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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한테는 아마 어떤 류든 책에 관한 것을 하는 일이지 않을까 하는데, 가기 전에 심각하게 조언까지 받아놓고는 관련글을 적지도 연락도 하지않았었기 때문에 짧게 나마 후기를 남겨봅니다. 제 일이 아니다보니 글 적기가 귀찮아서 -_-;;

일단 아버지를 만나보니, 본인이 좋아하시는 책들은 전혀 팔 생각이 없으시다는게 확실하더군요. 그래도 그 어마어마한 양의 짐덩이들을 팔아보시겠다고 생각하신 거 자체가 엄청 고마움. 놀랍게도 제가 없는 사이 꾸준히 책을 더 모아서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것을 목표로 하셨던 거 같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관심분야는 좀 오래된 책들인데, 요즘에 나온 책들도 많아졌더군요. 책장사를 하려면 요즘 책들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입니다. 굉장히 서운했던게, 어렸을 때 정작 집에 애들 볼만한 책은 전혀 없었거든요. 어릴 때 책읽는 걸 상당히 좋아했는데 집에 읽을 책이 없었;; 10살 때 읽을 만한 책을 좀 추천해달라니까 한자 가득한 세로로 읽는 서유기를 주시더군요. 그래도 커다란 3권 중 1권의 반이나 읽었는데 도저히 재미가 없어서 못 읽고. 다들 이문열 삼국지 읽는데 그것도 없고, 남들 다 가지고 있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도 없고. 그 중 가장 재밌었던 게 성웅 이순신. 왜냐? 한자는 못읽어도 그나마 거북선 그림이라도 실려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그런데 집에 해리포터까지 사다놓으신 모습을 보니 알 수 없는 배신감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게다가 성격상 저런 거 모으기 시작하면 이빨이 빠지면 안되는 성격이시라 전부 구비되어 있-_-;; 책 사달라고 하면 집에 책 많은데 뭘 더 사냐고 그래놓고는 가족들 몰래 자기 좋아하는 책 모으시더니만!!!!!!!!#ㄸㅁㄴㅇㅎㅁㄶㅇㅁㅎㅁㅁ

하여간 분노를 삭히고 일단 인터넷 사용법을 좀 가르쳐드렸죠. 죽어라 미루다가 책이랑 관련되니까 이제서야 배우심. 책 목록을 정리할 필요도 거의 없었던게 그냥 보이는 대로 올리면 되는데다가 한번에 다 팔아버리겠다는 심산이 아니라서 그냥 본인 여가 시간에 적적하지 않게 스스로 올릴 수 있도록 도와드렸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었던 거죠. 

책을 모으기만 하면 그만큼 보관비가 들기 때문에 오프라인을 하실 생각이시더라도 온라인으로 매일 꾸준히 올리라고 설득했거든요. 여기 와서도 꾸준히 확인했는데 책 사이트에 꾸준히 시간날 때마다 올리시더군요. 이제 제법 책도 많이 올라갔고(1000권 정도?) 돈도 꾸준히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엄청 덤핑해서 그냥 팔아버리라고 독촉해가지고 ㅋㅋ 하여간 비싼 세트로 나간 거 제외하고 생각하면 현재까지는 6주 동안 일주일 매상이 계속 오르고 있어요. 더 늘어난다고 해도 뭐 별거 아닌 돈이지만 부모님 소비가 많지 않으시고 하니 노후 생활하기엔 괜찮을 거 같네요. 

신경써주셨던 분들께는 감사를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