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교수의 근현대사 2000년대 편을 읽었습니다.
- 작성일
- 11-10-06 18:38
무려 5권, 1990년대사가 3권짜리였음을 (물론 40년대부터 모두 3권 구조임) 감안하면 양이 더 늘어났네요.
아마 노무현을 지지하거나 유시민을 지지하는 이들이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일단 돌려막아 욕을 할 수 있는 정동영이 아니라 천정배, 강준만이 아닐까 싶습니다. 둘 다 노무현을 초창기에 도운 사람들이고 당선에 많은 기여도 했으며 딱히 당선을 해서 챙긴 것도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천정배는 노무현을 처음으로 도와준 사람이었고 열린우리당의 창당을 대신 해준 공도 있지만 열린우리당의 당대표도 하지 않았죠. 강준만 역시 노무현에 대한 이야기를 2000년대 초반 아니 그 이전부터 해오며 노무현을 여론의 영역에 서게 하는게 크게 기여했지요. 아마 예전 노무현의 다큐 중에 인터넷으로 강준만의 책을 검색해서 확인해보는 장면도 있을 겁니다. 강준만이야말로 사사로움이 없는 사람인데 노무현을 지지한다는 것을 고리로 노무현 정권 출범이후 이런 저런 줄을 잡고 챙겨먹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던 것을 떠올리면 대개의 정치 낭인과는 분명 격이 다른 사람이죠.
그러나 강준만은 민주당의 분당 이후 노무현의 비판자가 되었고 대체로 강준만의 예측은 맞아들어가며 노무현 지지자들의 강준만을 외면하기 시작합니다. 아마 탄핵 사태가 없었다면 열우당은 잘못된 실험은 완벽하게 실패했을 겁니다. 당시 이낙연 등 합리적인 민주당 잔류파들이 조순형을 막아냈다는 가정하에 열린우리당은 100석도 못 넘는 미니 여당으로 전락했을 공산이 큽니다. 탄핵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의 결말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 같고요. 강준만이 지적한 열린우리당 창당의 비윤리성이나 천박함은 이후 선거에서 증명이 된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강준만은 노무현, 유시민 지지자들에겐 생각하기 싫은 사람일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천정배 역시 노무현 지지자들에겐 쉽게 비판하기 어려운 사람이지만 FTA를 비판하며 노무현에게 반기를 든 점, 노무현과 완전히 결별하면서 노무현에게 영남패권주의의 색채가 있다 "영남 비주류와 영남 주류가 합치는 것이 지역차별 해소와 무슨 상관이냐?"는 말을 남긴 것으로 찍혀 있습니다. 여기에 굳이 끼워넣자면 한겨레를 골로 보낼뻔한 놈현 관장사 사건도 있지만 이건 천정배가 한게 아니라 서해성이 한 것이죠. 이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에서도 장관이 되고 당에서 성공하려면 대통령과의 친소가 중요했다고 발언한 부분을 걸고 넘어지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개인적으론 천정배와 강준만의 비판이 모두 정확했다고 보는 편이지만 이 책을 보는 노무현, 유시민 지지자들로서는 불편한 사실로 가득차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강준만과 천정배가 호남지역주의자나 호남패권주의자로 찍혀서 청산이나 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천정배가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내심 박원순이나 안철수를 밀던 노무현 유시민 지지자들이 대거 천정배를 힐난하고 나섰는데 아무래도 이번 대선을 거쳐 영남민주세력의 복원을 꿈꾸는 이들로서야 천정배가 반갑지도 않을 뿐더러 과거의 이력으로 인해 내심 칼을 갈고 있던 부분도 있었을 겁니다. 이 점을 간파한 손학규가 친노와 손잡고 천정배를 그냥 밟어버린 것이고 말입니다. 손학규가 뒤늦게 상황파악을 하고 박영선을 주측으로 내세운 것은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을 잠재워야 하는데다 경남 출신인 박영선은 천정배보다는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낮아서겠지요. 아닌게 아니라 천정배와 달리 박영선을 두고는 노무현, 유시민 팬덤 쪽에서도 '박영선도 박원순도 ㅂㅇㅅ, 창녕 사람 ㅂㅇㅅ이 서울시장 되면 너무 좋아라" 이런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사실 지난 10년간 강준만은 지쳤을 겁니다. 삼당합당을 긍정하며 김대중을 매도하고 이후 신한국당과 김현철과 가깝던 고성국이 김어준과 함께 잘 나가고 손호철은 여전히 프레시안에 영남후보론이야 말로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긍정적인 글을 남기고 있더군요. 그가 분개하던 현실은 생각보다 별로 바뀌지 않았는데 계속 분노하고 있다면 평정심을 유지하기 매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시나 책은 재밌습니다. 자료도 풍부하고 최대한 정확성을 기하려는 노력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강준만은 과거와 달리 차분한 일반인들 인터넷이나 트위터에서 열정적인 계층이 아닌 생활인들을 타깃으로 삼고 글을 쓰는 듯 한데 상당히 훌륭한 선택인 듯 합니다.
보통 강준만하면 진중권하고 비교하곤 하던데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진중권은 빛이 바래고 강준만은 더 평가가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봅니다. 진중권의 경우 워낙 즉자적인 양반이기 때문이죠.
