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1. 나꼼수, 나꼼수 주변에서 하도 난리를 치길래, 비판을 해도 듣고나서 하라길래 결국 들어봤습니다.

결론은? 재미있더군요.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평소에 정치나 제반 사회문화 현상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겐 특별히 새롭다고 할만한 내용이 없었거든요.

나꼼수 처럼 이야기 하지 않을 뿐이지 나꼼수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이미 이전부터 여기저기서 한번씩은 다룬 내용과 주제들이죠.

그러니 나꼼수가 필요하거나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계속 애청하면 되는거죠.


2. 나꼼수가 인기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재미있더군요. 

게다가 이 재미라는게 단지 참여하는 주체들의 말주변에서 오는 재미만이 아니라

마치 잘 짜여진 한편의 예능프로그램처럼 적절히 역할분담된 캐릭터들을 통해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루어지니 개인의 역량에 의해 이루어지던 기존의 정치관련 프로그램들이

주던 재미와는 또 다른 차원의 재미를 줍니다.

게다가 까는 대상이 한나라의 최고 권력자이자 단군이래 최대의 악마중 하나로 군림하는 MB이니

그 재미는 당연히 배가되겠죠.

거기에 일종의 음모론적 추측을 통해 권력의 이면의 이야기들이 화끈한 욕설과 함께 풀어내지니

금상첨화 아니겠습니까?

이 음모론적 추측들은 결과적으로 맞으면 좋은거겠지만 반드시 맞아야 할 필요도 없죠.

왜냐하면 나꼼수는  새로운 팩트를 보도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기존의 팩트들을 나꼼수 식으로 정리해서 다양한 정치적 가능성들을 추론하고

선동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프로그램이니까요.

따라서 추론과 선동의 수준이 어느 정도의 한계(물론 이 한계라는건 입장에 따라 달라질수

있습니다)를 넘어서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용납되어질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하지만 과연 이게 나꼼수가 누리는 인기의 모든 요인들일까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나꼼수가  인기 있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바로 나꼼수가 대중들의 요구를 반영해주기 때문입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반 MB/한나라당 이라는 정치적 스탠스를 취하는

대중들의 요구를 아주 정확하게 반영해줍니다.

그리고 또 하나 나꼼수는 이러한 반 MB/한나라 스탠스의 대중들을 안전한 정치투쟁의 장으로

안내합니다.

나꼼수를 듣고 있으면 재미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꼼수 멤버들과 함께 반 MB/한나라의

정치투쟁에 참여하고 있는것 같은 판타지를 제공합니다.

나꼼수 멤버들의 정치적 압박을 담보로 나꼼수 청취자, 팬(?)들은 안전하게 투쟁에 참여할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꼼수 멤버들은 당연히 영웅(?)이 될수 밖에 없습니다.



4. 이것이 문제일까요?

보는 사람에 따라서 문제제기할 여지는 있다고 보지만 개인적으로 여기까지는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문제는 이 이후의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나꼼수는 앞에도 언급한바 있듯이 저널이 아니라 정치 풍자쑈입니다.

거기에는 사실과 추측 그리고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저 듣는이들을 즐겁게도,

분노하게도 의아해하게도 만듭니다.

이러한 정치쑈는 당연히 헛점을 노출할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한 헛점들은 내부 또는 외부에서 공격받을수 밖에 없습니다.

내부로부터의 공격은 토론을 통해 보완하거나 승화시키면되고 외부로부터의 공격은 정치적으로 

방어해내면 됩니다.

그런데 나꼼수 4인방은 이제 단순한 정치쑈의 진행자가 아니라 대중들을 안전하게 이끄는

(그것도 자신들의 위험을 담보로) 정치투쟁의 영웅이 되었으니까요.

뭐 이런 상황을 나꼼수 4인방이 의도했을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는데,

중요한건 그들의 의도 여부가 아니라 이미 그렇게 받아들이는 대중들이 일부 존재하고 그 수가

점점 늘어간다는 거겠죠.

나꼼수에서 나오는 의제에 대한 모든 종류의 비판을 '그들의 대오'에 대한 비판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는것

이 바로 현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5. 진보는 혹은 좌파는 나꼼수를 통해서 배워야 한다?

얼핏보면 맞는말입니다.

일부 배워야 할 점도 분명있겠지요.

그러나 이것은 세상의 모든것에는 배울것이 있다는 말 이상의 함의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꼼수의 길과 진보 또는 좌파의 길은 다르기때문입니다.

길이 다르기 때문에 그 길을 개척하는 방법도 다를 수 밖에는 없습니다.

물론 좌파가 또는 진보진영이 변화해야 하는건 분명하지만 그 모델이 나꼼수는 아닐겁니다.

나꼼수가 다양한 방식으로 또는 기타등등의 복잡한 방법으로 MB와 한나라당을 까지만

그들의 비판의 칼날은 언제나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에 닿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나쁜건 아닙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걸수도 있습니다.

한계를 넘어선 진영주의적 선동만 경계한다면 말이죠.

하지만 진보진영의 의제는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아닙니다.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만으론 결코 바꿀 수 없는 우리사회의 구조와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입니다.

이는 당연히 대중들이 현상황에서 요구하는 바도 아니고 일부의 대중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지점일 수도 있겠죠.

대중들이 요구하진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들, 나꼼수에서는 절대로 이야기해주지 않는 것들

그리고 설사 대중들이 불편해하는 것들이지만 그것이 꼭 필요하다면 그것은 반드시 지적되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진보진영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니까요.

정권교체 같은 폼나는 일이 아닐지라도 그것이 우리사회를 한발자국 더 나아가게 하는데 작은

보탬이 될수 있는것이라면 불편함과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해야겠죠.


6. FTA 반대집회에나 웹상의 많은 게시판에서 정봉주의 구속에  대한 담론들이 넘쳐나는데 반해

희망버스를 이끌었던 송경동시인과 정진우 국장의 구속에 대해선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두 사안의 중요성의 차이가 어떻게 나는지를 굳이 판단해야할 필요는 없을겁니다. .
 
대중들이 정봉주의 구속에 대해 이야기하고 슬퍼하고 분노해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들이 송경동과 정진우의 구속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지 않는걸 비난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구속/기소 문제에 그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원하지만 이것에 대해 나꼼수처럼

왁자지껄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