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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87세로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요지(사진)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영등포동 신화병원 장례식장은 가족과 지인 서너 명만이 쓸쓸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할머니의 유일한 혈육인 동생 김상두(82)씨가 상주로 이름을 올렸다.

할머 니의 올케 박옥순(74)씨는 “척추수술과 관절염, 노인성 질환으로 힘들고 어렵게 살아온 게 가장 가슴 아프다. 평생을 홀로 지내며 참 많이 외로워했다”고 눈물을 훔쳤다. 박씨는 “우리 가족도 내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1000회 수요집회에 참석하려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924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17세 때인 41년 평양에서 또래 7명과 함께 기차로 연행돼 중국 한구(漢沽)와 하이난다오(海南島) 등지에서 위안부 생활을 하며 고초를 겪었다.

광복 후 46년 일본 사세보와 시모노세키를 거쳐 46년 귀국, 평양에서 가족과 재회했다.

이 후 고향 전주로 내려온 김 할머니는 동생 집에서 조카를 돌보며 살았다. 위안부 피해 여성임을 밝히기를 꺼리다 동생의 권유로 2005년 정부에 신고했다. 정부가 마련해준 전주의 임대아파트에서 간병인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다 2009년부터 서울로 올라와 노인요양병원에서 지냈다.

허리를 다친 데다 다리 관절도 안 좋았던 할머니는 열흘 전부터 식사량이 줄고 기운이 없어졌다고 가족은 전했다.

빈소를 지키던 정대협 관계자는 “연로하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계속 돌아가시고 있다”며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진심어린 사죄가 담긴 결론이 나와야 할머니들의 한이 조금이라도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