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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잡스 사후 잡스에 대한 평가를 후하게 하는 이들도 있고, 박하게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저는 스티브잡스에 대한 평가를 상당히 후하게 하는 편입니다.

잡스는 엔지니어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기업가도 아닙니다.
그는 훌륭한 마케터이자 디자이너이자 통섭전문가입니다.



그가 가장 잘 하는 한가지는,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가장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거죠.

제가 우리나라 인물들 중 가장 존경하는 세종대왕과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사람들이 글자를 왜 모르냐? 글자가 너무 어렵다. 쉬운 글자를 만들자.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잡스도 이런 생각을 합니다.
'사람들이 왜 스마트폰을 안 쓰냐? 스마트폰이 다루기 어렵다. 쉬운 스마트폰을 만들자.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그래서 잡스는 엔지니어들에게 매뉴얼이 필요없는 스마트폰을 만들도록 하고...
엔지니어들의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버튼은 하나만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런 아이폰이 나왔고, 세계적으로 다른 시대가 열립니다.




아쉽지만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은 이런 마인드를 가지지 못합니다.
엔지니어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입니다. 그 기술이 프라이드이고 자산이죠.

엔지니어들은 이렇게 좋은 기술들을 만들었으니 당연히 사람들이 써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성의 스마트폰 옴니아가 가장 대표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굉장히 엔지니어스러운 제품이고 결국은 옴레기가 되었습니다. 옴레기는 어떤 것도 바꾸지 못했습니다.

그는 컴퓨터 전문가도 아니고, 애니메이션 전문가도 아니고, MP3 전문가도 아니고, 스마트폰 전문가도 아닙니다.
그런데 매킨토시를 만들었고, 픽사를 만들었고, 아이팟을 만들었고, 아이폰을 만듭니다.

통섭전문가이고 마케팅 전문가이기에 가능합니다.




마케팅 전문가라는 말에 국내의 마케팅을 떠올리지는 마세요.
프레젠테이션하면서 물건 파는 것도 아닙니다.

원래 마케팅은 그런 것이 아닌데 국내에서는 영업을 돕기 위한 과장홍보 식으로 퍼져 있는데...
실제 마케팅이라는 것은 기업과 소바자의 가장 최접점으로 소비자의 의견을 가장 전면에서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제품기획 단계부터 투입되어 제품 개발 과정에서 소비자의 니즈를 투영시키며 그것을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스티브잡스가 한 것이 마케팅의 정석이라고 보면 됩니다.
사실 스티브잡스는 거기서 한발짝 더 나아갔습니다.

스티브잡스는 소비자들에 대해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소비자들은 멍청하다. 자기들이 원하는 제품도 모를만큼...
소비자들은 영리하다. 위대한 제품을 내놓으면 알아봐줄 정도로...



얼핏 보면 소비자들을 디스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수 기업들을 디스하고 소비자들을 최우선하는 철학입니다.
그렇기에 그가 내놓는 모든 제품은 소비자 즉 실제 사용할 사람을 가장 최우선에 놓고 개발이 되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소비자들에게 환호받고 빨리 퍼져나갈수 있는겁니다.

아이튠즈라는 시스템, 새로운 플랫폼이고 생소합니다. 하지만 빠르게 퍼져나갑니다.
충분히 조금의 학습을 할 가치가 있습니다. 더 편해지거든요.
그런데 다른 기업들은 이러한 시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더라도 대충 합니다.(적어도 잡스 이전에는)
초점 자체가 소비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얼마나 편해지느냐라는 프레임이거든요.



디자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아시니 따로 거론은 하지 않겠습니다.





잡스를 띄우기 위해서 엔지니어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잡스가 평가받을 부분과 엔지니어들이 평가받을 부분은 각각 다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잡스류가 훨씬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낸다고 보는 쪽입니다.
국내의 중소기업이나 벤처에서도 계속 재미있는 기술의 제품들이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빛을 보지 못합니다. 잡스같은 마인드의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잡스가 등장함으로써 디자인과 제품의 관계가 달라졌습니다.
잡스가 등장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의 방식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잡스가 등장함으로써 사람들의 생활양식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잡스가 등장함으로써 수많은 기술들이 조합될 수 있는 기반이 열렸습니다.
잡스가 등장함으로써 채널, 매체의 권력이 분배되었습니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잡스가 없었다면 아이폰 수입하기 전 옴레기밖에 쓸 수 없던 그 시절처럼...
기업이 원하는 속도와 원하는 방식대로 아주 천천히 수동적으로 바뀌었겠죠.




P.S. 새벽에 정리도 안되는데 말만 길었습니다. 죄송.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