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동네다방.
- 작성일
- 11-01-15 18:30
오늘 진짜 오랜만에 팀홀튼은 다녀왔습니다.
잘 안가게 된 건, 작년 가을부터 일찍 일어나려고 노력하면서 밤에 24시간 카페를 안가게 된게 첫 이유이고,
두번째로는 낮에 하는 동네 커피숖에 가는 걸 더 즐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동네 커피숖은 두개인데 커피는 팀홀튼보다 훨신 비싸고(2배이상) 훨신 맛있습니다(역시 2배이상). 재밌는 것은 일주일만 있다보면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 훤히 알게 된다는 거죠. 커피숖이라고는 하나, 밥이 될만한 음식들을 팝니다. 특히 프랑스 부부가 하는 커피숖은 빵이 아주 맛있고 디저트용, 그리고 식사용 크레페들을 만들어파는데 맛이 좋지요.
정오가 되기 전에 가면 동네 노인들이 떼거지로 몰려와서 커피마시고 수다떨고 팁도 듬뿍듬뿍 인심쓰고 가는데, 그럴 땐 복지국가의 위엄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은퇴하고 유유자적 탱자탱자 뭐 그런거 느껴진달까요? 물론 주인하고도 아주 잘알죠. 30% 정도는 경로당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도 될 거 같네요. 그들이 실질적인 카페의 물주이기도 하고요 ㅎㅎ 우리나라로 치면 동네다방인 거죠. 마담이 좀더 적극적으로 손님유치에 힘쓰거나 섹스어필하지 않는다는 걸 빼면 같은 거 같아요.
노인들 마음에 거슬리지 않을만한 음악을 들으며 맛좋은 커피를 즐기며 공부를 좀 하다가 오는게 이곳에서 제게도 큰 즐거움 중에 하나에요.
그건 그렇고 거의 몇달만에 팀홀튼에 갔는데 전에 밤에 일하던 직원들이 여전히 근무를 하고 있어서 참 반가웠습니다. 그러던 중 중국인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저만치 앉았는데 ㅎㅎ 둥그렇게 앉아있다가 중간에 몇명이 또 와서 합석을 했습니다.
그럼 보통은 다른 테이블에 있는 의자를 가져와서 자기 주변에 놔서 앉게 하잖아요. 근데 사내놈 하나가 의자를 끌어서 자기랑 먼쪽으로 놓더군요. 그리고 자신은 자기 오른쪽에 앉아있는 여자쪽으로 더 접근을. ㅋㅋ 아마 옆에 앉은 여자를 좋아하나 봅니다. 하지만 그 여자애는 그 애를 좋아하지 않는다는게 멀리서도 느껴집니다.
근데 그럼 보통 궁금하잖아요. 저는 뒷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어떻게 생긴 아이길래 저렇게 노골적으로 한쪽방향애정을 드러내는지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일어나서 성큼 걸어가서는, 실례합니다만 뒤에서 지켜보다가 얼굴이 너무 궁금해서 직접 내 눈으로 얼굴을 담아가기 위해 왔어요. 라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던 베팍인들은 이거 완전 개드립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전 전혀 개드립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면
속으로만 상상하고 킥킥대다가 그냥 집으로 왔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