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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아버지는 서재를 가지고 계셨죠. 그 땐 뭐 아버지가 책이 많으시니까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게다가 책을 읽지 않으셔도 서재 책상에 앉아서 멍하니 계시는 모습에 뭐하시나 의구심을 가진 적도 있습니다.

첫 연애때까지만 해도 몰랐죠. 10000일동안 남자들만의 세계에서 살다가 여자를 사귀어보니 여자들의 세상에서 배워야할 것도 재밌는 것도 너무 많았기 때문에 다른 신경쓸 새가 없었습니다. 그냥 마음을 활짝 연다는 그 해방감에 취해있었죠. 남자친구들 사이에서 대화와 주제도 방식도 다르니 그게 너무 재밌었습니다. 

근데 헤어짐의 아픔도 겪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두번째 사귀어보니, 왜 세상 남자들이 자기 영역을 중요시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나 제 경우는 혼자 있는 것에 많이 익숙해져서 혼자 잘 놉니다. 그 중에서도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에 꽤 재미를 느끼죠. 컴퓨터가 없어도 아무런 책 한 권이나 노트 하나 있으면 몇 시간이고 딴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감수성일 수도 있고 자폐증세일 수도 있는 건데, 사귄 여자친구들은 제 이런 면에 꽤 끌렸던 것 같아요. 남자가 혼자서 구축해놓은 이채로워 보이는 세계말이죠. 그러나 그런 구축은 보통 일하는 시간이 아닌 여가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고 연애를 하다보면 그 시간을 빼앗기게 됩니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는 힘드니 혼자가지던 시간을 소모하게 되죠. 

그러면 마치 아이디어를 소모해버리는 연예인처럼 제가 가지고 있던 컨텐츠들도 사라져가는 것을 느끼게 되어요. 혼자 적는 글들도 적어지고요. 아무래도 가진 시간이 줄어드니까요. 

연애라고 하는 것이 여러 모로 정신력을 소모시키는 것인지라 혼자 있어도 생각없이 쉬는데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죠. 저한테는 여자친구와의 시간 만큼이나 그런 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은 그런 시간들이 연애에도 결국은 도움이 된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남자들이 아니 많은 세상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뻘글 올려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