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진영논리가 뭘까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진중권을 비롯한 진보 세력 일각에서 곽노현을 비판하며 사퇴하라고 요구했을 때 전 비정한 진영논리다 싶었습니다. 왜냐면 진보진영을 위해, 진보 진영의 도덕성을 위해 도마뱀 꼬리 짜르듯 일선에 선 사람을 내모는 듯이 보였습니다. 아직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에서 말이죠. 감싸는 것은 진영논리라고 역으로 비판했지만, 제 눈엔 반대로 보였습니다. 나꼼수 이후 분위기 반전된 뒤에는 달리 보일 수 있었지만, 그 전 한겨레 등의 논조는 꼬리 짜르기 였습니다.

진중권은 그때, 도덕성이란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곽노현 비판의 주 테마였습니다. 우리가 '저들 보수'에게 엄격한 도덕적 판단을 통해 비판했기 때문에, 우리 편에게도 같은 비판을 해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도덕을 대하는 방식이 '좌파'스럽지가 않습니다. 도덕과 같은 상부구조는 생산수단과 같은 하부 구조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생산수단을 소유한 사람들이 대중을 통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드는 것이 도덕입니다. 암묵적 통치원리입니다. 그렇다면 곽노현에게 들이대는 도덕적 잣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는 것이 '좌파'적 일텐데 딱히 그렇지 않았습니다.

맑스적인 거시적 접근에서 벗어나 푸코식으로 접근한다고 해도 좀 이상합니다. 거미줄처럼 얽힌 미시적인 권력 관계 속에서 도덕을 해석해야 하는데, '돈 줬다 -> 대가성 있다'라는 단순한 도식에서 도통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곽노현 사건에 얽힌 수많은 크고 작은 권력 관계는 외면하고 해석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진중권의 도덕은 누구를 위한 도덕인가라는 물음에 도달했습니다. 그때 즈음 인상적인 트윗을 진중권이 날렸는데, '이성의 시대가 가고 감성의 시대가 왔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이성이 안통하니 논객 그만 둬야 겠다고 하더군요.

여기서도 의문이 들었던 건, 도대체, 언제, 이성의 시대였는지 궁금했습니다. 뭐 '인류 역사 통틀어 이성이 지배한 시대가 있던가요?'라고 멘션을 날렸지만 답이 없더군요. 좀 미미했나봐요.

위의 트윗에 연관지어 생각해 보자면 '이성적 사회을 위한 도덕률'이라는 건데... 도덕이 과연 이성적인 건가 하는 생각도 다시 들었습니다. 도덕은 감정이라는 말과 친하거든요. 도덕 감정, 법 이성 이라는 말이 있지, 도덕 이성이라고 말하진 않으니까요.

저도 진중권을 통해 미학을 배우고, 그 다음엔 헤겔의 예술 철학을 이해하며 변증법을 공부했고, 거기서 맑스를 만났습니다. 나름 진중권의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인데, 작금의 상황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네요. 뭘 위해서 저리 뛰고 있나 싶어요. 브로나드 운동이라도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