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책과삶 -사진이 무엇이냐고 묻거든… ‘논쟁의 씨앗’이라고
- 작성일
- 11-05-01 15:45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4291927115&code=900308
■ 성적 취향을 둘러싼 논란
#1.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의 성적 취향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1832년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쳤다. 그가 사진으로 담아낸 5살 앨리스는 학장의 딸이었다. 한데 캐럴은 왜 앨리스에게 이렇게 ‘야릇한 포즈’를 지시한 것일까? 1859년 촬영한 <거지 소녀로 분장한 앨리스>는 캐럴이 부도덕하고 도착적인 인물이라는 증거로 줄곧 활용됐다. “어린 앨리스의 당돌하고 도발적인 시선, 그 자세와 헐렁한 옷차림은 사진가의 성욕을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졌다. 게다가 캐럴이 독신남이었다는 점, 내성적인 성격, 당시 정신질환으로 간주됐던 간질을 앓았던 사실까지 보태졌다. 결국 캐럴은 1880년 사진을 그만뒀고, 의혹을 살 만한 작품들을 스스로 불태웠다. 이제 모호한 진실은 ‘앨리스’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린 캐럴의 동화 속에 알듯 모를 듯한 암호로 남았다. “아저씨, 나는 나를 설명할 수 없어 두려워요…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 찍을 권리와 찍히지 않을 권리
#2.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의 초상은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1898년 7월30일 독일 함부르크 근교의 자택에서 여든 셋을 일기로 타계했다. 사진가 빌리 빌케와 크리스티안 프리스터는 산림 감시원의 제보로 이 사실을 곧바로 알았다. 용감한(?) 둘은 비스마르크가 고인이 된 지 5시간 만에 무단 침입을 감행했다. 시신의 위치를 사진 찍기 좋도록 살짝 바꾸고 머리에 베개까지 받쳤다. <비스마르크의 임종>은 그렇게 ‘특종을 향한 욕망’과 ‘약간의 연출’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고인의 측근들은 사진 게재를 금했으며, 가족들은 사진가들을 사생활 침해로 제소했다. 음화 원판을 압류당했고 빌케는 8개월, 프리스터는 5개월 간 감옥에 갇혔다. 이것은 “사망 이후의 이미지를 법적으로 보호한 첫 사례”였다. 이로 인해 1900년대 독일에서는 “초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들이 채택”됐으며, 고인의 초상은 “50년간 세상에 공개되지 못했”다.
■ 카메라는 세상을 바꾼다
#3. 루이스 하인이 <텍사스 목화밭에서 목화 줍는 소녀>를 촬영한 것은 1912년이다. 미국 전역의 공장과 농장에서 16세 이하의 아동 150만명이 일하던 시기였다. 사진 속의 소녀는 맨발이다. 자기 키만한 자루에 목화를 한참 채워야 할 참이다. 하인에게 사진은 ‘무기’였다. 그는 자신의 사진들이 ‘어린이 노동’에 관한 사회적 투쟁으로 이어지길 의도하면서, 여러 신문과 연방아동노동위원회(NCLC)의 전시회를 통해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진보는 더디게 왔다. 1916년 미국 연방의회는 15세 이하 아동의 노동을 금지하는 ‘최저 연령 한계법’을 제정했지만, 2년 뒤 반대론자들에 의해 위헌으로 폐지된다. 그것은 20여년이 지난 1938년에야 현실이 된다. 사진 속의 소녀는 어느새 중년의 여인이 됐을 터. ‘사회파 작가’ 하인은 두 해 뒤에 세상을 뜬다.
■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을까?
#4. 로버트 마스는 1989년 루마니아의 티미쇼아라에서 이른바 ‘참상의 현장’을 찍었다. 한 남자가 시체 더미 속에서 울고 있다. 남자는 싸늘하게 식은 갓난 아기의 머리에 오른손을 올려 놨다. 아기는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의 부패한 시신 위에 올려져 있다. 끔찍하다. 당연하게도 이 사진은 차우셰스쿠 정권의 악랄함을 순식간에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봉기 주도자들에 의해 ‘조작된 사진’이다. 현장으로 몰려든 기자들이 목격한 열아홉 구의 사체는 경찰과 군대에 희생된 이들이 아니라 영문도 모른 채 공동묘지 밖으로 꺼내진 시신들이었다. 흥분한 기자들은 사실 여부를 검증하지 않은 채 미끼를 덥석 물었고 ‘아기와 어머니의 시신 앞에서 울고 있는 아버지’라는 보도를 타전했다. 그리하여 이 사진은 20세기 보도사진의 역사에서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가장 극적인 조작 사례”로 기록됐다.
