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히 영남지역주의 관점에서 대선을 바라보면
- 작성일
- 12-01-25 22:49
그러면 왜 고성국이 그렇게 입 아프게 박근혜가 이긴다고 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전혀 보여준게 없고 총선도 치르지 않은 문재인이 대선후보가 되거나 도지사 한지 1년이 좀 된 김두관이 대선후보로 거론 되는 것은 대선의 승부처는 영남이고 영남에서 승부를 보려면 영남 사람이 대권 후보가 되어야 한다 뭐 이런 겁니다. 새정치고 개혁이고 뭐고 그거는 그냥 하는 말이고 기본적으로는 이 이유가 99.99%일 겁니다. 당사자인 김두관 본인도 이러한 이유가 크다고 스스로 밝힌바 있고 말입니다.
사실 노무현이 후보가 된 것도 별거 없습니다. 새정치, 개혁, 물결, 진정성 이런거 모두 중요하지 않아요. 노무현이 순천 사람이면 그 진정성이 부산에서 먹혔겠습니까. 진저성은 물론 지적능력, 정책에 대한 신념, 인생에서의 발자취에서 김근태가 노무현보다 못했나요? 그건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압니다.
그런데 영남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찍는 것은 단순히 한나라당이 영남출신후보를 내세워서는 아닙니다.만약 파이를 나눈다면 어느 쪽으로 더 나눌지를 보는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노무현은 꽤 매력적인 후보였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누가 봐도 부산에 나가는 것이 미친 짓으로 보이던 시점부터 부산에 출마하며 영남 유권자에게 인상을 남겼고 동시에 김대중과 정치를 하고 전두환에게 명패를 던지며 호남 유권자에게도 인상을 남겼습니다. 영남에서 어필이 가능하면서 호남에서도 빈정이 상하지 않고 기꺼운 후보가 될 수 있는게 노무현이었죠.
그런데 이제 상황은 좀 달라졌습니다. 문재인이나 김두관은 영남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예전보다 높아진 덕에 노무현만큼의 상징성이나 감동을 주진 못하고 희생이나 결단 고생으로도 안 보입니다. 까놓고 말해 문재인은 누가봐도 가장 좋은 시점에 업혀와서 편하게 가시는 분이지 무슨 고초를 겪어 이 자리에 왔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노무현처럼 바람만으로 접근할 수는 없습니다. 충청도 사람인 이회창이 아닌 경상도의 가장 상징적 정치인 박근혜와 붙어 이기려면 김두관이던 문재인이던 그들은 부산경남에 많은 것을 약속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열린우리당 시절 수조원의 공약을 영남 지역 선거 때마다 내놓았던 재탕이 될 가능성이 크겠지요.
그런데 유권자들이 바보는 아닌지라 이걸 있는 그대로 믿지도 않을 겁니다. 문재인이나 김두관은 당선이 되면 호남, 충청과 나눠야 할 겁니다. 호남과 의도적으로 절연하려고 기를 썼던 노무현 시절에도 요직에서만 PK독식 현상이 강했지 전체적인 비율에선 독식을 하진 못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박근혜가 줄 수 있는게 100이면 문재인과 김두관은 150을 줘야 표가 나올텐데 현실적으로 이는 가능하지도 않을 겁니다.
게다가 호남이 이제 예전의 호남이 아닙니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 대해 호남은 별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진 않지요. 설근처에 쏟아진 민심탐방기사들에서도 잘 나왔듯 현재 민심은 이러다가 또 열린우리당 식으로 호남에서 표만 뺴가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문성근과 한명숙이 자기는 친노 아니고 친DJ라고 끊임없이 강조하고, 호남에 찾아가 인위적인 물갈이는 없을 것이라는 두루뭉술한 면피에 나서는 것도 이런 연유가 크지요.
결론적으로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이나 김두관이 과거 노무현 시절의 모습을 재탕한다면 호남에서는 지난 정동영의 득표율인 78%보다도 낮은 수치의 득표를 하게 될 겁니다. 특히 김두관의 경우 그의 강력한 지역토착세력(일종의 토호같은)적 이미지는 호남에서 매우 좋지 않다고 봐야겠지요. LH공사 건으로 불만이 큰 전북에서 김두관이 대선 후보가 되면 어서옵쇼하고서 무조건 지지해줄리는 없거든요. 인터넷에 보면 김두관이나 문재인이 나오면 호남에선 무조건 지지해줄 줄 아는데 사실 이런 자세는 그들 스스로에게도 좋을 것이 없지요.
