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많은 영화를 봤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영화를 통해 느끼는 '감동'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저는 <해운대>나 <국가대표> 같은 영화에서 억지로 강요하는 듯한 감동에 반응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한참 뒤에 오는 감동을 좋아합니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늦봄>(1949)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과년한 딸과 홀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딸은 아버지를 혼자두고 시집가기 싫어서 여태 결혼을 못한 거지요.

아버지를 새 장가를 보내고 난 뒤에 결혼을 하려고 하지만 아버지는 새 결혼에는 영 마음이 없습니다.

결국 딸은 시집을 갑니다(하지만 영화는 정작 결혼식 장면은 안 보여주지요)

딸을 떠나보내고 늙은 아버지가 혼자 집으로 돌아와서 거실에 앉아 있을때, 카메라는 딸이 음식을 준비하던 텅빈 부엌을 보여줍니다.


잠시 후 아버지는 거실에 앉아 혼자서 사과를 깎습니다.

사과가 사각사각 깎여나가다가 껍질이 뚝 끊어지는데, 이때 아버지가 고개를 푹 숙입니다.

이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지요.

어찌보면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장면입니다.

하지만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는 아버지와 딸과의 시간에 대한 회한이 이 장면에는 묻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영화의 장면에서 감동을 받았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