아마 노무현, 유시민 지지자들에겐 상당히 불편한 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알고 싶지 않은 얘기들이 많으니까 말입니다.
아마 노무현을 지지하거나 유시민을 지지하는 이들이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일단 돌려막아 욕을 할 수 있는 정동영이 아니라 천정배, 강준만이 아닐까 싶습니다. 둘 다 노무현을 초창기에 도운 사람들이고 당선에 많은 기여도 했으며 딱히 당선을 해서 챙긴 것도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천정배는 노무현을 처음으로 도와준 사람이었고 열린우리당의 창당을 대신 해준 공도 있지만 열린우리당의 당대표도 하지 않았죠. 강준만 역시 노무현에 대한 이야기를 2000년대 초반 아니 그 이전부터 해오며 노무현을 여론의 영역에 서게 하는게 크게 기여했지요. 아마 예전 노무현의 다큐 중에 인터넷으로 강준만의 책을 검색해서 확인해보는 장면도 있을 겁니다. 강준만이야말로 사사로움이 없는 사람인데 노무현을 지지한다는 것을 고리로 노무현 정권 출범이후 이런 저런 줄을 잡고 챙겨먹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던 것을 떠올리면 대개의 정치 낭인과는 분명 격이 다른 사람이죠.
그러나 강준만은 민주당의 분당 이후 노무현의 비판자가 되었고 대체로 강준만의 예측은 맞아들어가며 노무현 지지자들의 강준만을 외면하기 시작합니다. 아마 탄핵 사태가 없었다면 열우당은 잘못된 실험은 완벽하게 실패했을 겁니다. 당시 이낙연 등 합리적인 민주당 잔류파들이 조순형을 막아냈다는 가정하에 열린우리당은 100석도 못 넘는 미니 여당으로 전락했을 공산이 큽니다. 탄핵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의 결말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 같고요. 강준만이 지적한 열린우리당 창당의 비윤리성이나 천박함은 이후 선거에서 증명이 된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강준만은 노무현, 유시민 지지자들에겐 생각하기 싫은 사람일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천정배 역시 노무현 지지자들에겐 쉽게 비판하기 어려운 사람이지만 FTA를 비판하며 노무현에게 반기를 든 점, 노무현과 완전히 결별하면서 노무현에게 영남패권주의의 색채가 있다 "영남 비주류와 영남 주류가 합치는 것이 지역차별 해소와 무슨 상관이냐?"는 말을 남긴 것으로 찍혀 있습니다. 여기에 굳이 끼워넣자면 한겨레를 골로 보낼뻔한 놈현 관장사 사건도 있지만 이건 천정배가 한게 아니라 서해성이 한 것이죠. 이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에서도 장관이 되고 당에서 성공하려면 대통령과의 친소가 중요했다고 발언한 부분을 걸고 넘어지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개인적으론 천정배와 강준만의 비판이 모두 정확했다고 보는 편이지만 이 책을 보는 노무현, 유시민 지지자들로서는 불편한 사실로 가득차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강준만과 천정배가 호남지역주의자나 호남패권주의자로 찍혀서 청산이나 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천정배가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내심 박원순이나 안철수를 밀던 노무현 유시민 지지자들이 대거 천정배를 힐난하고 나섰는데 아무래도 이번 대선을 거쳐 영남민주세력의 복원을 꿈꾸는 이들로서야 천정배가 반갑지도 않을 뿐더러 과거의 이력으로 인해 내심 칼을 갈고 있던 부분도 있었을 겁니다. 이 점을 간파한 손학규가 친노와 손잡고 천정배를 그냥 밟어버린 것이고 말입니다. 손학규가 뒤늦게 상황파악을 하고 박영선을 주측으로 내세운 것은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을 잠재워야 하는데다 경남 출신인 박영선은 천정배보다는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낮아서겠지요. 아닌게 아니라 천정배와 달리 박영선을 두고는 노무현, 유시민 팬덤 쪽에서도 '박영선도 박원순도 ㅂㅇㅅ, 창녕 사람 ㅂㅇㅅ이 서울시장 되면 너무 좋아라" 이런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사실 지난 10년간 강준만은 지쳤을 겁니다. 삼당합당을 긍정하며 김대중을 매도하고 이후 신한국당과 김현철과 가깝던 고성국이 김어준과 함께 잘 나가고 손호철은 여전히 프레시안에 영남후보론이야 말로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긍정적인 글을 남기고 있더군요. 그가 분개하던 현실은 생각보다 별로 바뀌지 않았는데 계속 분노하고 있다면 평정심을 유지하기 매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시나 책은 재밌습니다. 자료도 풍부하고 최대한 정확성을 기하려는 노력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강준만은 과거와 달리 차분한 일반인들 인터넷이나 트위터에서 열정적인 계층이 아닌 생활인들을 타깃으로 삼고 글을 쓰는 듯 한데 상당히 훌륭한 선택인 듯 합니다.
보통 강준만하면 진중권하고 비교하곤 하던데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진중권은 빛이 바래고 강준만은 더 평가가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봅니다. 진중권의 경우 워낙 즉자적인 양반이기 때문이죠.
아마 노무현, 유시민 지지자들에겐 상당히 불편한 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알고 싶지 않은 얘기들이 많으니까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