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의 위기는 진보 마초 논란이 아니라 다른데 있죠.
- 작성일
- 12-02-03 14:40
나꼼수가 지금까지 인기를 끌던 건 김어준 덕분이 아니라 정봉주와 주진우 덕입니다. 김어준이 이빨도 좋고 말빨은 있지만 이 사람은 컨텐츠는 심각하게 빈약합니다. 만약 주진우와 정봉주 없는 나꼼수였다면 2시간 내내 김어준의 노빠,문빠,유빠 타령이 이어졌을 것인데 그걸 2시간 넘게 들어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나꼼수의 코어한 팬층이야 저들 그룹에 있지만 그들만 가지고는 신드롬도 택도 없고 인기도 안 생깁니다.
B급 코드라고 하건, 우익적이라고 하건, 마초라고 하건 나꼼수가 인기를 끌던건 다른게 아니라 비장미가 있었습니다. 나름 잘 나가다가 망한(?) 사람들이 모여서 목숨걸고 정부의 치부를 까발린다는 그런 매력이 있었습니다. 매번 감옥갈지 모른다고 하던 정봉주나 고발당해서 힘들어죽겠다는 주진우가 나꼼수의 실제 주인공들이라고 봅니다.
주진우나 정봉주는 친노도 아니고 노빠도 아니고 그냥 자기 생각에 따라 사는 사람들입죠.
그런데 정봉주가 사라지고 주진우의 소스도 많이 떨어진 지금부터는 슬슬 동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얼마전에 민통당 전당대회를 할 때 나꼼수를 들어보면 박지원에게는 집요한 공세적 질문을 하지만 문성근에게는 무슨 말만 해도 "오! 이거 새로운데?" "오 이거 제대론데?" 이런 걸 들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문성근이 김어준에게 반말하는 걸 봐도 뭔가 끼리끼리라는 느낌이 들긴 하죠.
아직은 나꼼수가 여전히 잘 나가지만 이미 밟힐날만 남은 이명박을 씹는 것은 이제 물린 감이 있습니다. 현직 판사가 가카새끼라고 하는 시류인데 비장미도 줄어들었고요.
게다가 이슈 자체를 분석하는 방송만 놓고 보면 여러가지가 생겼습니다. 친노 쪽은 유시민이 팟캐스트 하나 만들어서 분점하기 시작했고 김종배는 방송국은 오마이일 망정 능력 자체는 오마이 수준을 뛰어넘는 능력있는 언론인입니다. 엄청나게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저 팟캐스트나 인터넷 방송을 다 들어줄 만큼 열성적인 사람들은 없을테고 앞으로 나꼼수는 더 이상 자신만의 컨텐츠를 내놓기가 좀 어렵다고 보여집니다.
제가 보기엔 진보마초 논란은 그렇게 중요(?)한건 아닙니다. 나꼼수가 B급 분위기, 욕 나오고 거칠고 , 마초 분위기라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입니다. 황빠 김어준, 심빠 김어준, 노빠 김어준, 문빠 김어준, 유빠 김어준을 이미 알 사람은 알고 있죠. 그 보다는 컨텐츠가 중요한겁니다. 만약 나꼼수가 지난 전당대회 특집처럼 김어준이 문성근에게 맞장구 치며 띄어주는 방식으로 이어진다면 그거야 말로 진짜 위기라고 봐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