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일견 그럴싸한 주장이지만 심각한 허점이 있는게 서구의 경우 대다수의 국가가 의원내각제,분권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애초에 의회의 권한이 강하고 다당제 국가들이 많습니다. 당연한 것이 매달 당에 돈을 바치며 지지한다는 것은 그 당이 내가 원하는 쪽으로 꾸준히 가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예컨대 진성당원제가 정착된 나라라면 만약 유시민이 장난치듯 통합진보당에서 빠져나와 민주통합당 입당을 시도한다면 당비 납부를 거부하고 탈당할 겁니다. 다만 이런 식의 엽기적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전제가 확고하니까 진성당원제가 운영이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비슷한 부류끼리 뭉쳐서 예측가능한 정당을 운영하고 모든 사람을 지지자로 끌어들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대통령제 국가고 대중정당을 지향하니까 진성당원제 자체가 성립이 불가합니다. 오히려 대중정당의 지지층만 이반시키고 정당의 지리멸렬함만 가져오게 되어 심각한 실패만 자초합니다.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100명이면 그 중에 10명 아니 5명정도 될까 싶은 사람들만 조직화된 동원으로 당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겁니다.

이게 뭐냐?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음악을 진정 사랑한다면 합법이던 불법이던 다운로드는 안된다. CD를 사서 소중히 소장하는 팬이 진정한 음악애호가다" 이렇게 생각을 합시다. 이 분들을 진성음악애호가라고 한다면 우리나라 음악애호가 순위에서 압도적인 크기를 차지하는 것은 슈퍼주니어나 동방신기 팬이 됩니다. 이들은 한장은 물론 두 장 열 장도 사지 않습니까. 문제는 단순히 그들이 음악애호가 그룹에서 크기만 많이 차지한다면 모르겠는데 이들이 한국의 문화정책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때부터 골때리는 겁니다.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제가 망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대다수 열린우리당 지지층은 기간당원제는 커녕 당비 안내는 일반당원으로도 가입할 생각이 전혀 없음에도 지지를 보내고 있으나 일부 특정한 정치인, 특정한 세력의 지지층은 당비를 내고 당 게시판을 붙잡고 상주할 의사를 가지고 있던 것에 기인합니다. 

쉽게 말하면 노빠 유빠들은 당비를 꼬박꼬박내고 그 다음에는 진성당원 이름으로 당 게시판을 붙잡고 유시민 욕한 정청래 너 다음 총선에서 두고보자. 대연정 반대한 누구누구들 우리가 가만히 안둔다. 요즘 유시민 견제하는 문희상을 두고는 황우석에게 무균돼지 실험용으로 문희상을 기부하자고 개드립을 치고 이럴 수가 있어요. 국민 전체로 봤을 때는 상당히 소규모에 지나지 않는 친노 블럭이 열린우리당을 좌지우지 하고 가지고 놀 수 있던 배경은 이 진성당원제에 있지요.

열린우리당이 무너진 이유도 이 진성당원제에 있습니다. 탄핵 로또 직후 대연정 직전까진 이러한 진성당원 노빠, 유빠, 당게 낭인들에게 열린우리당 정치인들이 두려움을 보였지만 노무현의 대연정 개드립 이후엔 노빠들이 뭐라건 나도 내 길 가겠다는 의원들이 늘기 시작하고 이게 곧 열린우리당 멸망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노빠들과 노무현, 유시민 등의 닭짓은 구구히 거론하면 잔인하니까 생략합니다.