#5. 보도사진의 전설로 꼽히는 로버트 카파의 <공화파 병사의 죽음>도 동일한 논쟁의 대상이다. 카파는 1936년 9월 스페인 내전 현장에서 이 “극적으로 보이는” 사진을 촬영했다. 공화파 병사가 산비탈을 내려오다가 프랑코 군대의 총탄에 머리를 맞고 쓰러지는 장면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미해결이다. “어떻게 비탈을 내려오던 사람이 총탄을 맞는 순간 뒤로 자빠질 수 있는가? 어떻게 카파는 그렇게 촬영하기 좋은 위치에 있었을까? 또 어떻게 전장의 병사가 그렇게 깨끗한 흰옷을 입고 있단 말인가?” 당시 카파와 같은 호텔에 묵었다는 기자 오다우드 갤러거는 1975년 출간한 책에서 이 사진이 연출이라고 주장했다. 카파의 전기 작가인 리처드 윌런은 그에 대한 반박 자료를 찾으려 했지만 공식적인 증거를 끝내 확인할 수 없었다. 카파는 1954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동안 의심을 사게 된 한 장의 사진 때문에 깊은 상처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 사진가의 윤리란 무엇인가?
#6. 케빈 카터가 1993년 아프리카 수단에서 찍은 한 컷의 사진은 또 다른 논쟁을 일으켰다. <굶주려 죽어가는 소녀를 노려보는 독수리>라는 사진이다. 이 사진은 1993년 3월26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리면서 세계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서구인들에게 아프리카의 참혹한 상황을 한 컷의 사진으로 웅변했던 것이다. 청년 사진가 카터는 이듬해에 퓰리처상을 받으며 단박에 유명해졌다. 하지만 그는 ‘사진에 나타나지 않은 또 한 마리의 독수리’라는 비난의 화살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사진 한 컷을 얻기 위해 소녀의 죽음을 방조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이 문제의 한 컷은 ‘사진가의 윤리’라는 논쟁을 뜨겁게 불러일으켰고, ‘보도사진가의 역설’을 온몸으로 겪었던 카터는 퓰리처상을 받은 지 두달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책의 편저자들은 이 사진을 “사진의 역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사진”으로 꼽았다.
책 소개 기사이지만 ㅋ
왠지 이 기사만 보믄 책 안사봐도 될 거 가튼 ㅋ
(이라고 하면 너무 수박 겉핥는 태도이려나 ㅎ 넘 비싸혀 3만9천원이라니)
아무튼 유명한 사진들이기도 하고
좋은 읽을 거리인 듯 하여 전문을 퍼옵니다.
그들이 보기에 사진은 “사회적이며 역사적”이다. 편저자 가운데 한 명인 다니엘 지라르댕은 사진에 함축된 문제가 “넓은 의미에서 권력의 문제”라면서 “(사진에 관한 논쟁은) 역사적 상황에 따라 그 의미의 수용과 거부를 둘러싼 게임”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또 한 명의 편저자인 크리스티앙 피르케르는 “(사진은) 한 사회의 긴장이 충돌하는 지점이자 감수성의 표현”이라면서 “그 시대와 문화와 개인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통로라고 진단한다. 예술사가인 지라르댕은 스위스 로잔의 엘리제 박물관 큐레이터, 피르케르는 예술 관련법 전문 변호사이자 작품 수집가다. 편저자들이 골라낸 사진들 가운데 6컷의 문제작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정진국 옮김. 3만9000원
■ 성적 취향을 둘러싼 논란
#1.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의 성적 취향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1832년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쳤다. 그가 사진으로 담아낸 5살 앨리스는 학장의 딸이었다. 한데 캐럴은 왜 앨리스에게 이렇게 ‘야릇한 포즈’를 지시한 것일까? 1859년 촬영한 <거지 소녀로 분장한 앨리스>는 캐럴이 부도덕하고 도착적인 인물이라는 증거로 줄곧 활용됐다. “어린 앨리스의 당돌하고 도발적인 시선, 그 자세와 헐렁한 옷차림은 사진가의 성욕을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졌다. 게다가 캐럴이 독신남이었다는 점, 내성적인 성격, 당시 정신질환으로 간주됐던 간질을 앓았던 사실까지 보태졌다. 결국 캐럴은 1880년 사진을 그만뒀고, 의혹을 살 만한 작품들을 스스로 불태웠다. 이제 모호한 진실은 ‘앨리스’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린 캐럴의 동화 속에 알듯 모를 듯한 암호로 남았다. “아저씨, 나는 나를 설명할 수 없어 두려워요…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 찍을 권리와 찍히지 않을 권리
#2.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의 초상은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1898년 7월30일 독일 함부르크 근교의 자택에서 여든 셋을 일기로 타계했다. 사진가 빌리 빌케와 크리스티안 프리스터는 산림 감시원의 제보로 이 사실을 곧바로 알았다. 용감한(?) 둘은 비스마르크가 고인이 된 지 5시간 만에 무단 침입을 감행했다. 시신의 위치를 사진 찍기 좋도록 살짝 바꾸고 머리에 베개까지 받쳤다. <비스마르크의 임종>은 그렇게 ‘특종을 향한 욕망’과 ‘약간의 연출’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고인의 측근들은 사진 게재를 금했으며, 가족들은 사진가들을 사생활 침해로 제소했다. 음화 원판을 압류당했고 빌케는 8개월, 프리스터는 5개월 간 감옥에 갇혔다. 이것은 “사망 이후의 이미지를 법적으로 보호한 첫 사례”였다. 이로 인해 1900년대 독일에서는 “초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들이 채택”됐으며, 고인의 초상은 “50년간 세상에 공개되지 못했”다.
