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중요한 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게 주어진 여건이 어떤지 파악하는 거라고 봅니다.

제 일이 짧은 시간 내에 정보와 인력을 모아서 결과물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릅니다. 우선 어떤 능력이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간단히 이력을 보기도 하고, 어떤 글을 썼으며, 어떤 말을 했는지 미리 조사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가 원하는 정보를, 그리고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직접 만나 그 사람과 어떻게 대화를 해야지 가장 최선의 결과가 나오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사람마다 대화하는 화법을 달리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상대방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그리고 해서는 안될 말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합니다.

이건 상당히 괴로운 작업인데, 뭐 일단 제가 한 수 접고 맞춰가야 하더군요. 게임이론에서는 '반복되는 게임'에서는 일단 손해보고 시작하라고 합니다. 손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사람은 믿고, 그냥 넘기는 사람은 믿지 말라고 하더군요. 어떤 일이든 한 번보고 끝날 사람은 없기 때문에 '죄수의 딜레마' 같은 건 별로 중요치 않습니다.

대충 상대방에 맞춰주면서 일을 시작하고, 점차 일의 결과에 따라 의사결정권한을 나눠 같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디어가 많고 좋은 사람이 더 많은 의사결정권한을 같게 되더군요.

물론 조금 규모가 큰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연차가 높은 사람이 결정권을 갖을 수 밖에 없지만... 합리적이지 못한 이유로 일이 결정되면 같이 일하는 사람 모두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럴 경우 일을 잘해도 짜증, 일을 못해도 짜증이기 때문입니다. 일이 잘 되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윗사람이 결과물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반대로 이렇게 맘대로 결정해 놓고 일이 잘 안되서 책임지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게 문제죠. 

전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데, 일을 할 때 개인적인 결점이나 일의 빠르기 같은 건 말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정해진 기간내에 맡은 바 역할을 다 하면 좋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다 하지 못합니다. 그럴때 쪼아 봤자 창조적이거나 반짝이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시간에 맞춘 결과물이 나오죠. 그리고 일을 함께하지 못할 정도의 큰 결점이 아닌 다음에서야, 그냥 무시하고 그 사람의 특성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그런 쪽에서의 로스는 어쩔 수 없는 여건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사람이 뭐 완벽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정확히 이 완벽을 정의하자면,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닌 제 마음에 달린 거긴 합니다. 제 마음에 완벽히 들 수는 없으니까요.

이런 걸 고려해서 제가 도와줄 수 있는 점이 어디까지인지 파악하고 한 번이라도 몸을 더 움직여 도와줍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들 교육 잘 받았고 착하기 때문에 고마워하고 다음에도 함께하기를 기대하죠.

저는 나름 창의적인 일을 하기에 이런 식으로 일을 합니다. 일에 따라 사람 대하는 게 다르겠지만요.

이렇게 길게 제 일하는 방식에 대해 쓴 것은 정치라는 것도 이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지요. 내 마음에 들지 않고, 내 스케쥴과 달리 간다고 채찍질하고 짜증내봐야 아무것도 안됩니다.

뭐가 됐든 간에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 '나은', '세상', '생각', '만듦', '사람'에 대한 인식이 모두 다른 사람들이 뭉치는 게 '연대'입니다. 다른 게 당연하고, 논쟁과 싸움이 있는 게 당연합니다. 말 실수 할 수도 있고, 제 마음에 안 들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같이 가야합니다. 사람에 대한 희망, 서로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치지 말고, 서로를 기억하고, 이해하며 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나의 취향에 맞지 않다고 '틀린'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고, 서로 각자의 세상을 만들어갈 '다름'을 가진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