지금까지 유시민이 진성당원제에 집요할 정도의 집착을 보였던 것도 자기를 지지하는 유빠들은 대체로 노빠들 중에서도 가장 극성스러운 그룹에 속하다보니 이들이 진성당원으로 들어온다면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판단한 것에 있습니다. 만약 민주당이 유시민당 국참당과 합당을 한다고 진성당원제를 도입하면 졸지에 얼마 되지도 않는 유빠들이 민주당을 가지고 노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고 민주당은 유시민 당으로 바뀌는거 아닙니까. 그런 가능성 때문에라도 절대 진성당원제를 버릴 수가 없던 겁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친노 블럭에서 먼저 당원제 혁파를 요청하자 그것을 수용했습니다. 그런 덕에 유시민이 비빌 언덕이 사라졌습니다. 모바일 경선, 온라인 정당을 주장해서 들어온 문재인의 혁신과 통합식 민주당은 진성당원제를 목터지게 외치는 유시민이 갈 곳이 아니었던 겁니다. 그러니 민주노동당에 들어가서 그 곳을 장악하거나 분점하려고 한 것인데 이는 심각한 실수였다고 봅니다. 유빠들이 잘하는 것이야 최대치가 자원봉사고 평균적으로는 인터넷 활동이 맥시멈이지 NL하고 비교하면 미안한 말이지만 유치원생과 대학생 수준의 정치력 차이가 있잖습니까. 민노당을 유시민과 유빠 자신들이 점령 가능한 무인도나 무주지 정도로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현실은 유시민보다 민노당이 더 뿌리있고 더 경험이 많은 집단인데 속된 말로 얘기해 네가지에 있어서는 없어도 너무 없었던겁니다. 민노당이야 통합을 안해도 10석 정도는 챙겨갈 수 있지만 참여당은 통합이 없으면 단 한석도 챙길 수 없는 정당이었는데다가 유시민은 이제 대권 주자라는 캐릭터로 기능되지도 않기에 얼굴마담이나 바지사장으로서의 가치도 상당히 약화되어 있었거든요.

이러다보니 현재까지 민주노동당의 모든 당무가 진성당원에 의해 이뤄진 이상에는 유시민이 저러고 뻐팅기고 있는 것은 자신이 그 동안 외쳐온 진성당원제가 실은 자기 빠들 데리고 정치 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격입니다. 물론 통합하자고 불러놓고 굶지 않을만큼만 먹이는 것은 야박하고 얄미운 일입니다만 진성당원제를 목놓아 외치던 유시민은 그걸 감내해야 하는게 정도라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유시민가 유빠, NL과 주사들이 싸운다면야 둘이 실컷 싸우면서 회복불가한 내상을 입고 둘 다 망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다면야 한국 진보 개혁정치의 양대 걸림돌이 제거되는 것이죠. 다만 이번 사건에서는 NL이 유시민에게 더 할 말도 많고 명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유시민과 이정희가 전국을 돌면서 토크 콘서트를 하고 책까지 내면서 서로 실실 웃으며 좋아 죽겠다고 한게 어제인데 하루 지나고 등돌리고 나서면 여론이 안 도와줍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두고 NL만 나쁜 놈 유시민은 불쌍해 하는 의견도 보이던데요. 끼리끼리 뭉친다고 NL하고 비슷한 부류니까 유시민이 거기에 뭉친겁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웃긴게 이 모든 사태는 유시민이 자처했고 심지어 하고 싶어 미치겠다고 진심으로 바란다고 외친 다음 일어난 일입니다. 나님, 우리님들은 잘나서 민주당 따위 필요없고 진보를 위해 민노당에 가는 대범함을 보인다고 각잡던게 어제에요.

이번 사건에서는 유시민이 가만히 있는게 오히려 이득일 듯 합니다. 또 새로운 당을 만든다면 쉴드치기 어려운 정치 철새가 될테고 민주통합당에 들어오는 것은 너무 잇속만 챙기는 인간이라는 것만 입증하는 게 됩니다. 사표론으로 민노당을 엿먹인 것에 대한 댓가라고 생각하고 나 죽여줍쇼하고 참는게 잘하는게 아닌가 싶은데 유시민이나 그 지지자들의 평소 행보를 보아 유추하건대 그럴리가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이렇게 길게 쓰긴 했지만 짧게 줄이면요. 그냥 사표론으로 민노당 엿먹였던거 이제 되돌려받는 것이니 그냥 좀 참는게 낫지 않나 싶네요. 유시민이 탄핵 총선에서까지 사표론으로 민노당 붙잡고 늘어진 걸 생각하면 뭐 그리 억울한 것은 없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