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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여명은 대부분 동쪽에서 싹을 틔워 서쪽으로 향해갔지만 근대의 빛은 서쪽에서 시작되 동쪽을 지배하는 형태로 정착되었죠
그런 연유로 근대이후의 사회체제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들의 개념을 수용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기는 문제가 우리에겐 없는 개념들을 이해할때 어떻게 해야하나 였습니다. 앞이 깜깜했던 것이죠 특히나 서구 근대화를 처음으로 수용해 개념화한 일본은 말 그대로 저 조그만한 빛을 향해 어두운 길을 걸어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이런 연유로 일본은 지금까지 써오던 언어체계를 버리고 서양언어인 영어를 국어로 할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쓰는  언어체계안에 그 개념을 수용시키는 번역주의를 택할것인가 하는 것으로 치고받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결국 많은 진통끝에 번역주의를 선택하게 되었고 그로인해 지금까지 쓰이는 수많은 한자역어들을 탄생시키게 되었죠 지금 제가 쓰고 있는 단어들중에 그 당시에 만들어지지 않은 단어를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일껍니다 또한 앞으로 쓰일 단어들도 대부분 그 시기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지고있는 생명력이 매우길고 유용한 단어들이죠 하지만 이런 단어들이 쉽게 그리고 바로 만들어 진게 아닙니다.



여러분 혹시 종문이란 단어를 아시나요? 은판은요? 사아진상은요? 들어보면 대략 뭐라고 추측은 할 수 있겠지만 굉장히 생소한 단어들이고 전혀 감이 잡히지 안을껍니다. 이 단어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단어들이 주류로 정착하기 이전에 쓰였던 임시역어들입니다. 다만 종문은 지금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데 바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작품인 사종문을 통해서 입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우리에겐 전혀 들을 수 없는 단어죠 그리고 다른 단어들 역시 모두 쓰이고 있지 않은 사어들입니다. 이렇듯 역어들은 오랜세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변화되고 개념화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서양어 번역작업은 대부분 일본에서 이뤄졌는데 번역주의를 통해 빠른 근대화를 이루고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번역이 이뤄지면서 번역어들이 다양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우리가 지금은 그냥 모두 공유하는 개념들이 생소한것들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끝에 자신들에게 맞는 형태로 다듬어 졌습니다. 그런 과정속에서 우리가 알고있는 언어의 의미로 정착하게 되었고 우리식의 소통방식으로 그 체제를 이해하게 된것이죠.



물론 처음 시작하니 많은 난관에 봉착했겠지만 특히 일본인들이 어려워 했던 개념은 개별적인 사람들이 동등하게 의사를 표현하고 발현한다는 권리라는 개념과 독립적인 주체인들의 자연스런 구성체인 사회 그리고 집단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하나로서의 존재를 의미하는 개인과 같은 단어들이었습니다. 이런 단어들은 일본에 있지도 않았던 개념인 관계로 처음에 시작할때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지도 몰랐던것이죠 특히나 이런 단어들은 서구 근대 민주주의 체제의 기본 성립원리였고 사상의 기반이었던 관계로 이런 체제를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에겐 생소하다 못해 이해되지 못하는 개념이었습니다. 결국 지금이 권리, 사회, 개인으로 번역되는 right. society. individual과 같은 단어들은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한가지의 뜻이나 본질적인 뜻이 아닌 하위의 뜻으로 번역되었고 이후 그들이 본격적으로 서양문물을 체험하고 서양인들과 많은 접촉을 하면서 결국 알맞는 역어를 찾아서 지금의 역어로 개념화 시키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번역이라는것은 번역가들이 경험하고 사회가 가지고있는 개념안에서 해석된 것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모습을 많이 투영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우리가 ~학으로 통칭되 번역되는것도 당시 일본의 학문의 개념에서 묶은 번역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물학, 물리학, 철학, 수학등등 우리가 ~학으로 묶은 영어원어들을 보면 전부 라틴어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던것으로 그언어의 다양한 의미에 맞춰 생성된 단어들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선 그런 체제를 무시하고 모두 배우고 익힌다는 매우 근대적인 시각을 통해 이 학문들을 개념화 하였고 결국 모두 끝에 학자가 붙는 형태로 번역하여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이 단어들은 일본이들이 바라보는 근대적 스팩트럼이 그대로 남아있게 된 것이죠
하지만 모든 단어들이 이렇게 근대적 스팩트럼속에 번역된건 아니었습니다. 이보다 더 많은 단어들이 자신들이 경험하고 있던 체제속의 모습에서 번역된것들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흔하게 쓰는 자본가, 정치가, 학자, 노동자등의 단어들이었죠



동아시아체제에서 개별적인 사람들을 따로 지칭하는 단어들도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농업이 중요한 체제였고 근세로 불린 후기로 갈수록 많은 직업군들이 생겼지만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는 직종은 여전히 농업이었습니다. 그런 관계로 당시 서구에서 쓰이는 capitalist나 industrialist와 같은 단어를 개별적으로 종사하는 사람들을 표현할 단어가 마땅히 없었던 것입니다. 거기다 일본은 상업행위라는 체제 자체가 상인계급이라는 사람들이 집안의 자산을 모아 투자해 하는 집단적인 형태의 모습이 일반적이었고 개인이 하더라도 그 직업 자체가 자식에게 이어지는 가문의 일이라는 개념이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다양한 신분이나 사람들이 종사한다는 의미보단 집단이나 그 집안이 잇는 형태의 행위로 인식해 가(家)라는 복수의 의미와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 형태의 단어로 번역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가라는 단어 자체가 혈연에 상관없이 같은 형태의 행위나 지식등을 공유한다는 집단의 의미도 있었고 개별적인 집안 즉 패밀리로 번역될 수 있는 의미도 있기에 당시엔 매우 적절한 역어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者)로  번역된 노동자와 같은 경우는 지금에 개념화된 형태는 서구 근대이후 출현한 혁신적인 계급이자 고용형태였기에 그들이 상상하고 경험하는 범주안에선 지금의 개념을 집어넣을수가 없었습니다. 지역과 가족이 붕괴된 형태에서 출현한 노동자라는 개별적인 개념은 당시 일본에선 다수의 고용형태가 매우 상시적이고 이 직종을 위해서 전업한다는 개념이 희박했기에 개별적으로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집단적 의식을 공유한다는 개념을 넣을수가 없었던 것이죠 또한 학자라는 개념또한 어떤 일군의 형태를 공유하는 개별적인 사람이란 의미가 강했기에 그들의 개별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번역되었던 겁니다.



언어는 시대가 흐르면 다양한 의미가 부여되고 생성됩니다. 지금은 노동자와 자본가가 의미하는 형태가 단순히 그 단어가 사용되었던 시기와는 달리 다양한 의미가 첨가되었지만 생성될 시기나 아시아에(일본에)번역될 시기에는 단순히 돈을 투자하는 사람, 또는 공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 또는 그런일에 종사하는 주인의 의미거나 단순히 고용되 일을 한다라는 의미를 가졌던 단어들이었습니다. 지금의 모습으로 과거를 바라보는것도 좋지만 그 단어가 생성될때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그 의미가 좀 더 단순명료해지겠지요 ㅎㅎㅎ


흠 질문이 있어서 좀 자세히 써본다는게 너무 길어졌군여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