■ 카메라는 세상을 바꾼다
#3. 루이스 하인이 <텍사스 목화밭에서 목화 줍는 소녀>를 촬영한 것은 1912년이다. 미국 전역의 공장과 농장에서 16세 이하의 아동 150만명이 일하던 시기였다. 사진 속의 소녀는 맨발이다. 자기 키만한 자루에 목화를 한참 채워야 할 참이다. 하인에게 사진은 ‘무기’였다. 그는 자신의 사진들이 ‘어린이 노동’에 관한 사회적 투쟁으로 이어지길 의도하면서, 여러 신문과 연방아동노동위원회(NCLC)의 전시회를 통해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진보는 더디게 왔다. 1916년 미국 연방의회는 15세 이하 아동의 노동을 금지하는 ‘최저 연령 한계법’을 제정했지만, 2년 뒤 반대론자들에 의해 위헌으로 폐지된다. 그것은 20여년이 지난 1938년에야 현실이 된다. 사진 속의 소녀는 어느새 중년의 여인이 됐을 터. ‘사회파 작가’ 하인은 두 해 뒤에 세상을 뜬다.
■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을까?
#4. 로버트 마스는 1989년 루마니아의 티미쇼아라에서 이른바 ‘참상의 현장’을 찍었다. 한 남자가 시체 더미 속에서 울고 있다. 남자는 싸늘하게 식은 갓난 아기의 머리에 오른손을 올려 놨다. 아기는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의 부패한 시신 위에 올려져 있다. 끔찍하다. 당연하게도 이 사진은 차우셰스쿠 정권의 악랄함을 순식간에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봉기 주도자들에 의해 ‘조작된 사진’이다. 현장으로 몰려든 기자들이 목격한 열아홉 구의 사체는 경찰과 군대에 희생된 이들이 아니라 영문도 모른 채 공동묘지 밖으로 꺼내진 시신들이었다. 흥분한 기자들은 사실 여부를 검증하지 않은 채 미끼를 덥석 물었고 ‘아기와 어머니의 시신 앞에서 울고 있는 아버지’라는 보도를 타전했다. 그리하여 이 사진은 20세기 보도사진의 역사에서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가장 극적인 조작 사례”로 기록됐다.
#5. 보도사진의 전설로 꼽히는 로버트 카파의 <공화파 병사의 죽음>도 동일한 논쟁의 대상이다. 카파는 1936년 9월 스페인 내전 현장에서 이 “극적으로 보이는” 사진을 촬영했다. 공화파 병사가 산비탈을 내려오다가 프랑코 군대의 총탄에 머리를 맞고 쓰러지는 장면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미해결이다. “어떻게 비탈을 내려오던 사람이 총탄을 맞는 순간 뒤로 자빠질 수 있는가? 어떻게 카파는 그렇게 촬영하기 좋은 위치에 있었을까? 또 어떻게 전장의 병사가 그렇게 깨끗한 흰옷을 입고 있단 말인가?” 당시 카파와 같은 호텔에 묵었다는 기자 오다우드 갤러거는 1975년 출간한 책에서 이 사진이 연출이라고 주장했다. 카파의 전기 작가인 리처드 윌런은 그에 대한 반박 자료를 찾으려 했지만 공식적인 증거를 끝내 확인할 수 없었다. 카파는 1954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동안 의심을 사게 된 한 장의 사진 때문에 깊은 상처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 사진가의 윤리란 무엇인가?
#6. 케빈 카터가 1993년 아프리카 수단에서 찍은 한 컷의 사진은 또 다른 논쟁을 일으켰다. <굶주려 죽어가는 소녀를 노려보는 독수리>라는 사진이다. 이 사진은 1993년 3월26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리면서 세계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서구인들에게 아프리카의 참혹한 상황을 한 컷의 사진으로 웅변했던 것이다. 청년 사진가 카터는 이듬해에 퓰리처상을 받으며 단박에 유명해졌다. 하지만 그는 ‘사진에 나타나지 않은 또 한 마리의 독수리’라는 비난의 화살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사진 한 컷을 얻기 위해 소녀의 죽음을 방조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이 문제의 한 컷은 ‘사진가의 윤리’라는 논쟁을 뜨겁게 불러일으켰고, ‘보도사진가의 역설’을 온몸으로 겪었던 카터는 퓰리처상을 받은 지 두달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책의 편저자들은 이 사진을 “사진의 역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사진”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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