사실 인터넷의 일부 강경 친노들만 빼면 제가 말하는 사안은 친노 세력들도 이제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고 친노도 호남도 아닌 야권세력에서도 상식에 가까운 얘기들이지요. 친노는 아니지만 자칭 새로운 세력이자 시민사회출신후보 박원순이 자기를 열심히 지지해줬던 참여당계 네티즌들과 거리를 두며 현장에서 언제나 연두색 머플러에 연두색 잠바를 입고 입만 열면 김대중 타령을 해댄 것에서 이미 그 시초를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호남 향우회 행사장까지 찾아갔지요. 그런데 문제는 서울시장 선거를 비롯 민주통합당 경선과정에서 보여준 이러한 행보가 대선에서는 어렵다는 겁니다.
문재인도 대선후보가 된다면 노무현 묘소보다 김대중 묘소를 더 참배하고 호남에 찾아가 부산정권 발언 다시금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 열린우리당은 과오였다 하면서 또 유감의 뜻을 밝히고 어쩌고 하는 모습을 할 수 밖에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될 경우 영남에서의 지지율은 떨어지게 될 겁니다. 영남에선 문재인을 또 하나의 영남세력 중 하나로 보고 지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문재인이 김대중 묘소에 참배하고 연두색 잠바를 입고 다녀고 지지할지는 미지수거든요. 그렇다고 영남만 챙기는 노무현 시절 행보를 답습하면 호남에선 또 문재인에게 표를 안 줄 겁니다. 지금도 이미 문재인은 호남에서 인기가 별로 없습니다.
뭐 호남과 서울에선 연두색 잠바 입고 부산에선 노란색 잠바 입으면 된다고 하실지 모르겠으나 전국이 같은 방송사 뉴스 보는 나라에서 이런 행보는 비웃음만 사기 마련이지요. 실제로 현재 호남에서만 유독 문재인과 유시민이 인기가 없습니다. 야권의 핵심 지지층에선 문재인 돌풍에 냉소적이란 말이지요.
결국 문재인이나 김두관이 박근혜보다 부산 경남을 더 챙기고 더 밀어줄 것인가가 부산 경남의 표심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봐야될 것 같습니다. 근데 그렇게 될 경우 호남이 떠나갈 겁니다. 만약 이정현이 호남에서 당선이라도 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적지 않겠지요.
그리고 총선도 마찬가지일겁니다. 민주통합당 후보들은 한나라당보다 부산에 더 많은 걸 준다고 해야할테고 파이는 정해져있으니 이는 자연히 호남,충청 파이의 감소로 이어질 겁니다. 여기에 더해 수도권에서 노무현 정권 시절 비서관, 공기업 이사 감사, 노무현 계열 유관단체인 등이 대거 출마하게 될 것이고 여기에 박근혜가 새롭게 만들어낼 대형 보수정당 후보가 맞붙으면 총선도 그리 쉬운 승부는 아닐 겁니다.
하루 빨리 열린우리당을 재건해주길 바라는 일부 강경파 친노들과 달리 민주통합당 세력 내에서 나는 친노 이전에 철저한 친DJ라는 때아닌 친DJ 선언 열풍이 부는 것이나 한명숙이 우리 대선배 박상천 의원님을 국회의장으로 만들자고 하는 것이나 한광옥, 정균환 등 구민주계 인사들에게 다시금 기회를 주자는 분위기로 가는 것부터가 이들의 현재 딜레마를 잘 보여주고 있지요. 마음은 다시 열린우리당이지만 그랬다간 결과물이 불을 보듯 뻔하니.....
이 와중에 혼자 대통합의 주인공이 되겠다고 쇼를 하던 손학규는 지지율 2~3%의 듣보잡이 되어버렸으니, 손학규의 정치력에는 심히 의문이 듭니다. 하기사 능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기대할 수 없던 이인영을 중용하는 것을 보면 더 말할 것이 없지요.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총선, 대선의 승리 여부는 장담할 수 없고 민주통합당의 최종 대선후보는 문재인으로 거의 확정이 된 듯 합니다. 설령 문재인이 패배한다고 해도 문재인이 45%를 넘어 2~3%의 접전을 한다면 유시민의 김해 사태처럼 급락하며 몰락하는 형국이 되진 않겠죠. 설령 수도권 총선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그걸 손학규 공으로 챙겨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어보이고요. 386들 역시 문재인 바람이 더 불면 손학규 버리고 문재인에게 갈 겁니다.
지금도 말이지 민주통합당 통합의 선두에 섰던 손학규는 아무도 언급을 안하죠. 아마 대한민국 정치사에 둘도 없는 헛짓을 하고 들러리로 정치인생을 끝낸 사나이로 기록될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