 유시민이 끼어든 판에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보다 이념적 선명성이 있을리 만무합니다. 어차피 이 사람 저 사람 다 모여서 이기고보자는 통합정당이라면 당연히 민주통합당이지 다른 답은 의미가 없습니다.

가장 결정적으로 이 당에 대해은 정작 노동자, 농민, 서민, 빈민들은 별로 관심을 갖질 않습니다. 구 민주노동당은 아무리 내부에서 남성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들만의 모임이라고 하던 말던 민주노총이라는 배경이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 상징성도 축소가 됐습니다. 

물론 진보 정당을 노동자들이 지지하지 않고 일부 중산층 인텔리나, 운동권 출신 좌파, 소수의 20대들만 지지한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안철수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한계점은 거의 급소 수준의 약점이 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평소에는 진보 정당을 외쳐도 선거철엔 '힘없는 약자(?)', '기득권의 희생양' 유시민을 지지하는 수준이었지만 안철수와 박원순이 나오고 나자 스노브 성향이 다분한 중산층 개혁주의자들은 다 그 양반들 향해서 떠났습니다. A.자라님 말씀대로 박원순 당선되는데 민주노동당이 기여한게 별로 없습니다. 참여당도 없습니다. 결국 현재 통합진보당에 남은 것은 NL과 극렬 유시민 지지자들 뿐입니다. 과거 이들을 지지했던 중산층들은 안철수로 턴한지 오래죠.

박원순의 민주통합당 입당여부에 통진당에 저렇게 과도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박원순이 민주통합당에 입당한다면 안철수가 입당하는 것에 준한 효과가 될테니 가뜩이나 안철수한테 나와바리를 빼앗긴 저 양반들로서는 위기 의식이 클 수 밖에요. 심지어 진보신당까지 박원순,김두관 입당에 부정적인 것은 다 그런 이유가 있어서라고 봅니다.

이렇게까지 된 것에는 진보 정당의 책임도 한 몫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성당원제를 고집해서 정당이 NL패권판이 되게 하거나 아니면 이념적으로 경직된 써클로 만들어 버린 것도 그 분들이고 중산층 스노브들에게는 먹어줬지만 서민들에게는 외면을 박고 혹은 조직 기반의 대기업 정규직 노조를 제외하면 노동자들을 제대로 우군으로 만들지 못한 것은 그 분들의 문제지 외부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요.

그런데 뭐, 이렇게 길게 얘기 안해도 진보정당이 대통령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한 더 정확히는 대통령제가 유지되는 한 진보정당의 살길은애초에 없었다고 봅니다. 

게다가 최근 펼치고 있는 고춧가루 전술은 실패할 공산이 다분하지요. 만약 유시민이 없는 통합진보당이라면 이런 전술이 동정표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고춧가루 전술만 쓰다가 두 번 다 홀랑 망한 유시민이 버티고 있어서 통합진보당 NL은 억울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봤자 안 됩니다. 그러니까 이상한 통합은 애초에 하지 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